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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면역질환, 어떤 병인가? 면역 체계의 공격…극심한 통증 유발

"700가지 통증에 시달려본 분이라면 제 마음을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7일 자살한 '행복전도사' 고 최윤희씨가 유서에 남긴 말이다. 경찰은 최씨가 2년 전부터 앓아온 '루프스'의 고통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한다. 루프스는 류마티스 관절염과 함께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우리 몸에는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바이러스 등 독성물질을 물리치는 수비대 즉 자가면역체계가 있다. 자가면역질환은 수비대(항체)가 자신의 조직을 외부에서 들어온 적(항원)으로 잘못 인식해 공격하는 질환이다. 최씨를 자살까지 몰고 간 자가면역질환은 어떤 병이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루프스,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통증 느껴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독성화학물질이나 바이러스의 잦은 침입 유전체 이상 극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추정된다.

루프스는 그중에서도 가장 심한 통증을 가져오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처음에는 피부 발진.탈모 증상이 나타나지만 1~2년 내 전신경련.손발 저림.구강 궤양.관절염 등 전신질환으로 번진다. 그러다 또 몇 년이 지나면 콩팥.폐.심장 등 주요 장기로 확산돼 통증을 일으킨다. 장기를 침범한 상태에선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최고 그 이상의 통증을 느낀다.

고통스럽긴 류마티스관절염도 마찬가지다. 1~2년 내 모든 관절이 굳어버린다. 마치 꽉 낀 우주복을 입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책장을 넘기는 사소한 행동이나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통증을 느끼고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 강직성 척추염은 허리와 엉덩이를 시작으로 척추가 점점 굳는다.

또 쇼그렌 증후군은 눈과 입에 통증을 일으킨다. 눈과 입의 수분을 앗아가 안구통증과 구강 작열감을 일으킨다. 침이 말라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도 삼킬 수도 없다.

아침에는 염증물질이 고여 있어 가장 심하게 아프고 오후로 갈수록 조금씩 호전된다. 반대로 퇴행성 관절염은 저녁 무렵 더 아프다.

여성환자 훨씬 많아 호르몬과 관계 있는 듯

류마티스 관절염과 루프스.쇼그렌 증후군 등 자가면역질환은 적게는 5배 많게는 10배 이상 여성에게 많이 발병한다. 여성호르몬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쥐 암컷과 수컷에게 똑같이 자가면역 이상 반응을 일으키면 암컷이 훨씬 높은 이상 반응을 나타낸 연구도 있었다.

여성이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감정적이고 예민한 사람은 자가면역질환을 악화시키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 결혼을 앞두거나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성은 자가면역질환 진행 속도가 훨씬 빠르다.

유일하게 남성에게 많은 자가면역질환도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여성에 비해 남성이 약 3배 많다. 주로 20대 초반 HLA-B27이라는 항원을 가진 남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관절변형 예방하는 생물학적 제제 효과

자가면역질환은 연구 역사가 짧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1980년대 초만 해도 불치병으로 생각해 돌려보냈다. 루프스와 쇼그렌 증후군은 피부병이나 꾀병이라고 치부하기도 했다.

초기에는 소염제.스테로이드제를 써 통증을 가라앉힌다. 하지만 당장 통증만 가라앉힐 뿐 치료 효과는 없다. 증상이 가라앉지 않고 병이 진행되면 면역억제제를 써야 한다. 면역이상반응에 관계되는 세포활동을 억제해 병의 진행을 막는다.

하지만 이들 모두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소화기와 신장.간 등에 부작용을 일으킨다.

5년여 전부터 사용된 생물학적 제제는 면역질환자에겐 새로운 희망이다. 면역이상반응을 일으키는 한 두 가지 특정물질에만 반응해 관절변형을 예방한다. 소염제와 스테로이드가 화학적 합성제인 것과 달리 생물학적 제제는 사람의 유전자를 재조합한 물질을 주사하므로 부작용은 적고 치료 효과는 크다.

류마티스관절염과 강직성척추염 등에 쓰이며 초기에 사용하면 관절이 굳는 것을 막을수 있다. 루프스는 아직 연구 단계다. 면역 이상에 관여하는 세포를 차단하는 약이 개발돼 임상시험에 들어간 상태로 몇 년 내에 상용화 될 것으로 예측된다. 환자들은 결코 희망을 잃지 말아야 이유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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