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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가 달에 산다는 이야기, 고구려 벽화에도 나오죠

2011년 새해는 신묘년(辛卯年) '토끼의 해'입니다. 옛 사람들은 토끼를 통해 지혜와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만물의 생장.번창.풍요를 상징했죠. 전통문화 속 토끼는 몸집은 작지만 영특한 동물로 그려집니다. 위기를 돌파해가는 '꾀보 토끼'의 이미지는 전통예술 곳곳에 스며있죠. 토끼가 포함된 '십이지신(十二支神)'은 한.중.일 공통의 문화코드이기도 합니다. 고구려 고분벽화부터 조선후기 판소리와 민화까지 면면히 유전되는 토끼의 상징성을 살펴봅니다. 배영대 기자

고구려 벽화 속 토끼

달과 토끼의 관계가 긴밀하고 유구하다. 달을 토월(兎月)이라고도 부르는데 달 속에 토끼가 살고 있다는 전래의 민간의식에서 유래한다. 고구려 벽화에서부터 확인된다. 고구려 벽화에는 토끼와 두꺼비 계수나무가 한 조합으로 등장한다. 동요 작곡가 윤극영이 1924년 만든 '반달'이라는 노래는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을 반영하고 있다. '푸는 하늘 은하수 / 하얀 쪽배엔 / 계수나무 한 나무 / 토끼 한 마리 / 돛대도 아니 달고 / 삿대도 없이 / 가기도 잘도 간다 / 서쪽 나라로'. 그냥 나온 가사가 아니다. 옛날 사람들은 달 속에 영원한 생명의 이상향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고구려 고분이 많은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 지역의 장천 1호분(5세기 후반) 벽화에 토끼가 나온다. 달에서 방아를 찧는 모습의 옥토끼가 두꺼비와 함께 표현되어 있다. 평양 지역의 덕화리 1.2호분 개마총 진파리 1.4호분 내리 1호분 등에도 옥토끼가 등장한다. 이 토끼가 찧고 있는 것은 보통의 떡이 아니라 좀 더 특별한 것 같다. 고구려 벽화 속 토끼는 달의 정령으로서 불사약을 제조하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달 속 계수나무는 불사목(不死木)이다. 계수나무의 어린 껍질과 어린 가지는 예로부터 혈액순환과 해열에 주요한 한약재로 사용됐다. 달 속 토끼가 찧는 선약의 재료가 계수나무인 셈이다. 조선 후기 한글 고소설 '별주부전'에서 별주부가 남해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의 생간을 구하려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토끼의 간 역시 불로장생의 영약으로 믿었던 것이다.



신라 토우.수막새 고려 고분.향로의 토끼

신라 토우에서 보이는 토끼의 모습(사진)이 특이하다. 뛰어오르는 듯 긴장한 동작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흙으로 만든 토끼가 귀를 쫑긋 세우고 금방이라도 뛰어나갈 것만 같다. 토끼는 인도의 고대 범어(梵語)에서부터 달의 다른 이름으로 쓰였다고 하는데 그때의 의미에는 뛰어오르는 동작도 포함됐었다고 한다.

통일신라의 수막새에도 토끼가 나온다. 뚜껑이 닫힌 항아리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에는 토끼가 왼쪽에는 두꺼비가 항아리의 뚜껑을 여는 형상이다. 동그란 모양의 수막새는 그 자체가 달이다. 토끼와 두꺼비는 달을 지키는 동물이며 항아리는 불로장생의 약 항아리로 해석된다. 김유신 장군 묘의 십이지신상에서도 당연히 토끼가 포함된다. 머리는 토끼이고 몸은 사람의 형상이다. 갑옷을 입고 오른손에 긴 방패 왼손에는 단검을 들고 있다.


