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금융위기 발빠른 대처…이례적 순익 행진
창립 30주년 윌셔은행 고석화 이사장·조앤 김 행장
"인수·합병은 더 두고봐야
재도약 위한 기반 다질 것"
윌셔가 한인은행가에서 자산규모 기준 최대은행이 된 건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많은 수의 은행들이 적자 행진을 기록할 때도 홀로 수익을 내더니 작년에는 미래은행을 인수, 이에 탄력을 받아 지난 연말 마침내 ‘1등 은행’이 됐다.
하지만 그 시작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윌셔는 한인사회가 가진 포텐셜에 주목한 유태인과 한인 투자자들이 400만달러의 자본금을 모아 1980년 12월30일 문을 열었다. 이 은행이 연간 기준으로 첫 수익을 기록하기 까지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고 이사장에게) 윌셔은행 이사장으로 25년째다.
“한인 기업들을 위한 한인 은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커지던 1986년 윌셔 이사들의 설득에 이사장으로 합류했는데 당시 내부적인 문제가 적지 않았다. 1990년 은행이 감독국으로부터 강력한 행정제재를 받고 증자를 해야 할 때 공장 설립을 위해 준비해 둔 자금을 은행에 투자했다. 위궤양에 걸릴 정도로 고민이 많았는데 여기까지 왔다. 잘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웃음)”
이후 서서히 영업력을 끌어올린 윌셔는 지난 2001~2007년의 6년간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당시 25%를 넘나드는 자본수익률(ROE)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기간 윌셔는 3차례의 주식 분할과 3차례의 주식배당을 실시, 주주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경제 위기가 터진 후에도 윌셔는 발빠르게 대처, 김 행장이 취임했던 2008년 1월부터 지난 9월말까지 2년9개월 동안 누적 순익 4473만를 기록했다.
▶나라와 중앙이 합병하면 더이상 1위가 아닌데
“개인적으로는 한인은행가 전체에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끼리 경쟁해봤자 주류사회에서 보기엔 다 같은 한인 은행이고, 남가주 한인 은행들 모두 합쳐봤자 200억달러도 채 되지 않는다. 한곳이 잘못되면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 개인적으로는 1등 은행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다르다. 돌아보면 윌셔가 3위, 4위였을 때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도전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불경기를 지나며 기반이 탄탄하지 않다면 규모가 크더라도 관리할 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은행가에 윌셔가 인수합병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은데
“향후 2년간 경제상황이 큰 기대를 하기 힘들다. 기본적으로는 업무 처리 절차를 효율적으로 하고 기반을 탄탄히 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지금 윌셔는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혹시 모를 기회가 올 때를 대비한다는 측면도 있다.” (고 이사장)
“내년부터는 체질이 강한 은행과 약한 은행의 차이가 더욱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본다. 잘 준비가 돼 있어야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준비했기에 미래은행 인수도 성공할 수 있었다. 당분간 자체성장은 힘들테니 다른 방법으로 성장을 해야 할 것이고, 그런 면에서 착실히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김 행장)
윌셔은행은 30주년을 맞아 거창한 행사를 여는 대신 LA, 뉴욕·뉴저지, 댈러스 등 3개 지역의 비영리단체에 각 1만달러씩 총 3만달러를 기부했다. “고객 덕분에 은행이 30살 생일을 맞을 수 있었고 그사이 최대 규모의 한인 은행이 됐으니 고객들을 대신해 기부를 하자는 생각이었다”는 게 김 행장의 설명이다.
고 이사장은 “30주년의 주역은 열심히 일해 준 직원과 그 가족들 그리고 은행을 믿고 거래해 준 고객들”이라며 한인사회 성장에 기여하는 은행으로 커나갈 것을 약속했다.
염승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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