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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아의 오페라 일기 (5)] 기다림의 예술-메시아

680 이윤아의 오페라 일기<5>기다림의 예술-메시아

메시아는 ‘기다림의 예술’

메시아 공연 차 버지니아에 다녀왔다.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메시아가 많이 연주된다. 조지 헨델이 쓴 오라토리오인 메시아는 3세기째 걸쳐 아낌없는 사랑을 받아 오고 있다. 18세기 중반에 활동했던 독일인으로 후반에는 영국으로 귀화했던 헨델은 경제난에 눌려 우울증을 앓고 있던 중, 성경을 가사로 한 오라토리오를 24일만에 작곡하게 된다. 워낙 짧은 시간에 작곡이 되었고, 또 특정한 연주자를 위해 작곡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수정과 변화를 겪다가 마침내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초연을 갖게 된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나비부인’ 공연차 더블린에 머물렀을 때, 헨델의 메시아가 초연되었던 곳을 우연히 지나간 기억이 있다. 처음 작곡할 때는 적은 숫자의 악기와 합창단이 참가했지만, 헨델이 죽고 난후 모차르트에 의해 더 많은 악기가 동원되는 악보가 마침내 완성되었고, 그 악보가 현재 우리가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버전의 기초가 되었다.
오라토리오가 오페라와 가장 다른 점은 연극의 요소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합창단이 뒤에 서있고 오케스트라가 무대에서 연주하고 솔로 가수들은 지휘자 옆에 나란히 앉아 있다가 솔로 파트가 있을 때마다 일어난다. 메시아의 솔로 파트는 그다지 성악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어려운 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자기 순서가 올 때까지 무대 위에서 무작정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오페라에서는 자기 순서가 아닌 부분에서는 대부분 무대 밖에서 기다리게 된다. 나가서 물도 마시고 스트레칭도 하고 목도 가끔씩 풀어가면서 자기 순서를 준비하는 것과는 달리, 오라토리오는 음악이 시작함과 동시에 무대에 모두 다 같이 나가서 가만히 앉아 자기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주로 겨울에 연주가 되니, 히터 바람 때문에 목도 마르고 허리도 뻣뻣해지고, 얼굴도 간지럽기도 하고, 혹은 목소리를 풀어 놓은 지 한참이 지났기에 아직도 괜찮은지 확인도 하고 싶은 등등 여러 가지 요구들이 생기기도 한다. 참 곤란한 일이긴 하다. 워낙에 긴 음악이라 늘 조금씩 줄여진 버전으로 공연을 하게 되지만, 가끔씩 오리지널 버전 그대로 생략 없이 약 3시간의 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이번 주말 링컨센터 에버리피셔홀에서도 브니엘 합창단과 생략이 없는 전곡을 연주한다. 1부 탄생, 2부 수난, 3부 부활의 내용을 가진 메시아는 전통적으로 1부과 2부 사이에 휴식시간을 주로 가진다. 그럴 경우에 소프라노 솔로는 무대에 나간 후 약 30분간 가만히 앉아 있다가 드디어 첫 아리아를 부르게 된다. 그때까지 목이 잠기지 않기 위해서 합창단을 따라 조용히 허밍을 해 보기도 한다. 테너는 음악 시작과 거의 동시에 첫 아리아를 부르고 난 후 2부 중간까지 거의 한시간 가량을 기다리게 된다. 그 침묵의 기다림이 바로 메시아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자, 솔로 가수들을 겸손하게 만드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메시아 공연을 본 사람들은 누구나 다 경험하는 일이지만 할렐루야 합창이 연주될 때는 관객과 연주자 모두다 일어서게 된다. 영국 초연 시 국왕 조지 2세가 신에 대한 경외심으로 인해 자리에서 일어나 할렐루야를 감상한 이후로 전통이 되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헨델 자신도 할렐루야를 작곡할 당시, 스스로 신의 얼굴을 뵈었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성탄절이다. 세상에 사랑을 가르치기 위해 메시아가 왔었고, 우리들은 그를 경배하고 축하하기 위해 온갖 모습의 예술 행위를 한다. 오라토리오는 주인공이 없는 서사시이다. 독창자들도 오케스트라도 합창단도 지휘자도 다만 음악을 함께 만드는 동지로서 무대에 같이 설 뿐이다. 추운 겨울, 외롭고 가난한 이들이 더욱 힘든 이 때에, 사랑과 나눔의 메시지를 담고 쓰여진 이 음악, 메시아가 연주되는 동안 만큼은 우리의 이웃들이 조금 더 훈훈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상의 약자들, 그들이야말로 헨델이 만난 신께서 품어주고 싶었던 이들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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