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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부자는 이신전심

군에 있을 때 주민 등록 등본이 필요한 적이 있었다. 집으로 전화해서 우편으로 보내주실 것을 말씀드렸는데, 아버지께서 며칠 후에 보내주셨다. 그 날, 집으로부터 온 편지 봉투를 받아서 여는 나의 마음 속에는 약간의 기대가 있었다.

주민 등록 등본 외에도 아버지로부터의 소식 한 줄이 은근히 기대되었다. 그러나 봉투를 여니 주민 등록 등본만이 있었고 나는 아버지께서 바쁘셨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군에 있는 아들에게 필요한 서류를 보내면서, 안부를 묻고 전하시면 더 좋았을 것을. 아버지는 그렇게 무뚝뚝하셨다. 나는 눈에 익은 아버지의 필체가 봉투에 있음에 기뻐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요즘 LA에 있는 아들이 이메일을 종종 한다. 아들의 이메일은 매우 짧다. 한 줄의 인사, 한 줄의 안부 묻기, 한 줄의 용건 등이다. 늘 대화는 우리말로 하지만, 영어로 이메일을 쓰는 아들이다. 처음에는 매우 바빴는지, 그나마 이메일도 자주 없었는데, 이제는 일상을 종종 알려온다.

아들이 찍어 보내는 사진은 말없는 대화이다. 분주히 캠퍼스를 오가며 공부하고 친구들과 놀다가도 애비 생각을하면서 찍었을 사진을 대하면 마음이 훈훈하다. 한 번은 이메일이 와서 열었더니, 내가 감명 깊게 보아서 아들이 어릴 때부터 자주 이야기해주었던 영화의 포스터를 찍은 사진이 있었다. 영화 음악과 게임 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아들이 매일 공부하는 곳에는 당연히 영화 관련 사진과 포스터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입학 후 시간이 감에 따라 점점 사진과 포스터들이 자세히 눈에 들어 온 모양이다.

강의실 오가는 길에 걸음을 멈추고, 애비 좋아하는 영화 포스터를 발견한 아들이 일부러 사진을 찍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함께 그 영화를 보면서 영화 곳곳에 보이는 작은 부분들이 감독의 상상력과 표현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음악만을 다시 들었던 것은 아들이 7학년 때였다. 당돌하게 학생 회장 선거에 나갔지만, 8학년 후보에게 져서 속상해 하던 때 나는 아들과 그 영화를 보았다. 나는 수도 없이 본 영화지만 아들은 그 때부터 그 영화를 몇 차례 본 것 같다.

일상에서 늘 대화를 하면서 많은 주제를 놓고 갑론을박하던 아들은 대체로 자기 주장을 펼쳐서 나를 설득하려 했는데, 영화를 본 후의 감상도 예외없었다. 그 무렵이 부모와 어른들에게 반항적인 시기여서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영화와 음악을 놓고도 다른 시각을 확인했었다.

아들이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도록 장려하고 이끈 것을 종종 후회할 정도로 아들은영화와 음악도 다른 시각에서즐겼다. 나는 보편성을 잃은 개성이 인정받을 수 없음을 자주 말하면서 아들과 대화했었다. 훗날 이 놈은 그 영화를 어찌 기억할까? 나와 같은 시선으로 영화를 봤어야 기억도 따뜻할텐데. 나는 소심하게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발견한 영화의 포스터 사진을 아들이 이메일로 보내오자, 아들이 그래도 나와 함께 본 그 영화를 의미있게 기억하고 있음이 분명해서 미소가 지어졌다.

재미있는 것은 아들이 이 영화의 포스터를 찍은 사진을 보내 온 이메일에 아무 말도 없이 물음표(?)만을 제목으로 보내 온 것이었다. 아무 내용 없이 사진 한장이 있는 이메일에 제목이 물음표인 이메일. 눈을 씼고 찾아보아도 안부 인사 한 줄 없는 이 이메일에 나도 즉시 답을 했다. 나의 회신은 느낌표(!)였다.

“아빠, 아빠 좋아하시는 영화 포스터가 있네요, 아들이 찍어 보내는 사진을 보시니 기분이 어떠세요?”

“멀리서 분주한 중에도 아빠 생각을 하고 그렇게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니 정말로 고맙구나!”

우리는 무뚝뚝한 부자인가, 간결함을 즐기는 부자인가? ▷문의 및 도움말: jeonsu_kim@hotmail.com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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