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점프 업 - 시카고] 외조부 뜻에 진로바꿔 3대째 한의사·장학사업
'천암한의원' 외조부 오용섭 이사장 - 외손자 이상인 원장
한의사길 걸으며 봉사도 열심
사재 10만달러로 장학재단
12살 때 미국으로 이민 와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할 때까지만 해도 이상인 원장의 꿈은 의사-이 원장은 양의사라고 표현한다-가 되는 것이었다. 생물학과를 거쳐 의과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당시 생각했던 이 원장의 진로였다.
하지만 외할아버지인 오용섭 천암큰장학재단 이사장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올해 나이로 아흔살인 오 이사장은 70년이 넘게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앞으로 미국에서도 한의학이 양의학을 대체할 정도로 널리 알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외손자에게도 한의학을 권했다.
이 원장은 당시에 대해 “할아버지께서 당시 한의학과 관련된 기사를 스크랩하신 것을 건네시면서 한의학 전망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할아버지의 생각이 옮았음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마이애미대학을 졸업하고 사우스 베일로 대학에서 한의학 석사를 마쳤으며 퍼시픽한의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시카고한의사협회 회장으로 일하면서 지역사회 봉사에도 적극적으로 활동한 바 있다.
지금은 비록 직접 환자를 돌보지는 않지만 할아버지로부터 얻은 한의학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아직까지도 유효하다. 환자를 대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치료 과정을 설명하며 서로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한의학이라는 점을 배운다.
이 원장은 아무래도 가족이 함께 근무하다 보니까 환자 치료와 관련된 사항들을 스스럼없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다른 어느 곳에서도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터득할 수 있었다 고 밝혔다.
현재 천암한의원은 시카고의 대표적인 한인타운인 로렌스 길에서 북서부 서버브 윌링으로 이전했다.
던디길의 한의원을 찾는 환자의 50% 이상은 타인종일만큼 현지화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한의학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던 환자들도 이 원장을 신비한 눈길로 바라본다. 이렇게까지 한의원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히 할아버지와 삼촌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원장은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한국 문화와 전통을 알리는 데도 열심이다.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타인종 환자에게도 한국산 김을 선물한 것도 같은 맥락. 김은 스시집에서 본 것이 거의 대부분이지만 이 음식이 우리 몸에 어떻게 좋고 어떤 효능이 있는지 등을 설명했더니 큰 관심을 보였다. 물론 “맛도 좋다며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말하는 이 원장은 “결국 한의학을 통해 한국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시카고 지역 학생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는 천암큰장학재단 역시 외조부의 유지를 받들어 지난 2001년 설립됐다. 사재 10만달러로 기금으로 설립,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로 매년 한의학과 신학을 공부하는 한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한의학과 신학을 선정한 이유는 자신의 몸을 치유하는 한의학자와 좋은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종교인이 되려고 하는 신학도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올해 39세로 1남2녀를 둔 이 원장은 자녀가 한의학에 관심이 있다면 당연히 추천할 생각이다. 솔직히 한의사라고 하면 예전 어르신들은 침쟁이라고 부르며 널리 인정받지 못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특히 미주 지역에서는 대체 의학으로 인정받으며 현지사회에서도 널리 전파되고 있다. 그 일을 이 원장처럼 3대째 한의학을 배우고 있는 한인들이 앞장서고 있다.
박춘호 기자 polipc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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