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아파트 입주난…새벽부터 신청자 긴 줄
추위 속 수백명 몰려 북새통
어림잡아 수백명은 되는 듯 했다. 노인들은 추운 날씨탓인지 두툼한 외투와 목도리로 몸을 감싸고 움추린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일부 노인들은 새벽부터 줄 서 지친 나머지 길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지난 26일부터 '크라이스트 유니티 매너(Chirst Unity Manor)' 노인 아파트에서 일부 빈가구에 대한 입주신청이 시작됐다. 신청서 접수 시간은 이날 오전 10시였지만 새벽부터 수백명의 노인들로 북적 됐다. 김연숙(74.LA)씨는 "새벽 4시부터 와서 줄을 서 있다가 이제서야 겨우 신청서를 접수했다"며 "오늘만 이렇게 장사진을 이룬게 아니라 이미 지난주 내내 신청서를 받으려는 수백명의 노인들로 아파트 앞은 매일 새벽부터 북새통이었다"고 말했다.
유이성(81.LA)씨는 "원래 정식 접수날이 오늘인데 아파트측이 어제(29일) 부터 신청서를 받는 바람에 추첨에 떨어질까봐 노심초사한 노인들이 더욱 급히 몰렸다"며 "새벽부터 나와 밥도 못 먹고 줄을 서있는 노인들을 배려하지는 못할 망정 시끄럽다고 신청창구 문을 닫아버리는가 하면 새벽에는 아파트 앞에 줄도 못 서게 밖으로 몰아냈다"고 말했다.
긴 줄이 늘어선 가운데 간간이 새치기 때문에 노인들끼리 다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또 아파트 측이 접수 과정에서 시민권 증명 서류 등을 요구해 마찰을 빚는 모습도 보였다.
아파트측은 추첨을 통해 당첨자들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몇 명이 신청서를 접수했는지 언제 추첨을 하는지 등 자세한 정보는 말해줄 수가 없다"며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절했다.
3시간째 줄을 선 최운혁(75.LA)씨는 "SSI 등을 받으며 힘겹게 사는 가운데 노인아파트 입주가 간절한 노인들은 너무나 많다"며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SSI를 받으면서 고급 차량을 몰며 더 좋은 환경의 아파트로 옮기려고 하는데 화가 난다"고 전했다. 아파트 앞은 일부 노인들이 직접 몰고 나온 BMW 벤츠 등 고급 차량들이 눈에 띄었다.
전문가들은 노인아파트 입주난의 주 원인으로 노인 인구의 급증과 함께 기존 노인 아파트 거주자들이 더 좋은 환경의 아파트로 옮기기 위한 중복 신청 등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새 아파트나 주거환경이 좋은 노인 아파트의 경우 신청서를 접수한다 해도 적어도 5년 이상 기다려야 간신히 입주가 가능할 정도다.
민족학교(KRC)의 윤대중 사무국장은 "노인아파트에 살고 있는 분들 중에는 접근성과 주변환경으로 인해 한인타운 내 노인아파트 여러곳에 입주 지원서를 넣어 둔다"며 "오랜 대기기간 때문에 노인들 사이에서는 '노인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다 늙어 죽겠다'는 말이 돌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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