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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무는 한인 사건 해부-2] '영혼의 노숙자' 중년 남성

대화상대 없어…가정마저 무너지면 '벼랑 끝으로'
한국보다 경제적 부담 더 커
전체 남성의 15%가 우울증
한번 삐끗에 자포자기 쉬워

이민와서 40대 후반~ 50대가 된 한인 남성들은 여느 가장처럼 일하고 돈을 벌어 가정을 지켜야 한다.

사실 이 나이대는 일생에서 경제적으로 빛나는 시기다. 돈을 가장 많이 벌기도 하고 가장 많이 쓰기도 한다. 또 사회적으로 가장 왕성한 시기로 권위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이민 1세대인 이들의 '영역'은 좁다. 가정 내에서 한인사회 내에서 일 뿐이다. 말이 안 통하고 사회 시스템은 낯설다. 또 인간관계도 한국에서 살 때보다 매우 제한적이다. 자칫 가정적으로 경제적으로 한번만 '삐끗'하면 모든 게 무너질 수 있다. 책임감 조바심 소외감.

의지할 곳이 없는 객지에서 가정을 지키고 사회생활을 지탱해야 하는 이들은 과중한 부담속에 '영혼의 노숙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자포자기식 극단 행동은 여기서 시작된다.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한인사회 살해와 자살 사건의 상당수도 바로 이들 40~50대에 의해 벌어진다.

전문가들은 가정적인 문제와 경제적인 어려움이 한인사회의 40~50대 남성들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도의 차이만 다를 뿐 같은 고민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 특히 이런 고민은 우울증으로 가기 쉽고 언제든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버지니아에 사는 육사 출신의 40대 한인 가장이 아내와 딸을 살해하고 체포된 바 있다. 또 7월에는 50대의 한인이 건물주와 임대료를 다투다 건물주를 총격 살해하고 본인도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었다.

카이저병원의 수잔 정 정신과 전문의는 "전체 남성 가운데 15% 가량이 우울증을 갖고 있는데 주로 45세 이후에 많이 나타난다"며 "한인 남성들의 경우 이를 감추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경향이 많다"고 강조했다.

더군다나 이처럼 자신이 모든 것을 바쳐 지키던 것들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평소 아내나 자녀들과의 대화가 단절돼 지내는 것도 40~50대 한인 남성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영무 씨 살해.자살 사건에 대해서도 그를 지탱하던 가정이 무너지고 경제적인 압박이 더해지며 외부와 단절돼 '고립'된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족과 나를 동일시 하는 집단주의가 무너지자 자포자기하는 심정에 빠진 것이다.

김태경 임상심리학박사는 "최 씨는 전처를 숨진 현 남편에게 '뺏겼다'라는 피해의식을 느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며 고립돼 마지막 결심을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인가정상담소의 김경희 카운슬러 매니저도 "한인 이민사회에는 '가족=나'라는 집단주의가 강한 만큼 이것이 무너질 경우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끔찍한 결과를 낫게 됐다"고 말했다.

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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