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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임원의 리더십] 강유진 아이큐박스 사장

"장난감 회사의 적은 저출산이 아니라 닌텐도"

플레이모빌 유통, 키즈카페 운영…아동 도서출판 삼성당 셋째 딸
"장난감 매장은 쇼핑 인프라…월급 제때 주는 게 경영 철칙"


인구구조의 변화는 산업 지도를 바꿔놓는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과 주식시장의 대세 상승을 말하는 이들의 단골 메뉴도 인구구조의 변화다. 그래서 장난감 회사의 미래는 불투명해 보인다. '애들'이 줄어드는 데 도리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강유진(37) 아이큐박스 사장은 생각이 다르다. 아이큐박스는 플레이모빌.브리오.토이로얄 등의 완구를 수입.판매하는 회사다.

"출산율은 고민거리가 아니에요.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이니까 혹은 조카에게라도 더 좋은 것을 사주고 싶어 하죠. 출산율이 고급 장난감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어요."

아직 미혼인 그가 장난감 사업에 한마디 하는 게 미덥지 않다. "화장품이나 여성복 회사 사장이 모두 여자는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하는 강 사장. 알고 보니 유아.아동 교육도서로 유명한 삼성당 그 창업주의 셋째 딸이다. 집안 분위기 덕분에 자연스레 아동 관련 사업에 눈에 트였는지 모르겠다. 장난감을 다루다 보니 '철이 덜 든 듯' 또래보다 어려 보이는 그를 만나 장난감 사업과 국내 완구 시장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저출산이 문제가 아니라면 장난감 회사의 위협 요소는 뭔가.

"게임회사다. 다른 완구 회사가 문제 아니다. 게임이 더 큰 문제다. 닌텐도가 나온 후 장난감에서는 손을 떼는 애들의 연령대가 낮아졌다. 예전에는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애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지금은 다섯 살이면 다들 게임기 가지고 논다. 최근엔 아이패드다 해서 모바일 기기 애플리케이션까지 경쟁 상대다. 오프라인 완구를 모바일 기기와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 딸이 사업을 물려받았다.

"남동생이 삼성당 대표(강진균)로 있다. 아이큐박스는 1988년에 설립된 삼성당 계열사다. 94년 법인으로 전환된 후 수익성이 없어 사업을 아예 접으려고 했다. 장난감 사업을 포기할 수 없어서 내가 맡겠다고 나섰다. 2006년 내가 대표이사가 되면서 계열 분리했다."

-왜 장난감 사업인가.

"장난감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누구나 어린 시절은 있기 마련이고 어린 시절은 항상 장난감과 함께 한다. 인생을 살면서 어린이로 머무르는 시간은 고작 5년이다(※3세부터 입학 전 7세 정도까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추억을 안겨주고 싶다. 우리가 수입하는 완구 중 '브리오'라고 있다. 125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웨덴 왕실 지정 완구다. 거기 슬로건이 이렇다. 'It's not a toy. It's childhood.(브리오는 장난감이 아니라 어린 시절 그 자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나."

-가장 애착이 가는 장난감은 무엇인가.

"플레이모빌이다. 실제 20~30대 여성들 가운데 플레이모빌을 수집하는 사람도 많다."

-어렸을 적 '플레이모빌은 내 친구 내 친구 플레이모빌…'이라는 그 광고 속 장난감을 말하는 거냐.

"플레이모빌은 74년에 설립된 독일 회사에서 만든 장난감이다. 2.5인치 피규어(모형)로 온 세상 어린이들의 친구가 됐다. 플레이모빌 피규어의 얼굴에는 코가 없다. 애들이 사람 얼굴을 그릴 때 눈과 입만 그린다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제품을 만들 때는 피규어를 먼저 만들고 그 피규어가 속한 주변 환경을 만든다. 예를 들어 환자나 의사 피규어를 만들고 병원을 만드는 식이다. 사람들이 레고와 헛갈리는데 레고는 블록이다. 레고가 조립 과정 자체를 즐기는 거라면 플레이모빌은 조립을 끝내고 난 뒤 역할 놀이 하는 데 의미를 둔다. 한국에서는 영실업이 80년대 플레이모빌 국내 제조.유통권을 사서 '영플레이모빌'이라 이름 붙여 팔았다. 그런데 90년대 플레이모빌 본사에서 품질 관리가 안 된다는 이유로 각국에 줬던 제조권을 거둬들였다. 국내에서 플레이모빌이 자취를 감췄다. 2002년 아이큐박스를 통해 다시 들어왔다. 2007년엔 독점 계약을 따냈고. 어릴 때 TV에서 광고를 보며 자란 세대가 지금 플레이모빌 매니어층이 됐다. 국내 키덜트(*아이 같은 어른) 시장에서 완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700억원(2008년 기준) 정도 된다. 국내 플레이모빌 매출에서 성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4분의 1 수준이다."

