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차례 가까울수록 더 초조…땅위 숨쉬는 게 바로 행복실감"
최연소 구조 광부 산체스씨 한인 언론 최초 보닞 인터뷰
"악몽과도 같은 나날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대로 죽을 수 있겠다는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그러나 동료들이 함께 의지하고 서로에게 용기를 주면서 생존의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69일만에 구조된 광부 33명 중 최연소자인 지미 산체스(19)를 한인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15일 그의 집 앞에서 만났다.
이틀 동안 코피아포 리조널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지미는 오전부터 퇴원준비를 했지만 병원 문 밖에서 진치고 있는 수백 명의 기자단들을 피하기 위해 오후 늦게까지 병원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20명의 광부들과 함께 퇴원한 지미는 가족들과 동네 친구 이웃들의 환영식 속에서도 "한국에서까지 취재하러 올지 몰랐다. 관심을 가져준 한국인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예의바르게 인사를 전했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지하에서의 생활을 들려달라. 어떻게 지냈나.
“말 그대로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 지냈다. 하지만 오래 생활하다 보니 익숙해지더라. 안은 덥고 습기가 높아서 조금만 움직여도 지친다.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최소한 행동하고 지냈다. 더위가 심해서 갈증을 이겨내기 힘들었다. 선배들의 도움과 조언이 없었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지하에서 가장 두려웠던 것은.
“물이 부족한 것이 가장 걱정됐다. 최소한 마시면서 견뎠다. 다른 선배들의 돌봐주지 않았다면 탈진했을 것이다.”
-구조 캡슐을 타고 올라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나.
“내가 다섯번째로 올라왔다. 앞서 올라간 선배들이 무사히 빠져나가서 걱정하지 않았다. 내 차례가 오는 걸 기다리는 게 무척 초조했다. 마지막에 올라온 선배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라가는 도중에도 계속 줄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땅에 올라와 발을 딛고 숨을 쉬는 게 이렇게 행복한 것인줄 몰랐다. 너무 좋다.”
-집에 돌아왔다. 소감은.
“나를 구해준 칠레 정부에 감사드린다. 나를 기다려준 아버지와 어머니, 사랑하는 부인과 딸에게 사랑한다는 말 뿐이다.”
-건강은 어떤가.
“너무 좋다. 의사들이 젊어서 그렇다고 하더라. 하지만 보험회사에서 정밀 검진을 요구해 이틀간 병원에 있었다. 퇴원하는 시간을 기다리는 게 너무 지루하고 힘들었다.”
-집에서 무엇을 제일 먼저 하고 싶나.
“엄마가 만들어준 생선요리가 너무 먹고 싶다. 전화로 말했더니 엄마가 만들어놓고 기다린다고 했다.(웃음) 그리고 샤워하고 푹 잠잘 것이다. 집이 너무 좋다.” (실제 지미 어머니 노르마 산체스씨는 아침부터 지미를 위해 생선 요리를 준비했다.)
-한국에 인사 한마디 한다면.
“칠레 신문에도 코리아가 많이 소개되어 한국이 매우 발전한 나라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나라에까지 관심을 가져줘서 정말 고맙다. 한국민들의 건강과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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