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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산책] 그 많은 돈은 또 어디로

신복례/편집부 차장

양적완화 시즌2가 시작됐다. 영화나 드라마 제목이 아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또 시장에 6000억달러의 돈을 풀기로 한 것을 말한다.

아니 국채매입을 통해 푸는 돈 6000억달러 외에 은행들로부터 부실 모기지 증권을 사들이면서 내주는 돈이 2500억~3000억달러 쯤 되니 양적완화 시즌2에 시장에 뿌려지는 돈은 총 9000억달러에 달한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1차 양적완화때 푼 돈 1조7000억달러를 포함하면 FRB가 두차례의 양적완화로 뿌리는 돈은 모두 2조6000억달러에 달한다.

가늠이 잘 안되는 규모다. 양적완화. 경제 문외한으로서 금융위기 전에는 잘 알지도 못했던 용어다. 그런데 지금은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됐다. 정말 궁금해서다.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돈을 풀었는데 병원에 누워있는 경제가 과연 벌떡 일어날 수 있을지.

증시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넘쳐나는 돈이 이리로 저리로 쏠려다니면서 농산물 가격을 뛰게 하고 원자재 가격도 뛰게하고 금값은 춤을 추게 하고 있다. 유가도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연일 들려오는 뉴스는 면화값이 급등해 의류업계는 옷값을 올릴 예정이고 식자재값이 뛰어 식품업계는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직장인의 월급이 오르고 자영업자의 소득이 늘었다는 뉴스는 들리지 않는다.

양적완화를 실시하는 이유가 일자리를 늘려 고용을 안정시키고 소비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인데 소비와 고용은 기대만큼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어릴 적 마당에 있던 물 펌프가 생각난다. 펌프로 물을 퍼올리려면 먼저 물을 한 바가지 정도 붓고 재빨리 펌프질을 해야했다. 5~10번 마구 펌프질을 하면 대개는 물이 콸콸콸 쏟아졌다. 아무리 물을 들이붓고 펌프질을 해도 물이 올라오지 않는 때도 있었는데 그건 펌프가 고장난 경우였다.

사실 몹시 바라고 있다. 빚더미를 떠안을 후손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그 돈이 얼마가 됐든 퍼부어서 개인과 기업들간에 돈이 돌고 그래서 우리네 살림살이가 펴질 수만 있다면. 그런데 고장난 펌프에 물을 들이붓듯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돈이 돌지 않는다.

일단 은행들은 자신들의 쓰레기 자산인 부실 모기지 증권을 FRB에 넘겨주고 받은 돈을 기업에 대출하는 대신 FRB로 돌려보내 지준예치금으로 쌓아놓고 있다. 0.25%의 이자를 받으며 잠자고 있는 돈이 무려 1조달러다. 그리고 또 다른 돈들은 주식과 곡물 원자재 시장을 돌아다니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높이고 있다.

도대체 경제를 살리는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1980년대 FRB 의장을 지낸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은 현재의 미국경제를 '진흙탕 속을 걷는 것'에 비유했다. 미국경제가 앞으로 더딘 회복의 길을 갈 것이라고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탄탄한 땅을 밟기 위해서는 이를 거쳐갈 수 밖에 없다고.

이만큼 살면서 확실히 배운 것 중의 하나가 있다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순리를 거스르고 무리를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뤄야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기축통화인 달러는 미국만의 돈이 아니라 세계의 돈이다. 달러의 향방에 따라 세계경제 전체가 좌우된다.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밀려드는 달러를 막아내느라 벌써부터 방어둑을 높이려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경제 만이 아니라 전세계 경제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FRB의 도박과도 같은 실험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해피 엔딩이 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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