-미혼이다. 아이도 없는 사람이 장난감 사업을 하는데 상품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

"그 논리라면 기업의 최소 절반은 여자가 사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 아이큐박스 자회사로 '인더스토리'가 있다. 일종의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곳인데 이게 아이큐박스와 시너지 효과를 낸다. 여기에 우리 장난감을 갖다 놓아 애들 반응을 살피고 키즈카페에는 차별화된 장난감을 놓아 애들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인더스토리 키즈카페가 백화점에 들어가 있다. 수수료 빼고 나면 수익이 남나.

"평당 수익으로 따지면 백화점은 여성 의류로만 채워져야 할 거다. 완구 매장은 다른 업종과 경쟁이 안 된다. 돈이 안 되니 푸대접 받고. 해외 백화점의 완구 매장은 우리의 최소 다섯 배다. 유럽은 한 층의 절반이 완구 매장이고. 완구박람회가 열리는 2월이면 독일 백화점 1층 쇼윈도도 완구가 차지한다. 완구 매장이 충분히 확보가 안 되니까 키즈카페가 필요한 거다. 키즈카페만 놓고 돈을 얼마를 버느냐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키즈카페는 쇼핑을 위한 인프라 시설이다. 2007년 3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이 문을 열 때 백화점 측이 300평에 이르는 어린이 시설 공간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걸 우리가 따냈다. 인더스토리의 슬로건이 '엄마에게는 자유를 아이에게는 재미를(free for Mom fun for Kids)'이다. 단순히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엄마와 아이를 위한 '복합문화 비즈니스'가 우리의 사업 목표다. 다행히 백화점 측도 과거보다 이해를 많이 해 준다. 완구 매장과 키즈카페가 백화점 수익 전체에 미치는 연관 효과에 대해서도 생각해 주고. 우리나라 소득 수준이 높아져서이기도 하겠지만 추측건대 백화점 오너의 자녀들이 3~7세가 된 것도 이유가 아닐까 싶다."

-올해 실적은 어떻게 전망하나(인더스토리를 제외한 아이큐박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41억원이다).

"1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본다. 45억원 수준이다. 외형적 성장보다는 이익 중심의 내실 있는 성장을 하겠다. 그래서 수익이 안 나는 곳의 백화점 점포는 철수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매출 비중도 늘려갈 생각이다. 그리고 백화점보다는 저렴한 상품을 할인점에 공급해 사람들이 쉽게 아이큐박스 장난감을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

-장난감 회사이기는 하지만 여자로서 사업하면서 어려운 점 없었나.

"직원들하고 함께 사업체 첫 미팅 자리에 가면 상대방이 나를 과장이나 차장급으로 보고 말을 한다. 그러다 진짜 실무자인 차장이 들어와 나를 사장이라고 소개하면 상대방이 굉장히 당황한다. 그럴 땐 내가 더 미안하다. 이런 일을 겪고 나면 오히려 더 친해진다. 우리 회사를 더 잘 기억해 주기도 하고. 술을 마시거나 접대는 못하지만 안부전화나 문자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아버지에게 받은 경영 철학이 있다면.

"아버지로부터 특별히 경영 수업을 받은 적 없다. 그러나 내가 반드시 지키는 아버지의 경영 원칙이 있다. 직원 월급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제때 준다는 거다. 예전에 회사 공장이 불타버렸는데도 아버지는 직원들 월급을 챙겨줬다. 나도 직원 급여는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월급을 받아야 일할 마음이 생기고 그래야 회사가 제대로 굴러갈 것 아니냐. 다행히 아직까지 월급 밀려본 적 한 번도 없다. 난 자수성가한 아버지를 존경한다. 힘든 결정을 해야 하거나 위기가 왔을 때는 '아버지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아버지의 존재가 내 안의 답을 찾는 걸 도와준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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