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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거울] 뒤를 이어가는 사람들

이성자 목사 / 인터내셔널 갈보리교회 담임

며칠 전 남편의 묘소를 방문하여 철 바랜 꽃을 바꾸어주며, 먼지 투성이의 화병을 닦다가 문득 새겨진 비문에 다시금 눈길이 모아졌습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지난 주일 저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분명히 하자고 외쳤지요 “죽으면 주님과 함께 영원히 거하는 것이요, 사는 것은 주님을 위한 열매를 맺기 위함이다.”

그렇습니다. 분명히 제가 이 땅에 남아있는 것은 주님을 위한 더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남편의 뒤를 이어 그가 못다 맺은 열매를 맺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남편의 묘소 바로 가까이에는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던 여성 목회자 조 영 목사님의 묘소가 있습니다. 남편의 묘를 방문하려면 항상 조 영 목사님의 묘를 지나야 하지요. 그 분이 소천하시기 얼마 전부터 제게 종종 하시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왜 하나님이 이성자 목사님을 이렇게 사랑하는 마음을 내게 주셨을까? 이제 나의 시대는 지나갔고, 이성자 목사의 시대가 온 것 같아.” 연세도 많지 않은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면 저는 펄쩍 뛰었지요. “무슨 말씀을 하세요. 함께 열심히 주님을 위해 뛰어야지요.” 그런데 그 분은 이상하게도 제가 금식 기도를 다녀온 직후에 주로 전화를 하셨는데,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성자 목사, 금식하지마, 내 부탁이니까 금식하지 마. 나는 금식 너무 많이 하다가 건강을 상한 것 같아.”



전혀 저의 금식에 대하여 알 수가 없는데 이상하게 금식기도만 다녀오면 전화를 하셨습니다. 저는 조 영 목사님의 묘소 앞에서 생각했습니다. “험난한 여성 목회의 길, 그 어려운 길을 걸어가시느라 건강을 상하시기까지 올려드린 수많은 날의 금식기도, 한 여성 목회자가 치른 그같은 기도의 대가로 인하여, 현재 나는 여성임에도 이렇게 기쁘고 감사하게 목회를 할 수 있지 않은가!”

실제로 제가 그 분을 처음 뵌 때는 20대의 학생시절, 논문 때문에 잠시 워싱턴에 머물렀을 때였습니다. 우연히 방문한 기도원에서 21일 금식기도중이라는 예쁜 여자 전도사님을 만났습니다. 그렇게 여윈 몸으로 낭낭하고 또렷하게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바로 그 분이 조 영 목사님이셨습니다.

그분의 묘소 앞에서 저는 짧지만 간절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조 영 목사님의 뒤를 이어, 그 분이 못다 맺은 주님을 위한 열매들을 최선을 다하여 맺겠습니다.”

이제 저는 우리 교회 선교팀과 함께, 10여일에 걸쳐 인도와 스리랑카를 방문하는 선교여행길에 오르게 됩니다. 인도는 지교회 방문이 주목적이지만 스리랑카의 경우는 사연이 있습니다.

지난 여름 방문했던 뉴저지의 사랑과진리 교회 집회 실황을 그 교회에 다니는 어떤 자매님이 영상으로 보게 됐습니다. 스크린에 비쳐진 제 모습을 보는 순간,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나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후에 그 자매님은 우리 교회도 방문했는데, 저의 실제 모습을 본 순간부터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자기의 어머니와 너무나 모습이 비슷하다는 것이지요. 그녀의 어머니는 스리랑카 선교사님이셨는데 신학교 건물을 완공시킨 후, 개교를 앞두고 급작스런 발병으로 소천하셨다고 합니다.

누군가 그 여자 선교사님의 뒤를 이어 신학교를 운영하기를 가족들이 소원하고 있는 중, 저와 연결이 되어 그 분의 아드님과 함께 우리 팀이 스리랑카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번 스리랑카 여행도 천국에서 기도하고 있을 한 여자 선교사님의 이 땅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이어받기 위한 일정이 되는 셈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저는 주로 누군가의 뒤를 이어가는 사람으로, 앞서가신 분들의 생명을 다한 땀과 수고와 기도의 헌신 위에 현재 저의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저 또한 생명을 다해, 주님을 위한 더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길만이 저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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