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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제주도의 2개월

이어도 연구 과제를 완성하기 위해 제주도에 왔다. 이어도연구회는 신제주에 있고, 내 숙소는 제주대 국제교류센터 손님채에 있어서 아침엔 대학 정문 앞에서 502번 버스로 출근했다. 제주대학은 한라산 기슭에 위치하고 있어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하루하루 살았다. 낮에는 지중해 연안의 도시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는 듯 했고 밤에는 불빛 밖으로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듯 했다. 버스는 중앙로를 내려와 제주시 번화가를 지나 신제주 연동 번화가를 돌아 대림아파트에서 나를 내려준다. 거기서 이어도연구회는 걸어서 2,3분. 코너의 빵집에 들려 아침에 새로 구운 빵을 사들고 연구실에 들려 커피와 함께 먹는 행복을 여기에 적는다.

이어도 연구과제는 이어도의 신화에서 오늘의 해양과학기지 건설, 운영까지 다양하다. 나는 이어도에 관한 연구 자료를 보다가 해양법을 들춰보며 한국과 중국 사이의 바다 경계를 확정하지 못한 두 나라의 관계를 보면서 신라의 최치원이 당나라로 유학가고 오던 평화로운 바닷길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오늘의 해양법은 대륙붕 권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200해리, 350해리 정해 놓았다. 바다 밑의 광물자원 채취와 물고기와 다른 바다 생물을 채취할 권리가 목적이지만 바다 밑 자원과 바닷속의 자원이 어디 연안국만의 권리일까? 바닷속의 지질, 지형이 대륙의 자연적 연장이라는 주장이 지구의 생성 과정과 그 후 몇 백 만년 자연적인 변화-지진 화산 폭발, 쓰나미, 지구 온난화, 인간개발 - 등으로 오늘의 형태로 남아있다.

이어도 연구 생활 밖에서 나는 제주를 탐닉하고 지냈다. 주말엔 올레길을 걸었고, 한라산에 올랐고, 서귀포의 이중섭 미술관에 들렸고 대학 후배가 경영하는 한림의 당근 빵집에 들렸다. 11월 중순에는 골프를 즐겼다. 서귀포에서 중문, 한림으로 이어지는 바닷가 올레길, 6,7,8,9,10번은 내가 즐겨간 올레 길. 올레는 골목길이란 말. 걸어서 다닌 고향의 시골 길. 그 길을 제주 사람들을 올레 길이라 불렀다. 올레길은 정부 주도가 아닌 한 뜻있는 개인의 계획으로 추진되어 제주로 아름다운 경관을 옆으로 기존의 올레길을 연결하고, 새로 이어서 만들어 낸 길이다. 자연의 길이다. 옛 마을도 지나는 원시로 라는 길이다. 걷기 이상의 좋은 운동이 있겠는가?

17번 올레길은 17km. 조금 먼 거리이지만 가다가 피곤하면 나갈 수 있는 출구는 여기저기 있다. 나는 외돌개에서 시작해 법환리에서 나왔는데 법환리 해녀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제주 막걸리와 전복죽, 성게 미역국을 즐겼다. 법환리 해녀동상이 아름다운 동상이어서 기념사진을 찍었지만 올레길 옆 바다 풍경이 모두 절경이다. 모슬포 송악산, 산방산 모두 걸어갈 만한 올레 길. 바다가 있어서 아름다운 풍경, 가을 갈대가 한정 없이 나부끼는 올레길. 어디 간들 잊겠는가? 모슬포엔 ‘인생은 아름다워’ 세트장이 있고 풍력발전기가 서있는 바닷가에 ‘시크릿 가든’에 나오는 풍경들이 있어 한국 텔레비전 연속극에 문외한 내게도 다정한 풍경이 되었다.



토요일 하루 우도에서 보냈는데 거기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한라산과 다른 오름들의 풍광은 제주 제일이다. 어디에서도 한라산은 보이지만 우도에서 바라본 한라산 모습과 오름은 언제 보아도 예술이다.

제주 연안의 가장 큰 섬 우도는 땅콩과 미역, 에메랄드 바다로 유명한데 제주대 총장을 지낸 고충석 이어도연구회 이사장은 그의 고향인 우도를 문학, 예술의 섬으로 만들 꿈을 갖고 있다. 그의 문학 사랑이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와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기 바란다.

토요일 하루, 이어도 연구회 동료들과 마라도를 찾았는데 풍광이 거칠어 1시간 후 모슬포로 귀한 했지만 그 한 시간 동안 작은 섬을 돌아보았다. 섬에 부는 바람은 억새들을 깃발처럼 흔들어 놓고 있었고 작은 교회, 성당, 절, 가게 모두가 푸른 바다와 어울리는 갈색이었다. 마라도에서 이어도까지 149km 최남단의 섬과 최남단의 암초가 어울리는 한국의 보물섬. 한때 탐라도로 알려진 해상왕국, 먼 바다를 항해하다 돌아오지 못한 어부들이 살고 있는 천국을 이어도라 했다. 해녀들의 노래, 한이 바로 이어도를 한국의 섬으로 만들었다. 눈물로 만들어진 섬, 거기 해양 과학 기지가 한국과 다른 나라에 유익한 바다 정보를 계속 공급하기 바란다.

아름다운 제주의 두 달, 제주바다, 제주의 달, 한라산, 오름, 올레길 바람도 아름답다는 한 화가의 편지가 오래 내 추억 속에 비장품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최 연 홍 시인·이어도연구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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