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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점프 업 - 뉴욕] 엄마가 쌓은 기반에 딸 아이디어로 '업그레이드'

맨해튼 네일살롱 '싱크핑크' 母 이은혜 - 女 스테파니 김

엄마가 하는 일 싫어 방황하다가 '내가 아니면 누가 도울까' 돌아와
현재 다운타운 등 3개 매장 운영…'페이스북' 마케팅으로 고객 소통


뉴욕 패션과 트렌드를 선도하는 맨해튼 소호의 한인 네일살롱 '싱크핑크(Think Pink)'. 관광객은 물론 예술가·기업가 등 다양한 고객층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곳에서 서비스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는 스테파니 김(34)씨는 직원교육은 물론 소셜네트워크사이트인 페이스북을 이용한 마케팅, 고객 챙기기 등으로 분주하게 하루를 보낸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미처 파악하지 못하거나 파악은 했어도 영어가 부족해 바로 서비스로 이어지지 못해 난감해하는 직원의 고민까지 처리해 주는 해결사 노릇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씨는 21년째 네일업에 종사하며 맨해튼에 3개의 싱크핑크 매장을 갖고 있는 이은혜 사장의 장녀다. 이 사장이 올 1월 세 번째인 소호 매장을 개설하면서 가업을 잇기 위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엄마가 하는 일이 싫어 떠나보기도 했다'는 김씨는 이제는 엄마가 닦아 놓은 튼튼한 기반에다 자신만의 마케팅 아이디어를 접목시키면서 브랜드화와 국제적인 프랜차이즈까지 염두에 둘 정도로 적극적이다.

◆방황과 깨달음= 김씨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는 많은 방황이 있었다. 김씨는 '네일살롱 레이디'는 안 되려고 했다고 한다. 삶의 터전을 닦아야 하는 이민 1세대로 너무 일만 하는 부모가 원망스럽기도 한 데다 두 살 때 이민 와 영어가 유창한 한인 2세로 미국인들이 아시안 네일살롱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남의 손발을 닦는 직업인 데다 TV 코미디 등에서 모국어로 수다를 떨며 고객 서비스는 무시하는 것으로 묘사되는 아시안 네일살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등이 싫어 네일업에만은 뛰어들지 않으려 많이 겉돌았다"고 말했다. 장사도 싫고 '엄마의 삶은 내 삶이 아니다'는 생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도 해 봤지만 역시 맏이로서 항상 마음은 편치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업계에서 '큰 사람'이 되어 있는 엄마도 어느날 이제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실 때 '아 우리 엄마도 늙는구나. 내가 아니면 누가 도울까'란 생각이 들더라. 소호 매장을 오픈을 앞두고 엄마가 도움을 요청해 오면서 이제는 엄마를 도와 가업을 이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 스스로도 4, 5살짜리 아이들을 둔 엄마가 된 것도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이유있는 경영수업= 김씨의 방황 속에서도 이 사장의 경영 교육은 꾸준히 이어졌다. 이 사장이 1989년 네일업에 뛰어들기 전 운영했던 브루클린 잡화점 매니저로 4년(2002~2006년)간 경영수업을 받게 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소호 매장 오픈을 앞두고 1년 동안 다운타운 매장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매니저 역할을 하도록 해 네일살롱의 분위기를 익히게 했다. 특히 네일 기술자들의 애환을 이해하고 직원 화합 도모와 문제 해결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사장은 "소호 매장은 스테파니가 관리를 맡기로 하면서 용기를 갖고 추진하게 된 매장이다. 우리 1세대와는 다른 젊음·패기·세련된 감각이 소호 매장의 분위기를 이끌어 가고 있어 아주 든든하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고객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매장의 가치를 더 높이고 있다. 이 사장은 "직원-고객 간의 통역은 물론 직원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고객의 니즈를 설명해 주면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당당한 모습으로 미국인 고객들을 맞고 거리낌 없이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은 물론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 사장의 좌우명은 '꿈은 꼭 이루어진다. 단, 계속 그 꿈을 꿔야 한다'는 것이다. 고급 레스토랑·의류매장· 패션가게 등이 즐비한 소호에 이 사장이 네일살롱을 오픈하는 데는 3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비싼 렌트도 걸림돌이였지만 뉴요커 그루밍족의 '아지트'라고 할 수 있는 소호에서의 장사는 그만큼의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일부러 돌아서라도 소호를 지나가며 딸 아이에게 엄마의 꿈을 얘기했고 아이러니하게도 경기침체 덕분에 그 꿈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제 그 꿈을 김씨가 이어가기를 바라고 있다. 2세의 패기로 한층 더 나은 꿈으로 승화시키기를 바라고 있다.

◆국제적인 프랜차이즈 목표= 김씨의 목표는 싱크핑크를 국제적인 브랜드·프랜차이즈로 키우는 것이다. 서비스에 만족하고 현지에 프랜차이즈를 오픈할 것을 종용하는 관광객들이 많은 것도 고무적이다.

김씨는 "고객들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8개월 전부터 페이스북에 홈페이지도 만들고 국경과 거리·시차를 넘나드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웹사이트도 처음 개설하고 업데이트 중"이라고 말했다.

아시안 네일살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기 위한 직원 교육도 중요한 과제다.

김씨는 "전문성을 갖춘 네일살롱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직원들이 고객을 대하는 태도·영어교육 등에 꾸준히 신경을 쓸 생각이다. 엄마가 쌓아놓은 시스템에 나만의 색깔을 입혀 한층 업그레이드된 싱크핑크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싱크핑크= 이은혜 사장(시누이·55)과 제니퍼 이 총매니저(올케·51)의 철저한 상호보완 관계로 성공시킨 합작품이다. 1989년부터 브루클린에서 '핑크네일'이라는 이름으로 토털스파 매장을 운영해 오다 1999년 맨해튼으로 진출하며 이름을 싱크핑크로 바꿨다. 현재 소호(455 W 브로드웨이)를 비롯해 미드타운(41 W 58스트릿)과 다운타운(445 아메리카애브뉴) 등에 3개 업소를 운영 중이다.

최희숙 기자 hs_ny@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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