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점프 업 - 워싱턴DC] 한인사회 1.5세 시대 열렸다
한인회·직능단체 속속 입성
주류사회와의 소통 길 활짝
1세 아우르는 리더십은 숙제
지난 40여년간 1세들이 주름잡던 한인사회에서 그 동안 간간히 모습을 비추기만 하던 1.5세들이 어느덧 한인사회의 주류로 성장했다. 1.5세들은 그 여세를 몰아 최근 들어서는 잇달아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한인회장을 비롯 각 직능단체들을 이끌고 있다. 한인사회가 말로만 외치던 주류 사회와의 교감, 직접 소통이 일상 생활로 다가섰다.
세대교체의 바람은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한인회가 중심이다. 그동안 일부 한인 회장에 1.5세들이 등장, 바람을 몰고 오긴 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1.5세들의 발걸음이 거세지고 있다.
워싱턴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워싱턴 한인연합회. 35대를 이어오면서 1세들의 전유물이었던 연합회에 40대인 최정범(48, 사진)씨가 나서 무투표로 당선됐다. 새해부터 임기 2년의 활동을 시작한 그는 초등학교 6학년인 지난 1974년 도미했다. 현재는 백악관을 비롯 의회 등 미 정부기관 카페테리아를 운영하는 등 성공한 비즈니스 인으로도 꼽힌다.
한인사회와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문제가 첨예하던 지난 2008년 워싱턴 독도수호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인상적인 활동을 펼쳤다. 비즈니스를 통해 일군 네트워크를 한인사회와 접목시킨 것이다.
최정범 회장은 “1.5세는 1세와 2세들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1세들이 세워논 길 위에 2세들을 이끌면서 좋은 모습을 만들어가겠다. 이는 시대적 사명”이라고 말했다. 2세 조직을 꾸리기 위해 전 보스턴 시의원을 역임한 샘 윤 씨를 부회장으로 영입 하는 등 한인회 조직도 젊게 꾸려가고 있다.
버지니아 한인회 홍일송 회장도 1.5세에 가깝다. 올해 47세인 홍 회장은 1978년 도미 메릴랜드대를 수료했다. 그는 “1.5세들은 1세들의 초기 정착 과정을 지켜봤고 2세들과도 교류한다”면서 “양 쪽을 다 아우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홍 회장은 특히 “주류와의 소통은 늘상 해 온 일이었다” 면서 “1.5세의 한인회는 한인 사회의 발전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한인회와 더불어 워싱턴 일원 직능 단체들도 이미 1.5세로 넘어가고 있다. 체육회가 두드러진다. 워싱턴 축구협회 손태성 회장(55)을 비롯 메릴랜드 체육회 이창훈 회장(40), 워싱턴 야구협회 샘 정(48) 회장 등이 그들이다. 또한 워싱턴식품주류협회 차명학 회장을 비롯 워싱턴 한인봉사센터 헤롤드 변 이사장 등도 1.5세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앞서 워싱턴 한인사회에서는 전 워싱턴 상공회의소 손영석 회장을 비롯 메릴랜드 식품주류협회 및 전국 식품주류협회 회장을 역임한 김현주 회장, 메릴랜드 한인회를 거쳐간 한기덕 회장 등이 이미 1.5세의 토대를 닦아 놓기도 했다. 1.5세들의 진출은 필연적이기도 하다. 워싱턴 한인사회의 이민 역사가 길어지면서 1.5세, 2세들의 성장과 더불어 1세대들이 고령화로 한인사회 전면에서 자연스럽게 퇴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스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1.5세 한인회장 시대를 먼저 열었던 한기덕 전 메릴랜드 한인회장은 “1.5세대는 1세와 2세들의 교량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지만 마음과 나이만 젊다고 다 1.5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1.5세들이 한인사회의 중심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성실함과 함께 행정 및 재정의 투명성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명성이 없는 리더는 무늬만 1.5세로 한인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또 한인사회의 외연을 넓히는 역할과 함께 1세들이 이룩한 토대를 잘 보듬어 갈 수 있는 조정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허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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