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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플레이스] '위시본' 의 사랑 게임

박용필/논설고문

요즘 한국의 걸그룹 '소녀시대'가 일본 열도를 들끓게 만들고 있다. 드라마 스타들의 인기가 차츰 잦아드는가 싶었더니 소녀시대가 불쑥 나타나 다시 한류열풍에 불을 지폈다.

소녀시대의 데뷔곡은 '지니(Genie).' 가요 차트의 정상에 올라 일본 언론은 해외의 여성보컬 그룹으로선 30년만에 처음있는 사건이라며 연일 호들갑을 떨고 있다. 어쨌거나 소녀시대는 빼어난 노래와 춤 외모로 일본에서 더 없이 화려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다.

'지니'는 소녀시대의 히트곡 '소원을 말해봐'의 일본어 버전이다. 불확실한 현실세계에서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노래말이 일본인들의 가슴에 퍽 와 닿았던 모양이다.

알라딘의 요술램프에 등장하는 요정이 바로 지니다. 이 요정은 소원을 무한정 들어주지는 않는다. 꼭 필요한 몇 개만 말해야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 영어의 '세가지 소원(three wishes)'은 지니에서 비롯된 조크다. 버전이 수십 가지나 되지만 가장 압권은 '마피아 두목'이다.

어느날 마피아가 FBI의 추적을 피해 대서양을 항해하는 유람선을 탔다. 풍랑을 만나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세 사람만이 무인도에서 살아남았다. 생존자는 마피아 보스와 미국인 부자 그리고 프랑스의 바람둥이였다. 셋은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가 지니가 들어있는 요술램프를 주웠다.

"주인님 세가지 소원을 들어 드릴게요." 먼저 미국부자가 입을 열었다. "내가 투자한 주식이 대박을 터뜨려 억만장자가 되게 해줘." 프랑스 남자는 바람둥이 다웠다. "난 애인과 함께 알프스로 보내줘." 혼자 남은 마피아 두목은 너무 심심했다. "야! 아까 걔네들 다시 불러줘."

허무맹랑한 소원을 말하면 오히려 벌을 받는다고 경고해 몇해 전 인터넷에서 '올해의 유머'로 꼽히기도 했다.

해가 바뀌면 늘 '올해만큼은 꼭…'하며 소원이 밥상의 화두로 떠오른다. 이때 지니 대신 등장하는 것이 '위시본(wish-bone)'이다. 치킨이나 칠면조 등 조류의 목과 가슴 부위에 단단히 붙어 있는 뼈다. V자로 생긴 이 뼈가 튼실해야 새는 힘차게 날갯짓을 할 수 있다.

치킨을 발라 먹은 다음엔 부부가 재미삼아 이 뼈의 양 끝을 잡고 당겨 부러 뜨린다. 긴 쪽을 쥐는 사람은 그해 마음 속으로 빈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서 이긴 쪽은 입이 귀에 걸린다. '위시본'은 글자 그대로 소원을 이루게 해주는 뼈다.

남부에선 새해 이브 11시 11분 이 치킨 게임을 하며 부부가 세가지 소원을 서로에게 들려주는 관습이 있다. 이 시각이 돼야 지니의 신통력이 꼭지점에 오른다고 믿기 때문이다.

불경기의 찬바람이 단란했던 가정마저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새해 초부터 이혼에 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적지 않게 보도돼 우울해지기도 한다.

울적할 때나 한바탕 부부싸움을 했을 때 통닭을 사다가 먹으면 어떨까. '위시본'으로 내기를 해 진 쪽은 설거지와 청소를 이긴 쪽은 디저트를 사고….

"자~ 힘주고. 똑 부러졌네." 누가 이겼을까. 하기야 부부사이에서 이겨봤자다. 소원도 좋지만 부부금실 키우기에 '위시본' 만큼 좋은 게임도 없을 것 같다. 성경에서도 '믿음과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소원을 말해봐' 소녀시대가 물으면 부자나 출세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답하는 새해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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