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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장수, 근육 키우기에 달렸다

12일 오전 10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보건소 2층. 70, 80대 노인 20여 명이 운동처방실로 모였다. 할머니들이 벽에 등을 바짝 붙이고 다리를 쭉 편 ‘ㄴ’자로 앉았다. 발끝을 몸쪽으로 당겨 “하나, 둘, 셋” 구령을 넣고 다시 발끝을 바깥으로 쭉 펴는 동작을 반복한다. 보건소 김성기 운동처방사는 “간단하게 보이지만 발목·다리·등·배 근육을 강화하고, 자세를 펴주는 근력운동”이라며 “노인에겐 운동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영희(여·80·용인시 기흥구 상갈동)씨는 근력운동 덕을 제대로 봤다. 그는 “10년 전 찾아온 퇴행성 관절염으로 무릎에 차는 물을 빼내며 앉아 있었지만 6개월 전부터 다리 근육운동을 한 뒤 지팡이 없이도 다닌다”며 활짝 웃었다.

한쪽에선 강종남(남·71·용인시 기흥구 구갈동)씨가 다리를 들어올리는 근력운동(레그 익스텐션)에 열심이다. 1996년 뇌경색, 98년 엉덩이뼈 골절, 2009년 척추 디스크 수술로 왼쪽 팔다리가 모두 마비됐다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 그는 “근력운동을 시작한 뒤 다리가 약간 불편한 것 빼고는 건강을 회복했다”고 자랑했다. 노인 근력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이곳 보건소에는 매일 120여 명의 노인이 찾아와 건강을 되찾고 있다.

근육 부족→낙상→사망으로 이어져



근골격계 질환, 심장혈관 질환, 만성병 등으로 거동이 힘들던 노인들이 근육운동으로 제2의 인생을 열고 있다. 세계 의학계도 의료비를 절감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건강 장수’의 열쇠로 ‘근육’을 주목하고 있다.

근육도 다른 신체기관처럼 나이가 들면 양과 질이 감소한다. 이런 증상을 ‘근육 감소증’ 또는 ‘사코페니아(Sarcopenia)’라고 한다. 남성호르몬 감소 등 물리적 원인이 복합돼 나타난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진영수 교수는 “근육운동을 하지 않으면 20대 후반부터 매년 근력이 1%씩 줄어 60세가 넘으면 30~45% 감소한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1주일만 침상생활을 해도 1년 동안 감소되는 근육이 사라진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송욱 교수는 “외국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25%, 80세 이상은 절반에서 근 감소증이 관찰된다”고 말했다.

근육은 인체에 운동 능력을 부여할 뿐 아니라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저장·소비하는 ‘엔진’이다.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는 “노인에게 근육이 부족하면 낙상·당뇨병·비만 등 만성질환 위험이 높아지고, 결국 죽음도 앞당겨진다”고 말했다.

‘미국임상영양학회지’ 등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근육 감소증은 기초대사율을 떨어뜨리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2형 당뇨병 발생을 촉진한다(2005). 심장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 최대 4배 이상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2009).

근육 부족은 운동 능력을 급격히 낮춰 앉고, 서고, 계단을 오르는 등 일상생활을 가로막아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특히 다리 근력의 저하는 평형 능력을 잃게 해 노인의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인 낙상으로 이어진다. 올해 노인병 저널인 ‘Arch Gerontol Geriatr’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대퇴 골절을 입은 여성의 58%에서 근육 감소증이 있었다.

고대 구로병원 내분비내과 최경묵 교수는 “근육이 줄면 지방이 증가하는 근육 감소형 비만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근육은 수술 후 회복에도 영향을 미친다.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박원하 교수는 “중년 환자를 수술한 뒤 경과를 보면 운동을 한 사람은 산소와 혈액 공급 능력이 뛰어나 경과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움직여야…하체운동 비중 높게

서울대 의대 노화·노령화사회연구소 박상철 교수는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끊임없이 움직여 근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송욱 교수팀과 간호대팀이 종로구 복지회관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주 3회 12주간 아령 등을 이용해 근력운동을 진행했다. 그 결과 근육량이 증가하고 체지방이 감소했다. 활동성도 개선됐다.

박원하 교수는 “근력운동을 하면 근육섬유가 커지고, 에너지 비축 능력이 늘어 산소 이용률이 높아진다. ”고 말했다. 특히 운동시간이 부족하다면 유산소운동보다 근력운동을 하자. 정선근 교수는 “근력운동은 유산소운동 효과와 평형 능력 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는 1석3조의 운동”이라고 말했다.

‘노화는 다리부터’라는 말이 있다. 노인 근력운동의 3분의 2는 하체에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송욱 교수는 “노인은 본인의 체중 또는 1~2㎏의 가벼운 아령을 이용해 꾸준히 운동하면 충분한 근력 강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근력과 최대 산소 섭취량이 약 20% 증가한다. 이는 20년은 젊어지는 효과와 비슷하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노인의 근력에 관심을 갖고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송욱 교수는 “우리나라도 노인 근력운동을 국민운동으로 보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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