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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건물 잇따라 들어서

안나 김의 할렘에서 월스트릿까지 <13> 하이라인과 첨단 빌딩
맨해튼 첼시 하이라인파크 들어선 후부터

첼시의 공중철도 공원 ‘하이라인’의 20스트릿 출입구에서 내려 남서쪽 허드슨강 근처로 가면 근래 속속 들어서는 멋진 건축물의 경연대회를 감상할 수 있다. 18스트릿과 웨스트사이드 하이웨이가 만나는 곳에 있는 건물도 그 중 하나다.

공식명은 ‘IACInter Active Corporation’ 헤드쿼터 빌딩인데 나는 이 건물을 ‘부처님 손바닥 빌딩’이라 부른다. 이 건물을 북쪽 귀퉁이에서 보면 손오공이 아무리 날아도 못 벗어나던 거대한 부처 손바닥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뮤지엄으로 유명한 스타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작품이다.

대형 금속판을 이리저리 구기고 붙여 거대한 조형물을 만드는 그의 대표작들을 떠올린다면 이 작품은 좀 얌전해서 ‘어라, 알고 보니 프랭크 게리네?’ 하게 된다. 이 건물은 박물관이나 공연장 같은 용도의 기념비적 건물이 아니라 사무용 건물이기 때문이다.

이 부처님 손바닥 건물은 해체주의적인 작품이라 불린다. 그리고 낮보다는 밤에, 뱀처럼 구불구불한 글래스커튼 월, 유리와 금속으로 시공하는 방법으로 외관이 유려하고 안이 훤히 밝혀지면 더 아름답다. 물론 나는 시공사가 저 창문 유리 하나하나 구부리느라 ‘참 귀찮았겠군’ 따위의 생각을 하지만.

2009년 하이라인파크 개통 후 가뜩이나 인기 있는 이 동네가 더욱 야단법석이 되었다. 정말 우후죽순처럼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색색의 삼베천으로 만든 조각보 같은 건물(100 11th Ave.)이 부처님 손바닥 빌딩 바로 머리맡에 높다랗게 들어섰다. 거장의 바로 옆자리라 참 신경 썼나 보네. 이 경쟁의식 가진 건축가, 누구인가 했다. 알고 보니 연배만 약간 밀릴 뿐 그다지 그 명성에 꿀릴 것 없는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장 누벨이었다.

장 누벨은 프랭크 게리 만큼 기념비적인 디자인을 하진 않지만 그 역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 건물은 상업적으로 공간을 팔아야만 하는 고급주거 빌딩인지라 단위면적 하나하나가 돈이다. 그래서 건물이 올라간 모습 자체는 둥그스름한 직사각형 모양으로 평범하다. 결국 디자인 요소를 건물 유리창에 집중했다. 결과는 파스텔 색감의 스테인드글라스로 건물에 퀼트를 한 느낌이랄까? 참 예쁘기 짝이 없다.

대가가 지은 건물은 그 디자인 철학을 잔뜩 부여하느라 안에서 사는 사람은 엄청 고생한다는 정설이 있다. 심지어 한국의 대표 건축가 승효상씨의 이야기도 그렇다. 모든 사람이 찬사를 보내는 집에서 사는 부인이 “남들에겐 제발 이렇게 불편하게 집 지어주지 말라”며 잔소리 누누이 하신다는 기사를 읽고 한참을 낄낄거렸던 적이 있다.

장 누벨도 마찬가지다. 이 건물은 주상복합도 아니고 초고층도 아닌 23층짜리 순수 주거 빌딩이다. 강가에 사는 사람들은 신선한 강바람을 들이마시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구다. 하지만 이 빌딩은 조각보 유리 가운데 아주 작은 것만 그것도 활짝 여는 게 아니라 밀어서 몇 십도 정도로만 빼꼼히 열리게 설계돼 있다.

그걸로 허드슨강의 공기를 얼마나 느낄 수 있을까? 아무리 앞서가는 디자인이라도 기본적인 기능을 구현하지 못하면 쓸모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예쁘다고 별 모양 바퀴 달린 자전거 타다간 엉덩이가 엉겅퀴 된다.

☞안나 김은 한양대 도시공학과 졸업 후 LG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다 컬럼비아대학원에서 부동산개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뉴요커도 모르는 뉴욕’(한길아트)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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