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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금융위기 발빠른 대처…이례적 순익 행진

창립 30주년 윌셔은행 고석화 이사장·조앤 김 행장
"인수·합병은 더 두고봐야
재도약 위한 기반 다질 것"

윌셔은행이 오늘(30일)로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한인 자본으로 설립된 한인 은행으로는 최장수이다. 설립 초기에는 한인 투자자 지분이 많지 않아 한미은행(1982년 12월)이 첫번째 한인은행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은행을 설립한 초대 이사진 가운데 4명이 한인이었고 한인 직원들이 한인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했으니 최초의 한인 은행은 윌셔라고 보는 데 무리는 없다는 판단이다. 고석화 이사장과 조앤 김 행장을 만나 30주년 소회를 들었다.

윌셔가 한인은행가에서 자산규모 기준 최대은행이 된 건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많은 수의 은행들이 적자 행진을 기록할 때도 홀로 수익을 내더니 작년에는 미래은행을 인수, 이에 탄력을 받아 지난 연말 마침내 ‘1등 은행’이 됐다.

하지만 그 시작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윌셔는 한인사회가 가진 포텐셜에 주목한 유태인과 한인 투자자들이 400만달러의 자본금을 모아 1980년 12월30일 문을 열었다. 이 은행이 연간 기준으로 첫 수익을 기록하기 까지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고 이사장에게) 윌셔은행 이사장으로 25년째다.

“한인 기업들을 위한 한인 은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커지던 1986년 윌셔 이사들의 설득에 이사장으로 합류했는데 당시 내부적인 문제가 적지 않았다. 1990년 은행이 감독국으로부터 강력한 행정제재를 받고 증자를 해야 할 때 공장 설립을 위해 준비해 둔 자금을 은행에 투자했다. 위궤양에 걸릴 정도로 고민이 많았는데 여기까지 왔다. 잘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웃음)”

이후 서서히 영업력을 끌어올린 윌셔는 지난 2001~2007년의 6년간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당시 25%를 넘나드는 자본수익률(ROE)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기간 윌셔는 3차례의 주식 분할과 3차례의 주식배당을 실시, 주주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경제 위기가 터진 후에도 윌셔는 발빠르게 대처, 김 행장이 취임했던 2008년 1월부터 지난 9월말까지 2년9개월 동안 누적 순익 4473만를 기록했다.

▶나라와 중앙이 합병하면 더이상 1위가 아닌데

“개인적으로는 한인은행가 전체에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끼리 경쟁해봤자 주류사회에서 보기엔 다 같은 한인 은행이고, 남가주 한인 은행들 모두 합쳐봤자 200억달러도 채 되지 않는다. 한곳이 잘못되면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 개인적으로는 1등 은행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다르다. 돌아보면 윌셔가 3위, 4위였을 때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도전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불경기를 지나며 기반이 탄탄하지 않다면 규모가 크더라도 관리할 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은행가에 윌셔가 인수합병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은데

“향후 2년간 경제상황이 큰 기대를 하기 힘들다. 기본적으로는 업무 처리 절차를 효율적으로 하고 기반을 탄탄히 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지금 윌셔는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혹시 모를 기회가 올 때를 대비한다는 측면도 있다.” (고 이사장)

“내년부터는 체질이 강한 은행과 약한 은행의 차이가 더욱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본다. 잘 준비가 돼 있어야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준비했기에 미래은행 인수도 성공할 수 있었다. 당분간 자체성장은 힘들테니 다른 방법으로 성장을 해야 할 것이고, 그런 면에서 착실히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김 행장)

윌셔은행은 30주년을 맞아 거창한 행사를 여는 대신 LA, 뉴욕·뉴저지, 댈러스 등 3개 지역의 비영리단체에 각 1만달러씩 총 3만달러를 기부했다. “고객 덕분에 은행이 30살 생일을 맞을 수 있었고 그사이 최대 규모의 한인 은행이 됐으니 고객들을 대신해 기부를 하자는 생각이었다”는 게 김 행장의 설명이다.

고 이사장은 “30주년의 주역은 열심히 일해 준 직원과 그 가족들 그리고 은행을 믿고 거래해 준 고객들”이라며 한인사회 성장에 기여하는 은행으로 커나갈 것을 약속했다.

염승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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