고려 고분인 수락암동 1호분의 십이지신에서도 토끼를 볼 수 있는데 통일신라 시기의 십이지신 모습이 인신수두(人身獸頭)인 것과 달리 사람의 관모 장식을 하고 있다. 고려 청자 칠보투각향로는 세 마리 토끼가 떠받치는 구조다. 토끼 위에는 연꽃 무늬가 다시 그 위에는 둥근 달이 조형되어 있다.
역사 자료 속 토끼
우리 역사 기록에 토끼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고구려 6대 대조왕 25년(기원 후 77년)이다. 『삼국사기』에 전해진다. 그해 10월 부여국에서 온 사신이 뿔 3개가 있는 흰 사슴과 꼬리가 긴 토끼를 바쳤고 고구려 왕은 이것이 상서로운 짐승이라 해서 죄수를 풀어주는 사면령을 내렸다는 기록이 나온다. 고려 제8대 현종 2년(1011년) 5월에는 서경(평양) 사람이 머리 하나에 몸뚱이가 둘 달린 토끼를 왕에게 바쳤고 제26대 충선왕 1년(1309년) 8월에는 토끼가 왕궁인 수녕궁에 나타난 것이 화제였다는 기록이 『고려사』에 전한다.
지혜와 꾀의 상징
토끼가 거북이를 따라 용궁에 갔다가 빠져나오는 '별주부전' 이야기는 『삼국사기』에도 나오는 민족 설화다. 신라 제29대 태종무열왕이 되는 김춘추(604 ~ 661)가 외교사절로 활약할 때 고구려에 도움을 청하러 갔다가 정탐꾼으로 몰려 죽게 되었을 때 일이다. 김춘추는 보장왕의 총신 선도해에게 뇌물을 바치고 살려주길 부탁했다. 이때 선도해가 넌지시 말한 것이 바로 '별주부전'에 관한 기록이다. 김춘추가 토끼한테 배워 위기를 극복했다는 이야기인데 토끼가 지혜로움과 슬기의 상징으로 해석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경상북도 문경시 '토끼비리'라는 지명의 유래는 흥미롭다. 토천(兎遷)이라고도 부른다. 고려 태조가 이 지역에서 진퇴양난의 어려움에 처했을 때 토끼가 절벽을 따라 뛰어가며 길을 안내했다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온다. 고려 태조 왕건이 견훤의 후백제를 치기 위해 군사를 이끌고 백두대간을 넘어 고모산성 부근에 도달했을 때 더 이상 진군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토끼 한 마리가 벼랑을 타고 달아났다. 왕건은 군사들을 이끌고 토끼가 간 길을 따라 진군해 무사히 이 구간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 후 '토끼길'이란 뜻으로 토천이라 불렀다고 한다. 문경 사람들은 토끼비리라고 부른다. 비리는 문경 지역 방언으로 벼랑으로 풀이된다.
불교 속 토끼 희생의 이미지
불교 설화에서 토끼는 자기 희생의 상징으로 묘사돼 있다.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에 제석천(帝釋天: 불교의 수호신)을 위해 스스로를 소신공양하는 토끼의 이야기가 나온다. 제석천이 노인으로 변신해 여우.원숭이.토끼에게 먹을 것을 청했을 때 여우는 생선을 원숭이는 과일을 가져왔으나 빈손으로 돌아온 토끼는 불 속에 제 몸을 던져 제석천을 공양했다는 이야기다. 토끼의 소신공양에 감동한 제석천은 토끼의 형상을 달에 새겨 후세의 영원한 본이 되게 하였다고 한다.
양산 통도사 수원 팔달사 등의 벽화에는 거북이 등에 탄 토끼 모습을 볼 수 있다. 불교에서 토끼의 이미지를 중시했음을 방증한다. 토끼가 희생제물이 되어 병자를 고쳤다는 이야기는 민간전설로도 전해진다.
조선 후기 예술과 토끼

조선 후기 문학.음악.미술에 토끼가 자주 등장한다. 판소리 여섯 마당이나 열두 마당 가운데 하나인 '수궁가' 한글 고소설인 '별주부전'이 대표적이다. 잡가의 하나인 '토끼타령' 판소리계의 동물 우화소설인 '토끼전'도 빼놓을 수 없다.
조선 후기 미술 가운데 토끼 그림으로는 조영석(1686~1761)의 '암하춘토(巖下春兎)' 변상벽(1730~?)의 '토끼' 최북(1712~1786)의 '추토(秋兎)' 김득신(1754~1822)의 '추계유금(秋谿遊禽)' 등을 꼽을 수 있다. 김홍도(1745~?)가 그린 8폭 영모 병풍에도 토끼가 등장한다.
호랑이와 토끼를 함께 그린 그림들도 주목할 만하다. 심사정(1707~1769)의 '황취박토(荒鷲搏兎)'와 '호취박토(豪鷲搏兎)' 최북의 '호취응토(豪鷲凝兎)' 등이다. 호랑이에게 쫓기는 토끼의 모습을 그렸다. 이 같은 흐름은 조선 말기의 민화로 이어지면서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변화해 간다. 호랑이에게 담뱃대를 들이대며 담배를 권하는 토끼(사진)를 묘사하기도 한다.
조선 후기의 각종 문자도(文字圖)에도 토끼가 등장한다. 대개 부끄러움을 뜻하는 '치(恥)'자에 매화와 함께 그려진다. '치'자에는 충절과 절개로 유명한 백이.숙제의 고사를 담고 있다고 한다. 토끼의 이미지가 확장되는 느낌이다. 이 밖에 토끼가 물고기.새.거북이 등과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민화도 전해진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민초들의 꿈을 익살과 해학으로 승화시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도움 받은 책=『십이지신 토끼』(책임편집 이어령 생각의나무 2010년 11월 출간) 자료 제공=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 이원복 국립광주박물관 관장 생각의나무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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