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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워싱턴 문학 신인상 당선작-시부문 당선작/실비아권

워싱턴문인회(회장 유양희)가 공모한 ‘2010년 워싱턴 문학 신인상’ 당선·수상자 작품 및 수상 소감을 소개합니다.  
 
당선작 내 오래된 꿈 - 실비아 권
내 꿈은 오래되어 내가 미처 잠들기 전
늘 나의 머리맡 어디쯤에서 벌써 나를 기다린다
꿈에서 나는
영겁의 시간 속을 이리 저리 흘러 다니고
어느 때 나의 혼은
깊고 깊은 바다 속 고요한 물결 속으로 가라앉으며
비로소 고운 해초처럼 풀어져 물속에 스민다.
내가 있기 전의 나는
어쩌면 *꿈의 부족 중 한 여자이었을까
그리하여 밤마다 나는 혼곤한 꿈을 꾸고
아침이면 다른 세상으로 돌아오는 것일까.

밤마다 꿈을 꿀 때
내 영혼이 다녀오는 곳은 어디인지
꿈에서 깨어나는 때로 생각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 하늘과 땅 사이의 일이라지만
때로 꿈속에서 나는
가본 적 없는 골목길을 떠돌고
먼 옛날의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니
그럴 때마다 꿈속의 나는
내가 닿을 수 없는 것들의 아득함에 무릎이 꺾이고
온몸에 가득 막막함뿐이니
나에게 생은 겹겹의 꽃잎을 헤아리는 일, 그런 것일까.

밤마다 나는
꿈의 우물가를 서성인다
우물 속 깊은 물길 아래 낯익은 그림자 하나
따스한 물결 너머 그 뭉클한 목소리 내게 말한다
흐린 눈물 지나서 가만히 닿아지는 세상 있을 거라고
모질고 힘들어도 가라앉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발을 헛디뎌 바닥으로 내려앉을 때
거기 비로소 온전한 생의 길이 있는 거라고.

 *꿈의 부족: 작가 김별아의 소설 제목

당선소감 - 시부문 당선작/실비아 권
“부족하고 어줍잖은 독백
새해엔 보다 반듯한 삶을”

지금은 나무들 헐벗고 그 헐벗음 사이로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는 시간, 착잡한 마음으로 세모의 무게를 견디고 있을 즈음 당선 소식을 전해 들었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신음했을 어느 한 때, 나만의 독백들을 추스려 본 것인데 그것들이 밝은 불 아래 훤히 들어난 것만 같아 새삼 부끄럽고 아프다.

자식의 행보에 늘 마음 졸이시고 그들의 곤궁한 처지를 애달파 하시는 부모님에게 당선 소식이 한 자락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고, 제 어미를 수레처럼 끌고 가는 아들 민에게도 한 인간으로서 감사하다고, 이 지면을 통해 말하고 싶다.

부족하고 어줍잖은 독백에 공감해 주신 심사위원들의 측은지심에 무엇보다 감사드린다.

늦깍이 이민자에게 베풀어 주시는 귀한 격려의 말씀으로 새기고 다가오는 새해엔 보다 반듯한 삶을 꿈꾸어 본다.

☞실비아 권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숙명여대 특수대학원에서 TESOL 자격증과정 수료. 주한 외국공관(1997~2006)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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