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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흙이란 무엇이길래

안창택/한국수필 등단

태초에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해 낼 때 하필이면 흙으로 인간을 만들었을까. 성경을 읽을 때마다 궁금한 것 중의 하나다. 인간에 의해 밟히면서 인간의 아래에서 인간을 받들면서 흙은 자기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흙이 주는 혜택은 누리면서도 흙의 고마움을 아는 인간은 몇 명이나 있을까. 그냥 무상으로 주고 이 넓은 지구에 흙으로 가득 찼기 때문에 내가 누리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겨오지나 않았나 하는 마음이다. 마치 공기를 무상으로 받아 마시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흙의 고마움을 모르고 지내지 않는지 자문해 본다.

매일 출퇴근하면서 타고 다니는 프리웨이는 콘크리트 덩어리가 흙을 누르면서 버티고 서있다. 주차장에 내려도 흙을 완전히 덮어버려 흙이 들숨과 날숨은 어떻게 쉬는지 안타까울 때가 많다. 한국에 가면 거대한 아파트 집단이 온 도시에 들어차서 흙이 어디에 있는지 일부러 찾아봐야 한다. 손바닥으로 비벼서 후~우 불면 공중으로 가루로 날아간다. 먼지 같은 것이 뭉치면 고층 빌딩도 단단히 떠 받쳐 준다.

내가 자주 가는 등산로 옆으로 커다란 바위덩어리가 여러 개 서 있다. 바위가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 같은데 미약한 흙이 접착제를 하는지 큰 바위를 고정시켜 주고 있다.

농부들이 씨앗을 뿌리면 흙은 고이 간직했다가 싹을 내어주고 뿌리가 잘 나게 해주면서 곡식이나 과일 야채 등 온갖 작물을 만들어 준다. 인간이 그런 흙에게 대가를 지불하는지 누구한테 물어보아도 아는 사람이 없다.

비가 많이 올 때에는 가슴에 이곳 저곳을 스펀지로 만들어 놓고 물을 저장해 둔다. 곡식이 필요할 때 자신의 몸에 저장했던 물을 뽑아 올려준다. 가뭄이 들면 거북이 등처럼 겉이 터지고 갈라지면서도 아래층에 있는 흙을 보호해 주는 희생 정신이 거룩하게 보인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흙을 퍼 나르고 산을 깎아내는 아픔도 감내하는 것을 보면 그 인내심이 대단하게 보인다. 인간이 산에 있는 나무도 뺏어가고 잔디도 다 떼어내어 붉은 속살을 드러낸다. 마구 헐뜯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뭉개버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인간에게 일침을 준다.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홍수와 흙탕물로 몸부림치는 모습을 본다. 흙으로 인간을 만들어주고도 그 인간한테 박해를 당하는 꼴이 되어버렸다고 항변하듯이 반항도 한다.

똥통에서 똥물을 뒤집어 쓰더라도 흠뻑 맞아준다. 오물을 걸러내고 닦아내어 지층 수십 리에 도달하도록 도와준다.

오물을 뒤집어 쓰더라도 얼굴 하나 붉히지 않는다. 오랜 시간을 두고 깨끗한 물로 정수해주는 여과기 역할을 해 낸다.

수모를 도리어 사랑으로 되갚아주는 모습이 본 받을 만하다. 정수기 물 보다 더 맑은 물로 인간에게 악이 아닌 선으로 갚는다. 그것뿐인가 온갖 환경 쓰레기며 비닐이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소화도 못하지만 가슴으로 일단 받아준다.

먹다 남은 음식물도 웅덩이를 파 놓고 깊게 저장해 준다. 삭혀주고 녹여 거름을 만들어 놓는다. 언제든지 인간이 필요하면 가슴을 들러내고 파가게 해 주는 아량은 어디서 배운 자비인가.

두더지 뱀 곰 등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에게도 가슴속을 후벼 파서 따뜻하게 겨울을 나게 해 준다. 그 인심은 아니 흙심은 가히 도량이 넓다고 해야 하겠다.

흙을 다져 가마에 달구면 몇 시간씩 불덩어리에 시달리고 뜨거움에도 자발없이 살려달라는 소리 한번 내지르지 않는 검질긴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뜨거운 광야 같은 삭막한 과정을 거치면 어여쁜 자기가 되어 나오고 옹기로도 태어나 맛있는 된장 뚝배기로 식탁에 올라온다.

자기의 반짝이는 광채가 그런 고통을 이겨냈다는 흔적은 한곳도 찾을 수가 없다. 자기의 탐스럽고 도톰한 모양은 만져보면 손바닥이 위로 받는 기분이다. 어쩌다 사람이 실수하여 깨졌을 때에는 이젠 더 이상 쓸모 없는 폐품이 되더라고 끝까지 순응한다. 이용만 당하는 꼴이 되어버렸는데도 말이 없다.

창조주가 인간을 만들어냈을 때 흙이 없었다면 뭐로 인간을 만들었을까.

흙의 대용품이 어떤 것인지 창조주도 고민을 많이 했을 뻔 했다. 인간의 조상은 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흙을 인간은 짓밟고 홀대를 하더라도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인간이 생명을 다하여 인생의 종말이면 다시 따스한 품 안으로 포근히 감싸주어 원래의 흙으로 돌려놓는 선량한 성인 군자다. 흙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인지 인간이 흙을 본받아야 살아가야 하는지는 내가 선택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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