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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공장이 빵집과 찻집으로

안나 김의 할렘에서 월스트릿까지 <12> 첼시마켓
체시에 있던 제과회사 나비스코 뉴저지로 이전

첼시마켓은 너무나 독특하다. 이곳은 19세기 미국의 후기 산업사회에서 소규모 제과회사가 어떻게 덩치를 불려가며 생존에 성공했는가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당시 철강업계에는 카네기, 정유업계에는 록펠러가 있었다면, 제과업계에는 이 회사 나비스코(Nabisco)가 있었다.

1890년대 이 근처에 산재한 여덟 개 제과회사가 손을 잡고 뉴욕 비스킷 회사를 만들었다. 당시 시카고에 있던 아메리칸 비스킷 제조회사의 물량공세에 살아남기 위함이었다. 이에 10개가 넘는 인근 제과회사들이 합세하며 뉴욕 제과업계의 컨소시엄을 만들었다.

첫 번째 대형 공장을 짓던 도중인 1898년 서로 경쟁관계이던 뉴욕 회사와 시카고 회사의 극적인 합병이 일어났다. 당시 두 회사의 합병은 미국 전체 제과업계의 반수 이상을 장악하며 이름 또한 내셔널 비스킷 회사(National Biscuit Company), 즉 나비스코가 된다.

거대한 과자회사가 점령한 첼시 서쪽은 총 22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나비스코 마을이 되어갔다. 나비스코는 이 인근 빌딩들을 계속 사들이고 새로 지으면서 공중에 다리를 놓아 연결했다. 1932년 고가 철도가 공장 건물의 2·3층을 뚫고 지나가는 형태가 만들어졌다.

현재 고가 철도는 하이라인 파크로 다시 태어나 뉴요커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1950년대 이곳은 너무나 손쉽게 버려진다. 그 이유는 자동차 왕 헨리 포드 때문이다. 그가 종업원에게 작업 도중 과자 먹는 걸 금지시켰을까? 진짜 이유는 포드사가 컨베이어 벨트를 자동차 생산에 적용한 것이 큰 효과를 보자 이 제과산업에까지 퍼진 것이다.

이전까지 이 나비스코 공장에선 지금의 동네 빵집에서 볼 수 있는 수직형 오븐을 썼고 건물 높이도 그에 맞추어 지어졌다. 회사 측은 이 건물 구석에 몇 대의 기다란 수평형 컨베이어 벨트형 오븐을 설치한 후 대량생산의 효과를 알게 되었다. 그러고는 이 건물 전체의 구조가 커다란 컨베이어 벨트에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1959년 나비스코사는 이 일대 건물을 팔고 뉴저지에 방대한 넓이의 1층짜리 공장을 지어 이사 가버렸다. 이후 첼시 일대는 철저히 버려졌다.

1990년대 들어와서 한 투자자가 15·16번 스트릿과 9·10 애브뉴에 걸쳐 있는 한 건물을 사들이면서 현재의 첼시마켓이 태어났다. 앞서 말한 고고학적 탐험의 컨셉트로 기존에 있던 설비를 다시 썼고, 밀가루를 제분하는 데 쓰던 물줄기까지 분수로 탄생시켰다.

그 복합적인 이미지는 매우 훌륭하다. 겉은 창고 건물에 커다란 금속 날개를 붙여 접어올린 꼴에 지나지 않지만, 속은 참 정겹다. 녹슬어서 손 다칠까 겁나는 느낌의 공장이 아니다. 꼭 한옥 마룻장 수백 년 닦아놓은 듯 돌덩이에서 반들반들 윤이 나는 이 후기산업사회 인테리어는 진정한 모범이다.

이 건물 위층에는 푸드채널·옥시즌·NY1 NEWS 같은 방송사에다 EMI·메이저리그 야구에 구글까지 입주해 있다. 특히 푸드 채널의 ‘아이언 셰프’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그들이 배출해낸 ‘아이언 셰프’ 마사하루 모리모토의 레스토랑 ‘모리모토’가 이 건물 뒷면 바깥 쪽에, 마리오 바탈리의 ‘델 포스토’가 건물 맞은편에 있다.

거기에 1층엔 뉴욕 제과 연맹체가 만들어졌던 지역에 걸맞게, 지금 뉴욕에서 내로라하는 에이미스 브레드를 비롯한 빵집 사라베스(Sarabeth)를 비롯한 레스토랑, 커피전문점과 찻집, 이탈리아 식품점, 유기농 슈퍼마켓들이 줄줄이 모여 있다. 편한 건 소비자다. 각자의 음식 취향과 주머니 사정에 따라 선택하기도 좋고 식후엔 거닐기에도 좋다. 독특한 인테리어와 좋은 품질의 푸드코트다.chelseamarket.com.

☞안나 김은 한양대 도시공학과 졸업 후 LG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다 컬럼비아대학원에서 부동산개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뉴요커도 모르는 뉴욕’(한길아트)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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