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된 공항철도 시승기, 서울역서도 탑승 수속…짐까지 한꺼번에 해결
리무진 버스료의 절반 안돼…30분 간격으로 직통 열차도
4개 국어로 안내방송…와이파이 공유기 시설도
◇비용 절감에 시간 절약도
"띠리리리링." 지난 14일 오후(한국시간) 코레일 공항철도 김포공항역. 지하로 길게 뻗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신호음과 함께 열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섰다. 이내 '이번 열차는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시험 운행중인 열차라 탑승할 수 없다'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개통을 앞두고 막바지 열차 점검이 한창이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한국의 지하철은 새롭다.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로 북적거리는 대기장소에는 이중문과 안전벽이 설치돼 있다. 추락사고를 방지하고 대기 장소의 공기를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함이다. 안전함이 느껴진다.
대기장소에 설치된 전광판에 다음 열차의 도착 예정 시각과 현재 시간이 표시돼 있어 기다림이 덜 지루하다. 노란 지하철표는 사라졌고 전자식 교통카드가 사용된다.
이번 코레일 공항철도의 개통으로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시간과 비용이 대폭 절감됐다. 미주 한인들이 인천공항에서 서울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서 타는 리무진 버스의 경우 일반은 1만원 고급은 1만5000원 정도의 비용이 들고 서울 시내까지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택시는 더 비싸다. 인천공항에서 도심까지 택시비는 약 6만원선. 여기에 신공항 고속도로 톨게이트 비용 7500원이 추가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서울역에서 공항까지 약 58㎞ 구간의 개스비는 1만원 정도가 들고 역시 톨게이트 비용이 추가된다. 복잡한 서울의 교통 상황을 고려하면 공항에서 서울 시내까지 이동 시간은 1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그러나 코레일 공항철도측에 따르면 인천공항에서 서울역까지 구간은 3700원 김포공항까지는 3300원이며 시간은 각각 53분 33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3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서울역에서 인천공항 간 직통 열차(1만 3300원)의 경우 일반 열차보다 운행 소요 시간이 10분 정도 더 단축된다. 게다가 서울역에는 도심공항터미널이 생겨 비행기 탑승 수속은 물론 짐까지 부칠 수 있어 편하게 인천공항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단돈 3달러면 서울의 교통체증 걱정없이 무거운 짐을 끌고 지하철을 타야하는 부담도 사라지는 것이다. 특히 서울역은 KTX 김포공항은 한국 국내선 등과 연계돼 있어 지방으로 이동해야하는 한인들의 번거로움까지 없앴다.
◇외국인 위한 배려.문화 홍보까지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을 잇는 일반열차에 탑승했다. 쾌적한 열차 실내만큼이나 똑똑해졌음을 한 눈에 느낄 수 있었다. 보기 쉽게 정리된 노선표는 지나는 구간에 따라 불빛의 색깔이 변하며 열차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 할 수 있어 언제쯤 다음 역에 정차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각 칸마다 휠체어 전용 공간이 만들어져 있어 장애인을 위한 배려도 놓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끈 것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배려. 다음 정차역을 알리는 안내는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4개 언어로 방송됐다. 여기에 각 출입문 상단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4개 언어가 문자로 나와 외국인 승객을 위한 세심함까지 더해졌다.
열차에서 만난 한 독일 관광객은 "한국에 처음 왔는데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 철도로 그물처럼 연결돼 있어 장소를 옮기며 관광하기 편했다"며 "특히 공항철도의 경우 외국어 안내 방송 등 외국인을 위한 배려가 뭍어나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코레일공항철도측이 전구간 개통을 앞두고 '세계문화체험열차'를 운행하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세계문화체험열차는 한국열차와 일본열차 중국-독일-일본열차 등 총 3편으로 구성돼 국가별로 대표적인 문화와 관광지를 홍보하고 있는 것. 특히 한국열차의 경우 열차 내부를 한국의 자연과 전통문화 유적과 유물 한복과 한식 쇼핑과 도시 문화공연 등 6개 주제로 꾸며져 있다. 이 열차는 2011년 1월 29일까지 서울역에서 인천국제공항역까지 운행되며 개통홍보와 세계 문화교류의 역할을 하게 된다.
◇민망한 시선 처리는 없다
마주앉는 한국 지하철의 특성상 다른 사람과 시선이 마주치는 일이 잦다. 미국에서야 외국인과 시선이 마주치면 눈인사를 보내거나 간단한 인사를 건네기도 하지만 한국은 분위기가 영 틀리다. 마주앉은 사람과 시선이 마주치자 '신문이나 사올걸'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하지만 낯선 시선을 피해 열차 내부 상단을 보니 곳곳에 TV가 설치돼 있다. TV에서는 뉴스를 비롯해 공항 출도착 안내 날씨 등의 정보가 쏟아져나왔다. 열차 내부에는 와이파이 공유기가 설치돼 있어 스마트폰 등을 통한 인터넷 검색도 가능했다.
김포공항을 지난 열차는 지하에서 지상으로 빠져나와 인천공항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리기 시작했다. 곧 이어 영종도와 인천 사이의 갯벌이 펼쳐지고 서해안 바다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아이를 안은 한 가족이 창가쪽으로 다가가 감탄사를 연발하며 바다쪽을 가르켰다. 탁 트인 바다 경치가 압권이다. 자연 경관과 열차 내에 설치된 첨단 기기들 덕분에 눈이 즐거워졌다.
오는 2012년 말에는 공항철도에 KTX가 운행돼 부산과 대구 광주 등에서 출발한 기차가 서울역을 통해 인천공항까지 바로 통하게 된다. 한국의 지하철과 철도의 진화는 멈추지 않고 있다. 세계 허브공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인천공항을 찾는 한인들의 발걸음도 더욱 가벼워 질 것으로 보인다.
곽재민 기자 jmkwa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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