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점프 업 - LA] '1세 경영정신 + 2세 전문성'으로 시너지 효과
그로서리·캔디업체 '코아멕스' 父 김용환 회장 - 子 패트릭 CEO·찰스 대표
큰아들에겐 대외업무, 작은아들은 회계…보통 기업과 달리 가업 승계 일찍 시작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고들 흔히들 말한다. 한국에서 이민와 맨손으로 시장을 개척해 부를 일군 한인 1세가 미국에서 성장한 2세에게 물려줄 때는 더욱 그렇다. 이민자 부모가 그간 쌓아놓았던 인맥, 경영 방침 등이 언어나 문화 등의 장벽에 부딪혀 계승되기 보다는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평생을 쌓아온 부모의 가업을 섣불리 이어받은 자식들이 송두리채 사업체를 망치는 경우도 종종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 ‘수성’을 위한 체계적인 노하우가 필요한 시점이다.
캔디 하나로 주류시장을 뚫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코아멕스’는 아버지의 가업이 아들들에게 잘 계승된 대표적인 한인 기업이다. 코아멕스는 LA다운타운을 비롯, 인더스트리, 온타리오, 파라마운트, 할리우드, 가디나, 샌타애나 등 남가주에서 9개의 도매점을 갖고 있는 대형 그로서리·캔디 도매업체. 한인업체로는 10여년 전에 거의 유일무이하게 컨벤션 산업에 진출해 꾸준히 성과를 일궈오고 있는 진취적인 기업이기도 하다. 개최 연수가 15년째인 ‘코아멕스 그로서리&캔디 엑스포’는 참가 업체가 많아지면서 수년전부터 행사장을 아예 LA컨벤션센터로 옮겨 본격적으로 열고 있다.
처음에는 바이어를 확보하고 판매망을 확대하기 위해서 시작한 이 컨벤션은 현재 농심 오리온 자연나라 등 한국 및 한인업체를 포함해 네슬레 허쉬 M&M‘s 등 80여개의 식품회사가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로 성장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 코아멕스의 김용환 회장은 ‘뚝심있는 승부사’로 통한다. 아이들이 먹는 캔디를 팔아 돈을 벌겠다는 발상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그것 하나로 사업을 계속해 키워왔기 때문이다. 또 유통망 개발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캔디 엑스포’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것도 큰 힘이 됐다. 초기에는 리커스토어 등 한인 위주의 바이어에서 지금은 2500여명의 소·도매업 관계자들이 방문해 업계와 신제품 트렌드를 파악하는 행사로 키워냈다.
매년 수천가지의 신상품이 쏟아지고 유행에 민감한 업계 특성에도 불구, 지금까지 사업을 이끌 김 회장은 “캔디에도 유행이 있다”는 말로 사업 철학을 설명한다. 식품 도·소매업, 마켓, 리커 스토어, 주유소, 식당, 99센트 스토어 등 다양한 업종에 맞는 품목을 개발한 것이 바이어들의 구매 심리와 딱 맞아 떨어진 것이다.
매년 수시로 베스트셀러 상품이 바뀌는 업종 특성상 김 회장의 유연한 판단과 과감한 투자는 성장에 밑거름이 되었다.
그는 박리다매 전략에다 지역별로 유통망을 확장하면서 ‘세일즈 볼륨’을 키웠다. 또 업주들에게 내년에 유행할 신상품 정보를 알려주고 판매자와 원스톱 계약을 추진했다. 일반 브로커를 거치지 않아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대량으로 공급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유통망을 무기로 고국통신 판매에도 뛰어들었다. 추석이나 연말을 앞두고 한국에 선물을 보내려는 한인들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갈비및 정육세트 수산물세트 과일세트 한과세트 양주및 전통주 선물세트 등 30~300달러대로 종류와 가격이 다양한 상품들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사업체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김 회장은 대신 사재 500만달러를 털어 장학사업과 비영리 단체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김용환 재단’을 설립했다. 한미연합회(KAC) 등 한인 비영리 단체들에 잇따라 자금 지원을 하며 커뮤니티 환원에 대한 의지도 뚜렷히 했다.
이와함께 김용환 회장은 보통 한인 기업들과 달리 가업 승계를 일찍 시작했다. 보통 부모의 사업이 은퇴를 앞둔 시점에 자녀들에게 계승되는 것과 달리 사업이 초창기 비약적으로부터 발전할 때부터 사업의 기본을 아들들에게 가르친 것이다. 10여년이 넘게 공동으로 경영을 해 온 지금, 김회장은 두 아들 패트릭과 찰리에게 각각 CEO와 사장 자리를 물려주고 사실상 은퇴를 한 상태이다. 대외 업무는 큰 아들 패트릭에게, 회계 및 자금운영은 둘째 아들 찰리에게 업무를 분담시킨 것이다.
캘스테이트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한 찰리 김 사장이 코아멕스에 발을 내딛게 된 것은 약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바로 코아멕스에서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회사 전반적인 운영상태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도매상에서 취급하는 식료품과 생활용품이 어떻게 유통되는 지 물류 네트워크를 꼼꼼히 살피면서 배웠다.
“최고의 멘토는 아버지입니다.” 찰리 김 사장은 아버지의 세심한 업무 태도에게서 대부분의 일을 배웠다. 회계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공부를 해본 적도 없지만 아버지를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장부를 도맡아서 배웠다.
찰리 김 사장은 아버지로부터의 경영 수업을 이렇게 요약했다.
“가업을 물려받으면서, 특히 경영자인 아버지가 비즈니스를 처음 배우는 과정에서 멘토 역할을 해주신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웠죠. 평생동안 쌓아오신 사업 노하우를 아낌없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때로는 쓴소리가 쏟아질 때도 있지만 전혀 싫지 않았어요.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의 개선점들을 찾아나가려고 노력합니다.”
아들들이 경영에 뛰어들면서 코아맥스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미국 업체들과의 거래가 급속도로 늘었다. 1세식 경영 마인드와 2세의 전문성과 언어 역량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창업주인 아버지에게서 많이 배우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봐 늘 자신을 채찍질 해온 아들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버지 김용환 회장의 창업 정신을 이어받은 찰리 김 대표는 앞으로의 코아멕스 비전을 “성장”으로 꼽았다. 대표적인 한인 그로서리 및 캔디업체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배고프다”는 것이다. 치열해지는 물류 경쟁과 업계 각축전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아들들의 각오는 다부졌다. “아버지가 손수 일궈내신 기업을 잘 이어나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죠. 그렇지만 결코 두렵지는 않습니다. 코아멕스를 더욱 성장시켜서 가업을 물려주신 아버지가 아들들을 자랑스럽게 여기실 수 있도록 할겁니다.”
한국어보다는 영어가 훨씬 편한 이들에게 앞으로 코아멕스의 미래는 한인 최고의 유통업체가 아닌 미국 최대의 그로서리·캔디 유통업체로 성장시키는 일이다. 새로쓰는 도전의 역사에 오늘도 삼부자는 열심히 뛰고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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