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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점프 업 - 뉴욕] 딸 덕분에 미국인 고객 40%로 '껑충' 뛰었죠

'강석건설' 父 지윤구 - 女 제니퍼 지

'건축업계서 여자가 뭘 아냐' 핀잔에
이 악물고 남몰래 끊임없이 노력
이젠 없어서는 안될 중추적 역할


건축 전문잡지 ‘아키텍트(Architect)’는 최근 화려하고 웅장한 대형 건축물 대신 이례적으로 소규모 한인교회의 디자인을 소개했다.

이 잡지는 보스턴 한인사회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보스턴한인교회의 어린이 예배당과 교육센터에 주목했다. 교회 건물 옆으로 이어진 어린이 예배당은 대나무를 이용한 인테리어와 유럽 스타일의 새로운 자재를 이용해 어린이의 안전을 배려한 디자인에 높은 점수를 줬다.

새로운 시도로 건축잡지를 장식한 시공업체는 퀸즈 화잇스톤에 본사를 둔 강석건설. 이 업체는 한국과 미국에서 건축일로 잔뼈가 굵은 지윤구 사장과 1.5세 딸 제니퍼 지(한국이름 효정) 총괄매니저가 경륜과 패기로 신구 조화를 이루며 교회건축 전문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 사장이 35년간 쌓아 온 건축 노하우에다, 제니퍼 매니저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불경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 사장은 “뉴욕에서 보스턴까지 자동차로 4시간 거리에 있기 때문에 현장 인근에서 숙식을 하며 공사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한 만큼 보람도 크다”고 설명했다. 보스턴한인교회 프로젝트는 1만2000스퀘어피트 규모로 지하를 포함해 2층짜리였다.

지 사장은 이 같은 ‘보람’을 건축업계에 종사하는 최대의 덕목으로 여긴다. 어느 하나 쉽게 지은 건물이 없는 만큼 피와 땀이 묻어 있는 건물을 볼 때마다 자식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건축은 돈을 먼저 생각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하나 하나 프로젝트가 완성될 때마다 보람으로 여기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때 완성도도 높아집니다.”

지 사장의 이러한 생각은 딸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건축업계에서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았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새로운 도전정신이 생긴다는 것이 제니퍼 매니저의 설명이다. 이 분야에서 일한 지 8년이 지나면서 ‘프로’다운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건축물은 모두가 자기만의 특징이 있습니다. 예산에 맞춰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조사하고 자재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매력을 느낍니다.”

제니퍼씨가 젊은 여성으로 건축업계에서 커리어를 쌓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여자가 뭘 알겠냐’며 무시하는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이를 악물고 이겨냈다. 건축 관련 전시회가 열리면 무조건 달려가 하나 하나 건축일을 배워갔다. 건축 회사 담당자가 자재 이름 하나도 모르냐는 핀잔이라도 들을까 무서워 남몰래 끊임없이 노력해 온 것이다. 이제는 의뢰인을 만나 공사비를 흥정하고, 견적을 내고, 자재를 구입해 허가를 내기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베테랑 건축업자’로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그가 아버지의 대를 이어 건축업계에 뛰어든 것은 당연한 결과다. 어릴 때부터 현장을 오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랐고, 주변에도 건축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 그러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이다. 7살 때 가족을 따라 미국에 온 제니퍼씨는 럿거스 뉴저지주립대에서 조경설계를 공부했다. “잠시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은 꿈을 꾸긴 했어요. 의대 진학을 위해 공부도 했지만 프로젝트에 맞춰 현장과 사무실을 뛰어다니는 일이 어울린다는 것을 깨닫게 됐지요.”

2001년 대학을 졸업한 제니퍼씨는 설계사무실에서 사회 초년병으로 일을 배워갔다. 아버지와 함께 일하기 전에 사회를 먼저 깨닫고, 어려움도 겪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아버지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 뉴욕시 빌딩국을 출입하고, 기초적인 건축 업무 처리과정을 알아갔다. 이듬해부터 아버지와 함께 강석건설의 운영진으로 참여했다. 벌써 8년째 아버지와 함께 일하고 있는 제니퍼씨는 이제 없어서는 안될 강석건설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 사장은 “딸과 함께 일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서로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녀 지간을 떠나서 모든 업무를 스스로 처리하기 때문에 이제 회사를 아예 맡겨도 될 정도가 됐다. 조만간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한국과 미국 문화를 모두 이해하면서 미국사회로 확장하는 데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딸을 평가했다. 실제로 딸의 역할이 커지면서 미국인 고객이 전체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제니퍼씨는 “한인 하청업체는 정확한 계약조건이 없어도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정이 있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단점이 있다. 반면 미국인들은 정확한 계약조건에 맞춰 철저하게 움직인다. 이러한 두 문화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대처해 나간다면 양쪽 시장을 다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사업 비결을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 미국교회와 장애인시설 등으로 미국시장을 공략해 나가겠다”며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강석건설= 1992년 설립됐다. 98년 폭발사고로 붕괴된 뉴욕효신장로교회 재건축(2만2000스퀘어피트)을 비롯해 리틀넥에 있는 은혜교회(2만3000스퀘어피트·2003년), 뉴저지한인장로교회 등 비교적 규모가 큰 교회 공사를 맡았다. 교회 전문으로 알려지면서 퀸즈나 브루클린 등 미국교회 신축과 증축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인업체로는 거의 유일하게 장애인 시설 전문업체로도 인정을 받고 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뉴욕주 장애인복지 관리국과 연결, 일반 주택이나 건물을 장애인이 거주할 수 있는 시설로 바꿔 주는 것이다. 일반 주택이나 상용건물 등도 취급한다.

이중구 기자 jaylee2@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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