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금연 계획이 있다면…

'흡연 일지' 작성·약물 요법 도움
식단 개선·과도한 음주 피하라

‘사귀지 말아야 할 독한 사람!’ 금연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금연 패러독스’다. 매년 초면 ‘금연’ 바람이 분다. 하지만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은 약 3%에 그친다.

◆1년 금연하면 80~90%는 장기 금연 가능

'6.5초마다 한 명이 담배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다. 흡연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 심각한 질병의 위험을 높인다. 뇌졸중에 따른 사망 위험도 2~4배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남성 흡연자는 13.2년 여성은 14.5년 단축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흡연은 뇌가 담배의 니코틴에 중독되는 '뇌질환'이다. 흡연 3개월이면 니코틴 중독에 빠진다. 담배를 빨면 연기 속의 니코틴 성분과 함께 독성물질이 폐에 진입한다. 담배 한 개비에 1~2%의 니코틴이 함유돼 있다면 2~3mg의 니코틴이 몸에 흡입되는 것이다. 니코틴은 7초면 뇌의 쾌락 중추에도 간다. 쾌락중추에는 니코틴이 달라붙을 수 있는 니코틴 수용체가 있다. 이 수용체에 니코틴이 결합하면 즐거움과 쾌락을 주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문제는 신체로 분비되는 양보다 약물로 분비되는 도파민 양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맛있는 음식 화목한 가정 연애 성관계 등으로 분비되는 도파민으로는 쾌감을 못 느끼게 된다. 금연해도 니코틴 수용체 숫자가 흡연 전으로 돌아가려면 최소 6개월이 걸린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쉽게 끊지 못하는 이유다.

금연 전문가들은 만약 금연을 시작할 날짜를 정했다면 보름에서 한 달 전부터 금연을 준비해야 성공률이 높다고 강조한다. 새해부터 금연할 계획이라면 지금이 적기다.

◆약물복용 땐 금연 성공률 40%

우선 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주일 정도만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다. '흡연일지'도 써보자. 흡연한 시간 누구와 어디서 흡연했는지 흡연 욕구가 높은 때는 언제인지 파악하면 흡연 위험 요소들을 제거할 수 있다.

약물요법은 금연에 실패한 흡연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금연 성공률이 40%에 이른다. 금연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제는 '바레니클린'과 '부프로피온' 두 가지다. 금연전문치료제의 성분으로 쓰이는 바레니클린은 뇌의 도파민 분비량을 늘려서 니코틴 보충 없이도 기분을 좋게 한다. 또 니코틴이 달라붙어 중독성을 일으키는 수용체에 가서 미리 붙어 있다. 결국 니코틴이 비빌 곳이 없어져서 '담배 맛'이 떨어지고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 이외에 니코틴 성분을 함유한 패치나 껌.사탕도 있다. 담배의 독성물질은 제거하고 뇌가 필요로 하는 니코틴만 서서히 공급해서 금단증상과 흡연욕구를 완화시킨다. 니코틴 용량을 줄여가며 세 달 동안 사용한다. 미리 식.생활습관도 개선해야 한다. 금연 초에는 자극적이지 않고 담배해독효과가 있는 식단을 챙기자. 식단 개선으로 금연 후 억제됐던 식욕이 돌아오며 증가하는 체중도 다스릴 수 있다.

금연 의지를 무너뜨릴 수 있는 과도한 음주는 피한다. 술자리가 있다면 음주량을 정해놓고 '계획 음주'를 한다. 흡연 욕구를 부추기는 담배 라이터 재떨이 등 담배와 관련된 모든 흔적을 없앤다. 회식자리에선 흡연자와 멀리 떨어져 앉는다.

◆니코틴 중독은 얼마나 심각할까

▷하루에 보통 몇 개비나 피우십니까?
① 10개비 이하(0점) ② 11~20개비(1점) ③ 21~30개비(2점) ④ 31개비 이상(3점)

▷아침에 일어나 얼마 만에 첫 담배를 피우십니까?
① 1시간 이후(0점) ② 31분~한 시간(1점) ③ 6분~30분(2점) ④ 5분 이내(3점)

▷금연구역(도서관·극장·병원 등)에서 담배를 참기가 어렵습니까?
① 아니요(0점) ② 예(1점)

▷오후와 저녁 시간보다 오전 중에 담배를 더 자주 피우십니까?
① 아니요(0점) ② 예(1점)

▷하루 중 담배 맛이 가장 좋은 때는 언제입니까?
① 아침 첫 담배(1점) ② 그 외의 담배(0점)

▷몸이 아파 하루 종일 누워 있을 때도 담배를 피우십니까?
① 아니요(0점)② 예(1점)

▶10점 만점 기준. ( )안의 점수를 더해 니코틴 의존도 측정. 총점이 0~3점이면 ‘낮음’, 4~6점이면 ‘높음’, 7~10점이면 ‘매우 높음’으로 판정. 0~3점은 의지만으로도 금연 가능, 4점 이상이면 니코틴 의존도가 높아 혼자 의지만으로는 담배를 끊는 게 쉽지 않음. 의사의 금연약 처방이나 보조제의 도움이 필요.

<자료: 파거스트롬 니코틴 의존도 설문지>

황운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