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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조조, 간교한 영웅이라고? 인재 등용·민심 헤아린 통 큰 보스

"조조 같은 인물." 누군가 자신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면 살짝 기분이 나빠질 게다. 후한 말 어지러운 세상에서 몸을 일으켜 천하를 호령한 끝에 위 나라를 연 큰 인물인데도 그렇다. 소설 '삼국지'의 영향이 크다. 한나라 종친인 유비의 대척점에 서서 천자의 정통성을 짓밟은 간교하고 잔인한 안티 히어로로 그려졌기에 그를 좋아하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적어도 리더라면 "조조 같다"란 세평에 흔들릴 필요가 없겠다. 중국의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을 읽고 나면 말이다. 군사전략가 정치가 문인 등 조조의 다양한 인간적 면모를 파고든 덕분이다. 물론 찬양 일변도는 아니다. 부친의 원수를 갚는다며 서주 태수 도겸을 칠 때 수 만명의 무고한 백성을 살해했다거나 군량이 부족하자 책임자에게 배식하는 됫박을 줄이라 지시하고는 원성이 일자 책임을 물어 처형하는 등 무도함과 술수도 꼬집는다. 그러면서도 조조의 인물됨과 능력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지 않아 사귀고 싶지는 않되 따르고 싶은 지도자란 인상을 준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14장까지는 조조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가계와 성장과정 등 이름을 날리기 전 이야기에서 천하의 주도권을 쥐고 삼국정립의 형세를 이루기까지를 다양한 전거를 들어가며 역사적으로 조명한다. 눈에 띄는 대목은 조조가 천하쟁패의 주역으로 등장하기 전 일화다. 망나니처럼 굴던 조조는 스무 살에 가문의 배경으로 벼슬길에 오른다. 첫 직무는 수도 낙양의 북부 궁문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맡은 지 몇 달 안 가 황제가 가장 총애하는 환관의 숙부가 야간 통행금지 규정을 위반하자 그를 격살했다. 도지사 격인 제남상으로 가서는 "재물을 탐내 세도가들에게 빌붙은 지방관리들을 열에 여덟 꼴로" 파직했다. 권세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직한 관리란 명성이 그의 입신출세에 바탕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15장부터는 인간 조조를 조명한다. 흔히 법가의 인물로 알려진 그가 실은 "사회가 안정되면 예법으로 교화하고 혼란하면 형법으로 통치한다"는 신념으로 교육에 힘쓴 유가의 면모를 지녔단다. 능력만 있으면 인재를 등용하는 용인술의 대가 병사들이 농사를 짓게하는 둔전제를 실시한 경세가 형식을 벗은 자유로운 글쓰기로 '건안문학' 의 주역이 된 문인이란 점도 짚었다.

출신이나 당파 개인적 허물 대신 재주를 따진 사람을 쓴 포용력 있는 보스였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장남 조앙을 죽인 장수까지 거두어 등용한 사례에서 나온 이야기다.

민심을 헤아리는 데도 뛰어났다. '초학기(初學記)'에 따르면 "여론 동향을 알기 위해" 담당 부서를 새로 만들고 수하들에게 매달 초하루면 보고서를 내도록 했다. 조조는 잘못 평가됐다. 일찍이 "청평의 간적 난세의 영웅"이란 허소의 인물평이 "치제의 능신 난세의 간웅"으로 뒤집혔듯이. 책은 공정한 조조 평가를 위한 필독서이자 지도자를 위한 통치술 교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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