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점프 업 - 워싱턴DC] 아버지의 열정·추진력에 미래비전 '젊은 피' 더했다
'리브라더스' 父 이승만 회장 - 子 이라빈 상무
창립 35년만에 2세 경영체제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있고 특히 겸손합니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으면 회사 운영은 아마 나보다 더 나을 겁니다.”
경기 불황 등 각종 비즈니스 악조건을 뛰어넘고 30여년간 ‘식품’이라는 외길을 걸어온 미국내 최대 동양식품 유통사인 메릴랜드 하노버 소재 리브라더스 이승만 회장(73).
지난 2009년부터 착실히 경영 수업을 쌓고 있는 아들 이라빈(35) 상무를 옆에 두고 칭찬이 끊이질 않는다.
“76년 리브라더스를 시작한 뒤 지금껏 내 입맛을 거치지 않고 시장에 나가지 않은 품목이 없습니다. 식품의 특성상 직접 맛을 확인했고 몸으로 뛰었지요. 하지만 그 동안은 이러한 경영이 통했지만 앞으로는 바뀌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요.”
국·내외 5개의 계열사와 미국내 11개 매장, 1600개의 도매 어카운트, 리브라더스 또는 아씨 등의 자체 브랜드만도 4000여 가지에 이를 정도로 명실상부하게 식품 왕국을 건설한 그.
하지만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이 젊은 피를 필요로 했다.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향후 30년을 내다보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태어나 워싱턴 일원 명문사학인 조지타운 프렙을 거쳐 뉴욕대에서 마켓팅과 인터내셔널 비즈니스를 전공한 둘째 아들 이라빈 상무. 그는 지난 2001년 리브라더스의 서부 전초 기지인 코리안 팜을 통해 이버지 사업에 뛰어든지 10년만에 본격적인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됐다.
이런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믿음은 굳건하다.
“미국에서 태어나 영어 밖에 모르던 아이가 여기서 일하려고 한국말을 배우는 등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구요. 아직 고생하는 것을 이기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제법 믿음직해요, 나보다 더 잘할 겁니다.”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시선도 남다르다. “이버지는 누구보다 열정(passion)과 추진력(drive)이 강한 분이시죠. 힘들때 마다 그 벽을 넘어서는 방법도 알려주셨구요. 특히 돈을 벌면서도 30년간 이사 한번 없이 한 집에서 살아가시는 검소한 모습이 바로 제 자산이기도 합니다.”
2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들 부자가 딱히 우려하는 부분도 한가지 있다. 바로 세대차다.
이 회장은“ ‘세대차(generation gap)가 가장 걱정스럽다”면서도 조금씩 양보를 통해 줄여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라빈 상무는 “ 부모와 자식간에는 세대차와 더불어 이민 1세와 2세들은 문화차이도 존재하고 있다”면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관건이고 어려움”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향후 30년을 바라보는 미래 비전에 대한 생각은 일치했다.
미주 한인 시장을 넘어 이제는 실질적으로 인터내셔널 기업으로 성장하고, 미 주류 식품회사들과 승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매선을 더 다각화 하고 브랜드화를 통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스코와 웨그먼스 진출이 그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최근 극심한 경기 불황을 비롯 지난 30여 년간 부침이 심한 기업 환경 속에서도 매년 10% 이상 고속성장을 이루어낸 이 회장은 불황은 또 다른 도약의 디딤돌이었다고 말했다.
“저에게 불황은 없었습니다. 다른 기업이나 경쟁자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몸을 움츠릴때 우리는 과감한 돌파로 성장했습니다. 불황은 경쟁자들을 퇴보시키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IBM이나 소니가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이제는 삼성과 애플에 그 지위를 내줬듯이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이라빈 상무도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마음이 급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기업은 비즈니스가 계속 변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한 기업들이라며 리 브라더스가 앞으로도 식품사업을 계속 하겠지만 어쩌면 다른 분야로 탈바꿈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1세인 아버지가 닦아 놓은 가치와 자산 위에서 회사를 이끌어 가겠지만 기업은 변화를 통해야 한 단계 성숙해 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는 부작용을 초래 하듯 아버지의 말처럼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가겠다”고 말했다.
허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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