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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문화파워] 스토리 봤을때 피가 끓었다…한·일 젊은이들 가슴 열겠다

관동군에 징집된 조선인 청년
일·중·독 군복 갈아입은 실화-"소통의 키워드, 한국이 될 것"

새해, 충무로에서 가장 원대한 꿈을 품은 사람 중 하나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49) 감독일 것이다. 그가 신작 ‘마이 웨이’로 7년 만에 돌아온다. ‘마이 웨이’는 2004년 1174만여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순위 3위에 오른 ‘태극기 휘날리며’와 여러모로 닮았다. 일단 전쟁블록버스터라는 외양이 같고 주연배우도 장동건 그대로다.

전쟁의 야만성과 그로 인한 인간성 상실을 짚고 넘어가는 점은 물론이다. 달라진 건 시대배경과 스케일이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으로 인한 형제의 비극을 그렸다. ‘마이 웨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관동군에 징집돼 일본·중국·독일 3국의 군복을 차례로 갈아입어야 했던 조선인 청년의 운명을 다룬다. 나아가 일본인 청년과의 세월과 국적을 뛰어넘은 우정을 통해 한·일 간의 진정한 소통과 화해라는 만만치 않은 주제까지 건드릴 계획이다.

제작비는 261억원. 마케팅비 등이 포함된 총제작비로 따지면 300억원대다. 한국영화 사상 최고 제작비다. 장동건과 오다기리 죠라는 아시아권 스타 캐스팅 한.중.일 3개국 동시개봉 추진 등으로 손익분기점을 훌쩍 뛰어넘으려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지난해 10월부터 전북 새만금에서 촬영 중인 그를 3일 밤 전화 인터뷰했다. '마이 웨이'는 12월 개봉 예정이다.

-'마이 웨이'를 하게 된 이유는.

"3년 전쯤인가 할리우드 워너브라더스 본사에서 김병인 작가가 쓴 시나리오 초고를 보여줬다. 그 후 S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노르망디의 코리안')를 봤다. 조선인으로 태어나 강제 징집돼 일본.중국.독일 세 나라의 군복을 갈아입은 끝에 노르망디 해전에서 미군 포로가 된 남자의 실화였다. 강렬했다. 심장이 뛰고 피가 끓는 느낌이었다. 초고를 읽을 때는 제작만 할 생각이었다. 다큐를 보고나선 만사 제쳐놓고 이 영화는 꼭 내가 연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떤 점이 그렇게 끌렸나.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 던져진 인간이 격랑 속에 함몰될 것처럼 보이다 결국 강인한 의지로 역사를 극복해내는 감동이 보였다. 주인공 준식(장동건)은 10여 년간 여러 나라의 군복을 입고 여러 전쟁에 휘말려 생사의 갈림길에서 몸부림친다. 이 남자가 대체 어떤 생존본능과 꿈을 지녔길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가 궁금했다."

-다시 전쟁영화다.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다시는 전쟁영화 찍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전쟁영화는 다시 하기가 정말 두려운 장르다. 위험도 많이 따르고 자연환경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난제투성이다. '마이 웨이'도 지난해 12월 눈과 비로 고생하느라 진행이 늦어졌다. '태극기'는 촬영이 138회였다. 이것만 해도 상업영화 평균치의 3배인데 '마이 웨이'는 156회다. 역사를 다루기 때문에 참으로 뜻 깊은 작업이지만 주제의식이 만만치 않으니 찍는 내내 마음이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

-그럼에도 다시 전쟁영화를 하는 이유는.

"인간이 만들어낸 것 중 가장 비인간적이고 비열하고 나쁜 일이 전쟁이다. 우매한 인간들은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킨다. 아무도 승리하지 않는 어리석은 짓이다. 그런 의식을 바꾸는데 내 영화가 일조할 거라고 믿는다."

-극장을 주로 찾는 젊은 세대는 전쟁을 잘 모른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전쟁은 게임 같은 것일지 모른다. 너무나 쉽게 무감각하게 받아들인다. 전쟁은 격투기나 게임과는 다르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 사회지도층이 될 때 어떤 가치관을 지닐 것인가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전쟁영화는 역사교육적 기능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영화의 기능은 다양하다. 교훈적이고 계몽적인 기능도 분명 있다. 의미와 재미가 만나는 지점을 잘 포착해내는 게 영화인의 능력일 거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온 열다섯 살 아들이 따분할 거라고 예상했다가 아버지보다 더 열광하게 되는 그 지점을 내가 만들어내야 한다. 첫 영화 찍을 때나 마지막 영화 찍을 때나 다양한 계층의 눈과 가슴과 영혼을 어떻게 붙들어맬 것인가를 고민하는 건 똑같을 거다."

'마이 웨이'는 본지가 제작.투자.평론 3개 분야 영화인 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1년 한국영화 기대작' 설문조사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혔다. 강 감독은 과작(寡作)으로 유명하다. 1996년 '은행나무 침대' 이후 올해로 데뷔 15년이 됐지만 '쉬리'(99년)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등 연출작은 지금까지 3편뿐이다. '태극기' 이후 할리우드로 갔지만 가시적인 결과물은 없었다.

하지만 "충무로에서 가장 영화를 '때깔'나게 찍는 감독 중 하나"(영화평론가 김영진 명지대 교수)로 통하는 '강제규표 블록버스터'에 대한 충무로의 기대감은 그의 작품 수와는 반비례하는 듯하다. "과작의 강제규 감독 그의 괴력이 궁금하다"(심재명 명필름 대표) "그가 또 하나의 영화모델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기대해본다"(이상용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등 한국영화의 '국가대표'를 기다리는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한국영화사상 최고 제작비다.

"한국 시장만 겨냥했다면 잘못된 기획이고 잘못된 투자다. 관객 1000만 명이 들어야 겨우 손해를 안 보는 수준이니까. '마이 웨이'는 처음부터 한.중.일 3국 시장을 주된 타깃으로 놓고 미국과 유럽까지 염두에 두고 기획됐다. '사상 최고'라는 식의 관심은 솔직히 부담스럽다. 우위썬(吳宇森.오우삼)이 800억원 넘게 들여 '적벽대전'을 만들었다. 이에 대해 작품성이나 아시아 시장에서 거둔 성과에 주목하지 제작비가 얼마냐를 놓고 이러니저러니 하지 않는다."

-'태극기' 이후 할리우드의 문을 계속 두드렸다. 왜 그리 할리우드를 염원하는가.

"미국인이 잘 만들 수 있는 영화 가령 '배트맨' 같은 걸 만들겠다는 건 결코 아니었다. 한국인으로서 동양인으로서 동양과 서양을 결합한 독창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서양인들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영화 말이다. 장르는 나와 딴판이지만 저우싱츠(周星馳.주성치)처럼…. 중국이 최근 급성장하긴 했지만 오랜 세월 세계 문화판은 서구 주도였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아시아의 존재감을 알려 일방이 주도하는 흐름을 바꿔놓고 싶었다. 쌍방향.다자간 문화소통 말이다. 한 명이 이뤄낼 수는 없지만 많은 이들이 끊임없이 도전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내 노력은 '마이 웨이'는 그 밀알인 셈이다."

-결국은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는 얘기인가.

"국경을 초월한 공감을 얻고 싶다는 건 창작자의 원초적 욕망일 거다. '마이 웨이'가 성공하면 한국영화와 아시아영화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나마 달라질 거다. 이런 사례가 지속적으로 쌓인다면 소통의 키워드를 아시아에서 한국에서 쥘 수 있을 테고 종국에는 내가 할리우드에 갈 이유도 없어지지 않을까." (웃음)

글=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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