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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찬'은 예배의 한 부분, 역사와 의미…'밥 공동체' 사랑, 100년 전부터 나눴다

한국교회, '남녀유별'했던 당시 파격적 나눔
미국서도 한인이민교회가 '한솥밥' 주도
1918년 LA교회는 공원서 김치 함께 먹어

밥은 한국인에게 생명이다. 더운 김 모락모락 나는 쌀밥 한 공기에는 사전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절대가치가 담겨있다. '끼니를 나누는 사이가 식구'라는 선조의 가르침부터 이른 새벽 더운 밥을 짓는 어머니의 정성까지 모락모락 피어난다. 그 독특한 우리 DNA속 밥 한 공기는 교회라는 종교공동체를 만나면 한층 더 살가워진다. 주일이면 각 교회들은 형편대로 한 그릇씩 점심을 대접한다.

'꼭 줘야 하나'라는 비판도 없지 않지만 대다수는 '신도간의 교제를 위한 배려'라는 데에 공감한다. 교회 특별히 한인 교회의 밥 한 공기에는 우리가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이민 역사와 신학적 의미가 숨 쉬고 있다. 또 땀 흘려 밥을 짓는 공동체적 희생과 정성 아끼고 덜 버리는 경제적 환경적 측면도 들어있다. 교회 밥을 '뜸을 들여' 취재했다.

한국 교회의 무서운 성장에는 '밥심'도 한 몫 했다. 밥을 나누면서 생성된 공동체 의식은 교회 발전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그 시초는 언제부터일까. 최초의 기록을 찾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독립기념관 국사편찬위원회 데이터베이스를 교차 검색했다. 1896년 4월 7일부터 1950년 9월 14일까지 오래된 신문을 뒤졌다.

정확한 효시를 찾진 못했지만 한국 교회와 밥은 2세기 전부터 함께 해왔음은 확인할 수 있었다.

113년 전인 1897년 5월 11일자 독립신문은 "지나간 일요일(9일)에 조선 서울 미미 교회(현 정동제일교회)에서 주일 전도를 하였는데…오후에는 애찬을 배설하야 형제 자매들이 서로 사랑하는 연회를 하고…"라고 보도했다. 애찬은 성찬식 후 함께 모여 음식을 먹는 잔치를 뜻한다. 남녀가 유별한 당시 시대상에 비춰볼 때 교회의 점심 식사는 관습마저도 뛰어넘은 파격적인 나눔이었다.

태평양을 건너온 한인교회에서 밥이 차지하는 역사적 의미는 더욱 크다. 하와이에 처음 이민 온 한인들은 교회부터 세웠다. 한국 내 종교 공동체의 '한솥밥'을 불교 사찰이 선점했다면 미국에서는 한인 교회가 주도한 셈이다.

그 최초 기록은 9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5년 12월9일자 신한민보가 증언한다. 3면 '디방(지방) 통신'란에 샌프란시스코 상항한인교회의 추수감사절 소식이 실렸다. "물질적으로는 내놓을 것이 없지만 정신이 건강함은 감사할 일이라. 동포들은 예배당에 모여 각각 한 그릇 과실을 가져 축하했다"고 전했다.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살림살이는 나눔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92년 전 LA 교회서도 밥을 줬다. 신한민보 1918년 6월 6일자 '잡보(단신)'란에 따르면 5월 26일 '로선잴쓰(로스앤젤레스) 교회'는 공원에서 복음회 겸 친목회를 열었다. 신문은 이날 메뉴가 "우리 국민의 특이한 음식인 딤채(김치)"라고 적고 있다. 거의 100년 전 한인 교인들은 미국 한복판 공원의 파란 잔디 위에서 야유회를 즐기며 당당히 김치를 나눠먹었다.

이보다 한 달 앞선 같은 해 4월 6일 '으리벗사이드(리버사이드) 한인교회'는 타인종과도 한솥밥을 먹었다. "미국인 교우와 정답게 모이기 위해 애찬회를 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한인과 미국인이 각각 20명씩 모인 조촐한 파티였다. 그 이유가 뜻깊다. 어학(영어)을 가르치던 미국인 '맨 여사' 등 3명을 대접하는 자리였다. 특히 맨 여사에 대해선 "나히 늘ㄱ어(나이 늙어) 우리 교회를 도읍난고로(도운고로)"라고 감사의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역사 속에서 민족적 인심이 교회 밥을 넉넉하게 했다면 나누는 근본 이유는 성경 속에 있다.

미주장로회신학대학의 이상명 교수는 "교회에서 왜 밥을 주는가에 대한 답은 사도행전 2장과 6장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 기도하기를 힘 쓰니라"는 구절이다.

이 교수는 "신학적 의미를 부여하자면 식사는 단순한 교제의 도구가 아니라 예배의 한 부분"이라며 "나눔과 구제는 예배를 통한 효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구현.이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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