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2011 점프 업 - 워싱턴DC] "마이더스의 손…이어야죠"

'덜레스 커스텀 양복점' 父 한기준 사장 - 子 한상현

말 안 통해도 기술은 통했다…한땀 한땀 최선 다해나갈 것

버지니아 라우든 카운티 덜레스 타운센터 쇼핑몰에 가면 ‘마법사’ 소리를 듣는 한인 재단사가 있다. 올해로 11년째 이곳에서 덜레스 커스텀 양복점을 운영하는 한기준(55)씨 2부자(父子)다.

35년 경력의 베테랑인 한 사장은 이민 초기에는 언어 때문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기술과 실력으로 승부를 건 결과 이곳에서는 황금을 만드는 ‘마이더스의 손’으로 통하고 있었다.

지난 18일 쇼핑몰 입구 노른자위에 자리잡은 양복점을 인터뷰를 위해 찾았다. 작업장은 한 사장과 아내 귀순씨, 그리고 아들 상현(26)씨의 땀이 배어 나오는 곳이었다. 가장 고참인 한 사장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양복 자켓을 한 땀 한 땀 바느질 하고 있었고, ‘중간급 기술자’인 아내 귀순씨는 중간 베테랑답게 드레스를 수선 중이었다. 양복 바짓단을 잘라내는 아들 상현씨의 손놀림도 능숙해 보였다.

한 사장 가족은 인천에서 양복점을 운영하다 “가정에 충실해야겠다”는 결심으로 11년전 버지니아주로 이민을 왔다.

“기존 양복점을 인수한 게 아닌 우리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맨 땅에 헤딩을 해야 했었어요. 고객층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첫 1년은 아예 매장에 작은 침대를 가져다 놓고 부부가 밤낮 교대로 일하며 고객을 확보했다. 고객과 깊은 대화는 안 통해도 기술은 통했다.

“손님들이 옷 수선이나 맞춤 양복을 보고서는 마술이라며 놀랄 때가 가장 행복해요. 이민 정착 무기가 기술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잘 오게 된 것 같아요.” 3년 전부터는 경찰의 꿈을 안고 대학에서 형사정책학을 전공한 아들 상현씨가 가업을 잇겠다며 돌연 진로를 바꿨다.

“떼 돈을 버는 직업은 아니지만 성실하면 미래는 충분히 보장된 비즈니스라 아들이 해보겠다고 했을 때는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했습니다. 컴퓨터가 아무리 발전해도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옷을 입고 사는 동안 이 업종은 사라질 수가 없죠. 아들에게도 고기를 잡아 주는 것보다는 잡는 법을 가르쳐 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들 상현씨도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이 만만치 않았다. “아버지 손재주는 정말 최고인 것 같아요. 아버지처럼 되는 게 꿈입니다. 지금은 빨리 기술을 배우는 게 첫 번째 이고요.”

한 사장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한 우물만 파는 우직함이었다. 직업뿐만 아니라 미국 정착 이래 첫 보험사, 이발사 등 지금까지 바뀐 적이 없다. 이런 그의 성품은 얼마 전 쇼핑몰 측과 10년 임대 재계약을 맺을 때 빛을 발했다. 보통은 입점 매장들이 몰 폐장 시간인 오후 9시 30분까지 영업을 해야 하지만 한 사장 매장만 유일하게 오후 7시까지로 단축시키는 데 성공했다.

“다른 사람은 변호사를 써도 힘든 일이거든요. 지금까지 몰 측과 쌓은 신용이 큰 힘이 됐습니다. 살면서 손해 본다고 생각하고 한 우물만 파는 성격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들 부자의 꿈은 앞으로도 고객의 옷을 만들고 고치는 한 땀에 최선을 다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 마당 뒷 뜰에 재배하고 있는 온갖 과일나무와 각종 야채 등도 작은 기쁨이다. 최근에는 시집 간 딸이 손주를 선물로 안겼다. 또 직접 기른 배추로 얼마 전 100포기 이상 김장을 하기도 했다.

“세상은 약삭빠른 사람이 당장의 이익을 얻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정직하고 성실하게 자기 길을 걷는 사람이 결국엔 승자인 거 같아요. 앞으로 아들도 ‘마술사’ 소리 듣는 재단사로 키워내면서 이렇게 살고 싶어요.”

이성은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