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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여행중 보게 된 교환원의 양심

전달수 안토니오/성마리아 성당 주임신부

오래 전 친구 신부와 외국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패키지 여행으로 뉴질랜드와 호주를 다녀오는 여행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단히 유익한 여행이었다. 두 나라를 둘러본 것도 좋았거니와 그 여행에서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부당한 전화요금을 청구했던 일은 평생 잊지 못할 일로 기억되고 있다.

그 여행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세계 지도를 그리는 방식에 있어 고착된 사고를 가지고 있었던 나의 사고방식이 바뀐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유럽이나 아메리카를 가 보아도 세계 지도를 보면 위는 러시아 알래스카 캐나다 아이스랜드 그리고 북극해 등이 있고 남쪽에는 호주와 뉴질랜드가 있고 남극이 있는데 호주와 뉴질랜드를 갔더니 자기들 사고방식으로 지도를 그려 놓았다. 그들은 호주와 뉴질랜드를 맨 위에 놓고 밑으로 내려오면서 파푸아뉴기니 필리핀 중국 우리나라 만주 러시아 등의 순서로 세계 지도를 그려 놓은 것이다. 처음에는 이상하고 다소 놀랬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렇게 그리는 것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지구는 둥그니까 지면상으로는 얼마든지 기준점을 바꾸어 세계 지형들의 위치를 바꾸어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참 신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래서 여행이 좋구나! 눈으로 보면서 배우니 배움이 꼭 책이나 교실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호주의 다양한 동식물들을 구경하며 좋은 분위기 속에서 관광을 했는데 호텔에서 자고 나올 때 사소한 문제가 하나 생겨 기분이 언짢았다. 전 날 저녁에 우리가 알고 있던 호주 친구에게 장거리 전화를 한 번 했는데 아침에 호텔 교환실에서 그 장거리 전화 요금을 청구하기에 버스에 오르기 전이라 시간이 촉박하여 달라는 대로 주고 차 안에서 청구서를 찬찬히 훑어보았더니 여러 군데 전화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한 통화 밖에 하지 않았는데 여러 통화 전화한 것으로 되어 있어 나는 조용히 여행 안내자를 불러 사정을 말했다.

여행 안내자는 버스 기사에게 부탁하여 호텔로 다시 돌아가자고 했다. 호텔의 교환실에 들려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그 여성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5달러를 돌려주었다. 실수했다는 말도 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빨개진 얼굴을 보니 마치 어린 아이가 엄마한테 잘못한 일을 들킨 것 같은 모습이었다. 실수로 5달러를 더 청구한 것이 아니라 영어를 모를 거라 생각하고 고의적으로 더 청구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한국 사람이 이런 식으로 당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즐거웠던 여행이 언짢아졌다. 영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거나 알더라도 실전 회화에는 입이 벙어리가 되는 사람들이라 생각을 하였기에 그런 부당한 요금을 청구 했을 거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몇 몇 사람들은 알고도 얼마 되지 않는 작은 돈이니까 점잖게 그냥 가자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 교환원이 하루에 여러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부당 요금을 받아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외화가 부당하게 유출된다? 문제는 돈 많은 한국 사람들 영어를 모르는 한국 사람들!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서히 그들에게 이용당하는 봉이 되어 버린다는 생각을 하니 화가 났다.

우리가 영어를 모른다고 해도 이것은 그 교환원의 양심에 대한 문제이지만 세상에는 양심적인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서양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을 속여 먹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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