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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 '30대 돌풍' 한인들] "I am Korean" 소수계 '한계'를 '장점'으로 승화

2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선 한인 정치인들의 돌풍이 거셌다. 역대 선거사상 가장 많은 18명의 한인 정치인들이 배출됐다.

특히 정계에 도전장을 내민 30대의 젊은 한인 2세들은 미국 선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내 소수계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한계'가 아닌 '장점'으로 승화시켜 선거에서 승리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이번에 당선된 제인 김(33·여) 샌프란시스코 시의원, 훈영 합굿(36·한국명 정훈영) 미시간주 주 상원의원(민주당), BJ 박(37·한국명 박병진) 조지아주 주 하원의원(공화당)은 30대 한인 정치인 그룹의 선두주자다. 이들은 출신지역, 성장배경, 정치성향이 모두 다르다. 공통점이라면 모두 한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한인 유권자가 많지 않은 곳을 지역구로 선택했지만 한인임을 자랑스럽게 밝히며 선거운동을 했고 자신의 정체성을 오히려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유권자들의 표심을 모았다.

■훈영 합굿 미시간 주 상원의원
2살때 입양…양아버지가 정치인
"이젠 이름·생김새 중요하지 않아"

"내가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은 4살쯤 돼서 안 것 같다. 거울을 보면 난 엄마, 아빠와 달랐다."
미시간 주 상원의원에 당선된 훈영 합굿(36·한국명 정훈영)은 1974년 인천에서 태어나 2살 때 미국에 입양됐다.
- 어렸을 때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부모와 생김새가 너무 달라 숨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물론 어렸을 때 미국 아이들이 놀렸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다른 것으로 놀렸을 것이다. 모든 것을 충분하게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 한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은 언제인가.
"깊이 생각한 것은 대학교(미시간대)에 가서다.한인 학생회도 있고 많은 한국인을 만났다. 2006년 결혼한 아내 정선화(35)와 데이트를 한국에서 했고 처가집 식구들도 만났다. 가족으로 느껴졌다. 요즘은 한국음식을 미국음식 보다 더 많이 먹는다.(웃음) 한국문화에 100% 익숙하지는 않지만 편안하다. 영어 이름이 따로 없다. 한국어 이름인 '훈영'을 쓰게 한 것에 부모님께 감사한다. 그게 나다."
- 한국의 친부모는 만났나.

"1998년, 2005년 한국에 갔었다. 하지만 서류가 남아있지 않았다."
훈영 합굿은 대학 졸업 후 최대 노조연합체인 산별노조연맹(AFL-CIO)에서 근무했다. 이후 하원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다 2002년 한인으로는 처음으로 미시간주 주 하원의원에 당선, 3선을 기록했다. 3번 이후 연임을 규제하는 미시간 주법에 따라 이번 선거에는 주 상원에 출마했다.
- 어떻게 정치를 시작하게 됐나.
"나를 입양한 양아버지는 미시간 교사연맹 회장으로 지역 정치인이었다. 어려서 아버지의 활동을 자연스럽게 보고 자랐다. 내게는 정치인의 피가 흐른다."
- 본인 지역구의 특징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남부지역이다. 자동차 산업침체로 경기가 수년간 안좋았고 최근 2~3년 간은 주택차압이 크게 늘었다. 선거기간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지역의 큰 이슈는 아니었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걱정했다. 오히려 현대자동차 R&D센터가 들어서고 LG캐미칼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미시간에 세우는 것에 관심이 있다."
- 아시아계 정치인에 대한 편견은 없었나.
"전국에서 더 많은 아시아계 정치인들이 선택되고 있다. 이름이나 생긴 것은 중요하지 않다. 유권자들과 얘기하면서 그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선거기간 힘들었던 점은.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나.
"미시간 주 하원의원은 2개 도시, 9000명의 유권자를 상대한다. 하지만 주 상원의원 지역구는 10개 도시 27만명이다. 이들에게 나를 알려야 했다. 각종 미팅에 참석가게 문을 두드리며 유권자들을 만났다. 선거때마다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사람들을 직접 많이 만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유권자들을 많이 만났다."
- 앞으로의 꿈은.
"미시간 주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데 힘쓰려고 한다. 미래는 나에게 달려 있지 않다. 지금 나의 위치를 행복하게 생각한다. 야망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핵심가치는 간직하지만 실용적 정치를 펼칠 필요가 있다."

■BJ박 조지아 주 하원의원
지역구 백인 많지만 '편견' 넘어
"많은 사람들과 직접 만나 얘기"

보수색이 강한 조지아주에서 한인으로는 처음으로 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BJ박(37)은 한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족과 함께 이민 온 1.5세다.
- 어렸을 때 미국에 이민와 힘든 점은 없었나.
"플로리다에서 자랐다. 한인은 물론 아시아계도 많지 않았다. 2500명 고등학생중 아시아계는 4명 뿐 이었다. 아버지는 한국서 경찰이셨다. 미국에선 식료품 가게 직원으로 열심히 일하셨다. 하지만 부모님이 미국 사회를 잘 몰랐기 때문에 내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야 했다. 진로를 설계하는 것도 내 몫이었다. 힘들 때 'Can you help me?'(도와줄 수 있느냐)라고 편하게 물을 수 있는 멘토(Mentor)를 찾기 힘들었다. 다른 한인 2세를 위해 서는 내가 멘토가 되어주고 싶다."
-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로스쿨(일리노이대)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0년 9·11테러가 터졌다. 사회에 봉사하고 싶었다. 연방검사로 그 이후엔 정치인으로 진로를 튼 이유다."
- 본인 지역구의 특징은.
"백인 중심이다. 4만5000명의 유권자중에 한인은 40명 정도. 아시아계도 많지 않다. 아시안 아메리칸이 백인 지역구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편견을 넘어서는 데 이번 선거의 승리가 도움이 될 것이다."
- 아시아계 정치인에 대한 편견은 없었나.
"인종차별이 심했던 남부인 조지아에서 출마해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전혀없다. 인종이라는 '한계'는 자신이 세우는 것이다. 실제는 있지 않다. 지역구 유권자중 나이 드신 분들은 나를 '오리엔탈'(아시아계의 경멸적 표현)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인종차별이라기 보다는 그렇게 부르는 것이 잘못이라는 걸 몰라서 그럴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앞마당에 나른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PAK'(박)이라는 사인판을 세워 놓았다."
- 선거운동은 어떻게 했나.
"간단하다. 많은 사람과 직접 만나 얘기했다. 아내 산드라(한국명 신혜정)와 함께 평일에는 새벽 5시30분 부터 오후9시 까지 지역구를 훑었다. 처음에는 내가 누구인지 아무도 몰랐다. 'BJ'는 친절하다'는 사람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 선거운동중 힘들었던 점은. 어려움은 어떻게 이겨냈나.
"나는 공화당 후보다. 공화당의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한인들이 비판을 해왔다. 정치인은 비판에 열려 있어야 한다. 질문자 중에는 굉장히 감정적으로 다가서는 경우도 있다. 해법을 찾으려 했다."
- 실패를 생각해 본 적 있나.
"낙선을 생각해 봤다. 상대는 굉장히 유명한 정치인이었다. 몇 번이나 포기할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선거기간 새로운 이웃들과 만난 것은 결과에 관계없이 뜻깊은 경험이었다."
- 앞으로의 꿈은.
"지금에 충실하는 것이다. 주 하원의원으로 당선됐으니 주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려 한다. 딸에게 최고의 아빠가 되고 싶다.
김기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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