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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공동체' 사랑] 2500인분 국밥, 25명이 뚝딱 "일당백이죠"

ANC 온누리교회 주방 엿보니
식사 준비는 공동체별로 분담
강행군에 '찡그리는 얼굴' 없어
"섬기는 보람에 기꺼이 참여"

"타다탁탁 타타닥."

경쾌한 도마위 칼질 소리가 리듬을 타나 싶더니 뿌연 육수 연기 너머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장로님 여기 좀 도와주세요."

오가는 목소리들이 숨 돌릴 틈 없이 주인을 찾고 있는 사이 주방 한 켠에 선 고소한 밥 익는 냄새가 꿀꺽 침을 삼키게 한다.

세월이 만든 흠집에 다소 윤을 잃었지만 50인분짜리 밥솥 8개 모두 묵직하게 수증기를 뿜어냈다.

지난 5일 오전 9시 점심 준비에 한창인 ANC 온누리교회(담임목사 유진소)의 주방 모습이다.

식사 메뉴는 소고기무국. 부흥회와 임직예배를 겸한 날이라 평소보다 많은 2500인분을 준비 중이다.

한 켠에서는 전날 미리 삶아놓은 고기 덩어리를 보기 좋게 썰고 한 켠에서는 대형 국통 앞에서 맛을 내느라 다시마 무우와 한바탕 전쟁을 벌이고 있다.

주방팀은 모두 25명. 한 명당 100명분을 준비하는 셈이다. 말 그대로 일당백이다.

9시 30분 1부 예배를 끝낸 교인들이 식당으로 속속 들어오자 식사팀은 그간 쌓아놓은 국밥그릇에 육수를 담아냈다.

이 교회 주일 식사 메뉴는 대부분 국밥 종류다. 반찬은 국밥에 맞는 김치가 전부다. 얼핏 허술해 보이지만 그릇 넘치도록 가득 올린 고기 고명과 진한 육수가 담긴 국밥은 입맛을 돌게 하기 충분하다.

국밥을 주 메뉴로 정한 이유는 그릇과 숟가락 때문이다. 올해부터 1회용품 사용을 줄이려고 스테인리스 그릇과 숟가락 5000여개를 구입했다. 그릇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메뉴가 국밥이었다.

김동욱 식사담당 장로는 "처음 그릇을 살 때 비용과 설거지에 대한 부담이 컸다. 하지만 그릇을 쓰면서부터 1회용 그릇 사용 때보다 쓰레기량이 3분의 1까지 확 줄었다"고 말했다. 또 김 장로는 "스테인리스 그릇으로 바꾸고 나서 1회용 용기 때보다 음식이 더 맛있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덧붙였다.

쓰레기량이 줄어드니 예산도 절감됐다. 그리고 그 혜택은 교인들에게 돌아갔다. 종전 2달러였던 밥 값을 1달러로 내렸다. 물론 메뉴의 질은 종전과 동일하니 시너지 효과가 크다.

이 교회에서는 급행으로 배식 받는 창구가 따로 있다.

연로한 어르신들의 모임인 '모세공동체'를 위한 특별창구다. 때문에 어르신들은 줄을 기다리는 수고 없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식사준비는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공동체 별로 분담한다.

이날은 터키와 과테말라를 위한 공동체 식구들이 준비했다. 토요일에 대부분의 음식 재료 준비를 마치고 주일에는 식사배급과 뒷정리를 한다. 이틀간 노동 시간만 10시간을 넘기는 강행군이다. 하지만 주방에서 찡그리는 얼굴은 찾아볼 수 없다.

한재성 장로는 "교회의 본질은 섬김이다. 섬김으로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준비하는 사람들도 기꺼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주방내 남녀의 비율은 반반이다. 대부분 부부가 함께 일을 하기 때문이다. 무겁고 힘든 일은 대부분 남성이 세심하고 꼼꼼함이 요구되는 작업은 여성들이 맡는다.

이들에게 '밥'은 어떤 의미일까. 한재석 집사는 "하나님과 개개인이 기도를 통해 만나는 것이 수직적 종교생활이라면 밥은 성도들과 함께하는 수평적 종교생활"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늘과의 긴 수직선 중간에 좀 더 가까운 신도간의 수평선을 그으니 십자가였다. 교회 주방에서 보이지 않는 십자가를 찾았다.

이상배 기자 kongfriend@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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