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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점프 업 - 애틀랜타] "위기 넘게 한 아들은 내 인생 최고의 파트너"

'히트맥스' 父 임창빈 회장 - 子 다니엘 임

20년전 손난로 수입판매 대박…판매담당 횡령으로 위기 맞아
미국회사 다니던 아들 합류해 손난로 미 점유율 1위 만들어


영하의 추운 날씨에 찬바람까지 불면 따듯한 손난로 생각이 난다. 포장만 뜯으면 저절로 따듯해지는 일회용 손난로는 한인에게든, 미국인에게든 친숙한 상품이다. 월마트, K마트와 같은 대형 마트나 월그린 등에서 손쉽게 찾아볼수 있는 이 손난로가 사실은 한인 업체에서 생산되고 있다. 미국 일회용 손난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히트맥스’(Heatmax, Inc.)가 바로 그 업체다.

▷보수적인 백인지역에 첫발= 히트맥스의 공장이 있는 곳은 카펫 생산지로 유명한 조지아주 달튼이다. 이 공장을 운영하는 한인이 바로 임창빈 회장과 아들 다니엘 임(한국명 민혁)씨다. 임 회장은 1958년 미국에 유학해 1964년에 조지아주 달튼으로 이주한 이후 46년째 같은 곳에서 살며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임 회장에겐 지금도 처음 달튼에 왔을 때가 눈에 선하다. “46년전 달튼은 그야말로 보수적인 남부 도시로 흑인조차 없는 백인들만의 도시였지요. 처음 이곳에 취직해 시내를 걸으면 모두들 동양인은 처음 본다며 신기해서 뒤돌아 보곤 했죠.”

임 회장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이곳에서 카펫 재료를 개발해 주목을 끌었다. 아시아쪽의 인맥을 활용해 대형 카펫회사의 동남아 업무를 전담했다. 히트맥스의 설립 역시 일본과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1990년 일본에 출장을 갔는데, 날씨가 무척 추워서 손을 비비고 있었지요. 그런데 일본의 동업자인 스기야마가 일회용 손난로를 주는 것입니다. 하도 신기해서 몇 상자를 샘플로 미국에 가져왔는데, 3개월만에 컨테이너 3개 물량이 모두 팔렸습니다.”

▷구원투수로 나선 아들= 성공을 직감한 그는 1990년 히트맥스를 설립하고 본격적 손난로 수입 판매에 나섰다. 그러나 3년 뒤 사업은 난관에 부딪혔다. 판매, 세일즈를 맡겼던 젊은 미국인 직원이 물건과 돈을 빼돌리기 시작한 것. 임 회장은 즉시 그를 해고했으나, 판매 담당이 사라지자 판로를 개척할수 없어 암초에 부딪혔다.

이때 장남 다니엘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그는 당시 조지아 주립대학(UGA)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보험회사에서 촉망받는 인재로 일하고 있었다. 아들은 “내가 일을 잘못했는데, 네가 와서 회사일을 해다오"라는 말을 아버지로부터 듣고 두말없이 합류했다.

아들은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경영에 합류한 것은 1993년. “미국회사에서 일 잘하고 있는 아들을 부르기란 쉽지 않았다. 배신당한 뒤 믿을만한 파트너가 없던 내게 아들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고 임 회장은 회고했다.

사업은 다니엘의 합류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본궤도에 올랐다. 그가 합류한 1993년부터 히트맥스는 일본 수입 대행 대신, 미국 현지 생산에 착수했다. 현지생산으로 물량이 확보되자 1995년 미국 전국에 손난로 판매를 시작했고, 월마트, K마트, 샘스클럽, 월그린 등 대형 매장에 납품해 큰 성공을 거뒀다. 현재 히트맥스는 미국내 일회용 손난로 시장점유율 1위이며, 히트맥스가 개발한 일회용 찜질팩은 특허를 얻어 시장을 의료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아들은 최고의 파트너= 임 회장은 “한민족과 유태인은 공통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특히 자녀 교육열은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다. 반면 유태인에게 본받아야 할 점은 기업을 일으켜 가족에게 물려주는 ‘대물림’이라고 지적한다.

“유태인은 금융업, 지식산업을 대대로 이어받은 끝에 전세계적으로 막강한 하나의 경제·문화권을 개척했습니다. 중국 화교 역시 몇세대에 걸쳐 경제력을 모으고 굳혀 차이나 타운을 만듭니다. 머리 좋고 교육열 뛰어난 한인들이 이들처럼 못할 것이 없습니다.”

한인 기업인들의 협동과 단결, 대물림을 위해 임 회장은 지난 2000년 세계한상대회를 설립하고 초대 및 4대 회장을 역임했다. 해외에서 장기간 거주중인 한인 사업가들이 지역 전문가로서 고국 경제발전의 교량 역할을 해야 하며, 아들 역시 그 대를 이을 것이라고 임 회장 부자는 다짐한다.

“남들은 성공한 사업가라고 하지만, 저는 45년동안 회사를 29번 창업해 22번 실패해봤습니다. 그래도 매일 최선을 다해 후회없이 살라고 아들들에게 가르쳤고, 그런 실패의 세월을 같이 한 것이 바로 아들입니다. 이런 경험이 아들 손자들에게도 물려져 유태인, 화교에 이은 한상이 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두 부자는 이미 대를 이어가는 한상의 모습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대를 잇는 비즈니스 철학 "미국서 성공하려면 미국인과 경쟁하라"
아들은 세계시장에 도전


임창빈 회장은 히트맥스를 20년간 운영해오면서 터득한 한가지 법칙이 있다. 미국에서 사업에 성공하려면 한인 상대가 아니라, 조그마한 물건이라도 미국인 사회를 상대로 사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미주 한인 인구가 200만이면 미국 전체 인구가 2억5000만, 즉 125배입니다. 어차피 한인 시장이나 미국 주류시장에 파고들어가야 하는 노력의 크기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성공의 크기는 125배나 차이나는 것입니다. 단돈 5달러 짜리 손난로라도 125배나 큰 시장에 판매된다면 그 성공의 크기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것이지요.”

이처럼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히트맥스를 외국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던 일본의 거대 제약회사 고바야시사가 지난 2006년 히트맥스를 거액에 매수한 것이다.

임 회장의 대를 이은 다니엘 임 대표는 이 기회를 통해 아버지의 철학에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공략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현재 히트맥스는 미국 손난로 시장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데 이어, 고바야시 사의 상표로 수출돼 일본 손난로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중국, 싱가폴, 영국, 홍콩의 손난로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자와의 인터뷰 전날에도 일본에 급히 출장을 다녀왔다는 다니엘 임 대표는 “일본과 오랫동안 사업해온 아버지의 덕택에 세계시장을 공략할 힘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언어도 모르고 아는 사람도 없는 낯선 나라에 와서 생존하고 성공한 것은 특별한 사람만이 할수 있다. 아버지는 바로 그런 인물”이라며 “아버지의 지혜와 경험은 내 인생에 소중하며, 내 자녀들에게도 물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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