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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깨어 있어야 올바른 때 알 수 있다"

3년 조기 은퇴하는 후러싱제일교회 김중언 목사
편안할 때 게으름·부정 싹 트고 자리잡아 "지금이 물러 날 때"

김중언(69·후러싱제일교회) 목사가 '지금이 물러나기 가장 적합한 때'라며 조기 은퇴를 선언<1월 5일 A-1면> 한 후 처음 맞은 9일 주일 날. 김 목사가 여느 날처럼 예배를 마치고 예배당 입구에서 교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일부 교인이 아쉬움과 섭섭함을 나타냈지만 대부분 교인은 차분히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일찍 떠나시기로 결정했을 때는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한 교인이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래도 뜻밖이지 않느냐고 다시 물었다. "내가 아는 목사님은 그렇게 할 수 있는 멋진 분"이라고 말했다.

후러싱제일교회는 교회가 속한 미연합감리교(UMC) 400여 개 한인교회 중 재정이나 출석인원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감리교 뉴욕연회에 속한 미국교회를 포함해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상징적인 교회다. 뉴욕지역 한인교회에서도 '톱 4'에 들어간다.

이처럼 대형교회를 이끌고 있는 김 목사가 임기를 3년 남겨 두고 스스로 물러나자 교계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장 적합한 때"="모든 일에는 때가 있습니다. 항상 깨어 있어 때를 분별하는 일은 삶에서 중요합니다. 그 때가 언제인가를 바로 판단하고 아는 일은 더욱 중요한 일입니다."

김 목사는 모든 일을 시작할 때 항상 끝을 생각하고 살았다. 목회하면서 언제 떠나라고 말씀할 지 항상 깨어 있어 그 사인을 보고 듣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지금이 최적의 시간이라고 판단했다.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교회적으로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김 목사는 목회 말년에 편안하게 지내고 정년에 맞춰 은퇴하고 싶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너무 편안할 때 권태가 찾아오고 온갖 부정적인 일들이 싹트고 자리잡아 간다"면서 "만일 제가 교회에 계속 머문다면 성장보다는 퇴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지금이 떠날 때"라고 말했다.

교회 입장에서는 김 목사 후임이 큰 관건이다. 교단 일부 교회는 후임목사를 둘러싸고 많은 잡음이 생겼다. 특히 연합감리교 목사이면 대부분 가고 싶어하는 후러싱제일교회 담임 자리면 더더욱 진통을 겪을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김 목사 후임으로 여러 목사의 이름이 오르내리기까지 할 정도다.

김 목사는 이 점을 상당히 고민했다. 정치적인 목사들로 인해 교회가 휘둘리면 큰 요동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 평신도 지도자들도 편을 나누어 얽히고설킬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번 김 목사의 전격적인 은퇴 결정으로 정치적인 목사들이 손 쓸 틈도 없이 인사가 이뤄지게 됐다. 김 목사 경우처럼 갑작스러운 인사 요인이 생기면 교단은 최우선적으로 처리한다. 빠르면 내달이나 3월이면 후임이 결정된다. 연합감리교 각 교회 목사 파송권은 감독(Bishop)에게 절대 권한이 있다. 뉴욕연회 감독은 한인으로 박정찬 목사가 맡고 있다.

김 목사는 지금처럼 교회가 편안할 때 신실한 목사가 후임으로 와 새로운 도약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를 위해 교회는 지난해 교회 인근에 교육관을 기공했다. 오는 6월 완공을 앞두고 새 교육목사, EM(영어예배부) 목사를 뽑고 차세대 리더를 길러내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김 목사는 이 같은 교회적인 고려뿐 아니라 어머니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더 먹고 싶을 때 그만 먹어야 한다. 배부르도록 먹으면 너무 많이 먹는 것'이라는 말씀을 간직하고 삶에 적용해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쉬움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헤어지면 앞으로도 우리 삶에 영원히 살아 남는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전 담임 이승운 목사의 별세로 지난 98년 갑작스럽게 후러싱제일교회로 부임했다. 김 목사는 이처럼 어려움이 있는 교회에 '핀치히터' 형태로 세 번째 담임을 맡았다. 교단이 그만큼 김 목사의 위기관리 능력과 리더십을 인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쉼이 있는 터전 세워=김 목사는 꾸준하게 쉼터 목회를 주창했다. 교회는 편안한 쉼이 있어야 한다며 각종 프로그램보다는 휴식이 있는 편안한 터전을 중요시 했다.

사회에서는 약자보다는 강자가 대접 받지만 교회는 반대로 약하고 힘든 이들을 섬겨야 한다고 늘 강조해왔다. 이는 가정처럼 편안함이 있는 쉼터 교회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바른 교육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쉼터 목회로 교회를 건강하게 이끌었다면 외적으로는 후러싱제일교회가 차지하는 상징성을 고려해 플래그십처치(Flagship Church)를 내세웠다. 다른 교회는 물론 사회로부터 본이 되고 존경 받는 교회가 되기 위해 꾸준히 힘썼다.

교회는 우선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을 위해 발 벗고 나섰으며, 불우한 이웃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밀었다. 김 목사는 교회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야 할 교회가 어려운 이들에게 앞서 도와야 한다며 실천을 강조했다.

최근 몇 해 동안 구호기관 월드비전과 교단 뉴욕연회 불우이웃 돕기에 각각 5만 달러를 비롯해 카트리나·남아시아 쓰나미·한국 수해 등이 발생하면 이재민 돕기 기금으로 5만 달러 이상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 고교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뉴욕청소년센터, 무지개의 집 등 한인사회 단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08년에는 뉴욕·뉴저지에서 처음으로 미주기독교TV방송이 종일방송을 할 수 있도록 20만 달러를 지원했다.

김 목사는 이처럼 어려운 사람을 돕고 커뮤니티 발전에 기여한 공이 인정돼 2008년 뉴욕시미국교회협의회(CCCNY)가 수여하는 '올해의 목회자 상', 2007년 모교인 한국 감리교신학대학이 제정한 '자랑스런 동문상' 등을 수상했다.

선교에서도 그의 지도력이 빛났다. 후러싱제일교회는 교단 세계선교부와 공동으로 한인교회로서는 처음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연합선교를 펼쳐 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이 곳에 선교센터를 설립해 펼친 연합선교가 다른 교회에도 영향을 끼쳐 동참하는 교회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김 목사는 이번에 은퇴하면서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며 "후임목사가 누가 오든지 관여치 않고, 은퇴 후 무슨 일을 할 것지를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단지 봉사하는 일이면 뭐든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상교 기자 jungsa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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