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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아의 오페라 일기 (3)] 스위스의 고요한 아침

680 소프라노 이윤아의 오페라 일기<3>스위스의 고요한 아침

스위스의 고요한 아침

스위스에 온지 이틀째다. 수도인 베른에서 약 70마일 동북쪽에 있는 ‘상트 갈렌’이라는 곳이다. 국제 금융도시인 취리히에서 기차로 약 50분가량 걸리는 작고 아담한 도시이다. 내가 유럽에서 처음으로 데뷰한 곳이 베른이었기에 나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오늘은 연습 두번 째 날인데 역시나 시차에 적응하지 못한 탓에 전날 밤 잠을 설쳤다. 이곳은 벌써 아침 8시인데 내 몸은 아직도 뉴욕 시간인 새벽 2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오페라 가수들과 얘기해 보면 각자 시차적응에 관한 나름대로의 처방이 있다. 어떤 이는 비행기간 동안 완전히 금식을 하고, 또 어떤 이는 머리닿는 순간만 있으면 깜빡 잠을 자기도 한단다. 금식도 낮잠도 전혀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거나 급기야는 타이레놀 PM 에 의존하곤 한다.
이번 공연은 리바이벌 작품이라 리허설 기간이 너무나 짧다. 사흘간 연습 후 다음 주 월요일에 첫 공연을 올린다. 이곳에 오기 전 극장에서 미리 보내준 DVD를 보고 무대 동선은 대충 파악했지만, 생전 처음으로 만나는 지휘자와 다른 가수들과의 호흡을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이런 것들을 볼 때면 미국과 유럽 오페라 극장의 시스템 차이를 느끼곤 한다.
미국에서는 오페라가 늘 접할 수 있는 문화가 아닌 반면에, 유럽의 대부분 나라들은 아주 작은 도시 하나에도 오페라 극장이 하나 이상씩 주어져 있다. 그래서 수많은 극장들이 오래된 경험을 가진 가수들과 크고 작은 공연들을 일년 내내 수도 없이 올린다. 그래서 연습 기간이 짧은 공연들도 허다하게 생기는 것이다. 하루 저녁 유럽의 모든 도시에서 공연되는 오페라가 과연 몇 작품일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몇 배로 더 큰 대륙인 미국에서 공연되는 숫자보다 훨씬 많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인들과 유럽인들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것이 참 많지만 오늘 아침에는 유럽인들의 남다른 예절을 봤다.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무척이나 고요했다. 작은 호텔 식당이었지만 사람들이 전혀 없지는 않았는데 참으로 소음이 적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모두들 서로에게 방해를 하지 않으려고 애써 소음을 줄이고 있었다. 심지어는 바삭한 토스트를 베어먹으면서도 천천히 소리가 덜 나게 베어먹고,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도 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대화도 천천히 조용히 하고 있었다.
이곳에 오기 바로 전 펜실베이니아주의 허쉬파크로 휴가를 갔었는데 그때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했던 기억을 하면 정말 흑과 백의 차이다. 물론 허쉬파크는 아이들이 많이 놀러오는 놀이공원 근처라 젊은 부부들 또 어린 아이들이 많이 몰려 있었긴 했지만, TV를 크게 틀어놓고 뉴스를 보면서 기름진 도너츠와 와플 또 크림치즈를 갖다 먹으면서 마구마구 떠들었던 것에 비하면 이곳은 너무나 고요하기만 하다. 몇 백년 전 유럽에서 건너가 미국이라는 나라를 만들어낸 이들인데 지난 수 백년간 너무나 많이 변화한것 같다. 미국의 대표적인 권리인 자유로움이 그런 것에도 표현이 되는 것 아닌가 싶다. 나 역시 그때 아침식사에서 불쾌함을 느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너무나 고열량의 아침 식사를 하는 것에 대해 남편과 잠시 염려섞인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이번 주말에 앞으로 한달 간 묵을 새 아파트로 이사할텐데, 제대로 된 부엌이 있다고 해서 아주 다행이다. 취리히 한국마켓에 가서 이것 저것 사다가 내 몸에 좋은 일 좀 해야 할 것 같다. 물 좋고 공기 좋은 알프스 산맥에서 흘러나온 먹거리들이 얼마나 깨끗하고 풍족한지! 스위스 사람들의 각별한 친절함도 아마도 이런 아름다운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www.yunah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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