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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의 용' 된 베이너, 미국 '넘버 3' 하원의장 오르다

하원의장 내정된 공화당 존 베이너 당선자

"이번 선거에선 유권자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변화를 요구했다."

2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에 오름으로써 하원 의장에 사실상 내정된 존 베이너(60) 의원의 말이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70)로부터 하원 의장을 넘겨받게 될 베이너는 이날 승리를 선언하며 "앞으로 재정지출 축소를 통해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오바마의 경제 정책 등을 손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원 의장은 미국 정.부 대통령 유고시 대통령직을 이어받는 서열 3위 직책이다. 베이너와 펠로시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지난 4년간 하원 수장을 지냈던 펠로시는 명품 패션과 보톡스(잔주름 제거 시술)를 떠올리는 '캘리포니아 부유층'의 상징적 인물이다. 반면 벽촌.근로계층 출신인 베이너는 기업인으로 자수성가했다.

공화당의 승리를 견인한 베이너는 2일 자신의 인생역정을 회고하다 1~2분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오하이오주 남쪽 끝자락의 레딩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12남매 가운데 둘째로 자란 베이너는 "일과 후 집에 돌아가는 것이 마치 고아원에 들어가는 것과 같았다"고 술회할 만큼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웨이터 마루 닦기 공사장 야간 경비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베이너는 조그만 플라스틱제품 판매회사인 뉴사이트 세일즈에서 판매사원으로 출발해 이 회사의 사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이 회사의 소유주는 사망하면서 회사의 소유권과 자신의 골프클럽까지 베이너에게 물려줬다. 베이너는 1985년 오하이오주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90년 고향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11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공화당 내에서도 개혁주의자로 꼽힌다. 초선 의원 시절 6명의 동료와 함께 의사당 내 우체국.식당의 비리를 집요하게 파헤쳐 '7명의 갱'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친기업 성향의 베이너 의원은 2008년 10월 금융위기 수습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제출한 부실자산 구제계획(TARP)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오바마의 의료보험 개혁법과 금융개혁법엔 끝까지 반대했다. 기업 활동을 제약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베이너는 미국이 한국.콜롬비아.파나마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은 조속히 비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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