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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 첫 아시안 종신교수…30대 석지영 씨

하버드 로스쿨이 역대 처음으로 동양계 여성을 종신교수로 임용했다. 지난 2006년 조교수로 발탁된 한인 석지영(지니석·37·사진)씨가 주인공이다. 하버드 로스쿨 측은 지난달 14일 교수 회의에서 그의 종신교수 임용을 통과했고 로스쿨이 이를 최종 수락했다고 9일 웹사이트에서 밝혔다.

  마서 미노우 로스쿨 학장은 “석 교수의 상상력 넘치고 섬세하며 때로 도발적인 법학 연구는 형사법과 가족법, 법과 인간, 이론과 실제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고 평가했다. 조교수로 채용된 뒤 종신교수가 되는 데는 대개 5~7년이 걸리는데 그는 4년 만에 임용됐다. 현재 그는 형사법과 '예술공연과 법'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석 교수는 미국 패션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법학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스캇 햄필 교수와 공동으로 '스탠퍼드 로 리뷰'에 게재한 '법, 문화 그리고 패션 경제학'이라는 논문이 계기가 됐다. 그는 이 논문을 통해 “패션 디자인도 음악·영화·책처럼 지적재산권을 보호 받아야 한다”며 저작권법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그의 주장은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지난 3월 미국 일간 보스턴 글로브는 석 교수를 1면에 특집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차기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로 유력한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그의 이러한 이론을 입법에 반영하고 있다. 석 교수는 현재 슈머 의원의 지적재산권법 개정 작업에 자문역으로 참여하고 있다.

 석 교수는 본래 형사법과 가정 폭력에 깊은 관심을 뒀다. 지난해 발간한 그의 두 번째 저서 『법체계 속의 가정』은 최우수 법률 도서에 뽑혀 권위 있는 허버트 제이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저서에서 그는 페미니즘이 법의 힘을 빌어 가정 폭력을 어떻게 규제했으며 이것이 가정 내 역학관계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규명했다.

  6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온 석 교수의 어릴 적 꿈은 발레리나였다. 대학에 가기 전까지 발레와 피아노를 집중적으로 배웠다. 그러나 부모님은 그가 학자가 되기를 원했다. 방황 끝에 부모님의 뜻을 따라 그는 뉴욕의 헌터 중·고교를 거쳐 예일대에 진학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영국 정부가 주는 마셜 장학생으로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폴앤데이지 소로스 장학생으로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했다. 졸업 뒤 검사와 연방대법원 데이비드 수터 대법관의 서기를 거쳐 2006년 하버드 로스쿨 조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뉴욕에서 개업하고 있는 위장내과 전문의 석창호씨와 글로벌어린이재단 뉴욕지부 최성남 회장의 3녀 중 장녀다. 같은 하버드 법대 교수이자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노아 펠드맨과 사이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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