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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같은 제사장] 내 안의 바벨탑을 무너뜨리라

이유정 목사/한빛지구촌교회 예배디렉터

이 세상은 살리는 일보다 으뜸 되는 일에 열을 올린다. 월드컵을 예로 들자. 전 인류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월드컵, 16강에 올라가기만 해도 몇 백억 원의 수입효과를 낳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여기에서 뜨면 유럽 명문구단의 스카우트 제의가 물밀듯 들어오는 절호의 기회, 그래서 월드컵은 축구 천재들의 등용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광의 1위는 한 팀에게만 돌아간다. 일등한 팀 외의 나머지 모든 나라는 패배한 나라이고, 열등한 팀이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버지니아, 페어팩스, 라우든 카운티가 ‘살기 좋은 도시 1위, 가구당 평균수입 1위, 고등학교 1위’ 등으로 지면을 장식하면 어깨가 으쓱했는데 이제 그 마음을 접어야겠다. 자랑할 일이 아니라 감사할 일이다. 우리 사회는 사물을 접근하는 방식이 항상 이런 식이다. 어떤 사물이나 존재에 등수를 매기면 나머지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대적으로 열등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누구도 그럴 권리를 주지 않았는데 말이다. 1등이 우리의 행복과 직결되는 것이 결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1등이라는 신기루에 매료되어 일류추구를 당연시 여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힘을 다해 추구하여 성취해내야 하는 성공으로 치부한다. 아울러 이를 달성한 자에게 자동적으로 행복이라는 부산물을 가져다 줄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이는 근거 없는 미신일 뿐, 서로의 경쟁심리만 자극한다.

이렇듯 오늘 우리의 삶은 일등 만능주의의 횡포에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상처 입고, 찢기고 있다. 남보다 뛰어나게, 빠르게, 높게, 앞선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땀과 피를 흘렸고, 얼마나 빨리 달려왔는가? 남을 짓누르고 올라서고 나면 그 곳에 진정한 행복이 있는가? 과연 우리가 찾던 유토피아가 존재하는가?

헨리 나우웬은 그의 책 ‘세상의 길 그리스도의 길’에서 우리의 삶의 방식 전체가 성공으로 향한 사다리를 타고 맨 꼭대기에 이르는 것을 추구하도록 되어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상승할 때 얻는 보상을 추구하고, 업적을 이루는 것이 거룩한 과업이라고 배우고, 성공하기 위해서 경쟁에 살아남아 승리자가 되어야 하고, 다른 사람을 누르고 정복해야 한다. 성공은 더 건강하고, 더 강인하고, 더 지적 능력을 갖추고, 더 생산적이며,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이러한 진보의 신화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그 대열에서 패배했을 경우 우리는 모자란 사람, 불쌍한 부적응자, 이탈자, 가난한 자로 취급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창조주 하나님이 의도하셨던 세상이 아니다. 물론 하나님은 때때로 우리를 높은 지위, 고지에 올리신다. 이때 중요한 것은 마음의 하향성이다.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가치이다. 일등을 위한 독주보다 뒤 처진 자, 낮은 자, 연약한 자에게 마음을 두는 것이다. 높은 곳에 있을 때도 마음은 낮은 곳을 향해야 한다. 그럴 때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막 10:44)는 예수의 가르침처럼 약한 자를 위해 앞선자, 힘 있는 자가 양보하고 희생하고 섬기는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일등 만능주의의 기원은 가장 높은 탑을 쌓으려 했던 ‘바벨탑’(창 11:9) 사건이다. 하나님을 경배하기보다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숭배했을 때 결국 바벨탑은 무너졌다. 그러나 인류는 여전히 또 다른 바벨탑을 쌓고 있다. 우리 마음에 일등, 우월감, 비교우위, 대형화, 고속성장의 ‘바벨탑’이 숨어있는지 돌아보자. 그 탑을 쌓기 위해 상향성을 부츠기고, 온 맘과 정성을 다해 뛰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자. 바벨탑은 ‘육’이다. 육은 무익한 것이다. “살리는 것은 영이니 육은 무익하니라. 내가 너희에게 이른 말이 영이요 생명이라.”(요 6:63)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우리는 결코 하나님을 예배할 수 없다. 하나님과 바벨탑 두 주인을 섬길 수 없기 때문이다.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마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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