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노벨상 받은 학자도, 은행장도 자기가 한 일 이해 못 해…"

'그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말해주지 않은 23가지' 펴낸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장하준(47)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2007년 출간된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통해 '세계화'와 '개방'을 강조해온 신자유주의를 비판해 주목받았다. 최근 영국에서 신간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을 펴냈다. 10월 말 한국어 번역본 '그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말해주지 않은 23가지'(가제)가 나올 예정이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는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은 듯하다. 신자유주의적 경제 상식들이 틀렸음을 지적해온 그의 목소리가 더욱 단호해졌다. "자유시장 같은 것은 사실상 있지도 않다"고 과감히 주장했고 "훌륭한 경제정책을 위해 탁월한 경제학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주류 경제학 자체에 도전장을 내민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영국 케임브리지 자택에서 장 교수를 만났다.

-책 제목이 자본주의에 감춰진 비밀이 많다는 뉘앙스다. 자칫하면 사회주의 옹호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이해한다(웃음).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특히 냉전시대에 자본주의라는 말 자체가 좌경 용어였기 때문에 그렇게 여기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건 우리나라의 특수상황이다. 자유시장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자본주의 거부를 의미하지 않는다. 자본주의가 현재 제일 나은 경제 시스템이다.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자본주의를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

-이번 책의 요지가 뭔가.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신화 경제학에 대한 신화를 깨뜨리고 싶었다. 자유시장주의에 대해 부자들이 흔히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야 모든 사람들이 부자가 된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그런 정책을 쓰니까 경제성장률이 도리어 줄지 않았나. 이처럼 잘못된 경제지식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보통 사람들은 경제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는 통념도 깨져야 한다."

-주류 경제학에 대한 비판인가.

"현재의 주류경제학이 금융위기 이전에 진행된 잘못된 일을 정당화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비합리적인 정책조차도 시장의 경쟁 원리에 의해 자정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인간의 합리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마일션 숄즈는 1998년까지 LTCM 1999년 이후에는 PGAM이라는 해지펀드에 관여했다. 두 펀드가 어떻게 됐나. 모두 파산했다. 이번 금융위기 이후 노벨상 받은 경제학자도 은행장 펀드 매니저 명문대 교수도 정작 자신들이 하는 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는 증거가 속출하고 있다."

-신간을 보면 "자유시장은 없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자유시장이다 아니다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장'이란 개념에 이미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돼 있다는 말이다. 예컨대 19세기 초 영국의 아동 노동금지 문제를 보자. 당시 반대한 사람들은 이게 자유시장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요즘은 아무리 자유시장주의자라 해도 아동 노동의 부활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경제학적으로 바뀐 게 아니라 정치학적으로 바뀐 거다. 어떤 규제를 가리켜 반시장주의나 포퓰리즘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그 의견이 맘에 안 든다는 뜻으로 보면 될 것이다."

-"교육이 나라를 부유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는 이례적 주장도 포함돼 있다.

"훌륭한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교육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지만 경제를 위해 교육 하는 것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교육을 더 많이 시킨다고 해서 국가가 더 번영한다는 증거는 의외로 거의 없다. 고등교육에 대한 집착은 서열 매기기의 기능이 더 크다. 대학진학률이 너무 높아지면서 대학에 갈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가게 됐는데 순수하게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자원낭비다.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겠지만 교육의 진짜 기능이 뭔지 돌아봐야 한다."

장 교수는 인터뷰에서 "자본주의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경제위기가 왔는데 계속 기존의 이론이 옳다고 우겨서 되겠느냐"고 반문하며 "일부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경제학이 가치중립적인 학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타임스·가디언 등 서평 "자본주의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소중한 책"

장하준 교수는 전작인‘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말해주지 않은 23가지’(가제)도 영어로 먼저 썼다. 8월 22일 영국 펭귄 출판사의 임프린트인 알렌 레인(Allen Lane)에서 출간되자마자 타임스·가디언·인디펜던트·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일간지에서 서평을 실었다.
가디언의 일요판인 옵저버는 서평과 함께 인터뷰도 게재했다. 가디언은 “장 교수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최고의 비평가이지만, 반자본주의자하고는 거리가 멀다”며 “자본주의가 경제학자나 정치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굴러가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매우 소중한 책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선데이타임스는 “생생하고,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독일·네덜란드·미국에 이어 러시아·대만·태국에서도 저작권 계약이 이뤄졌다. 출간 한 달이 안돼 7개국에서 번역·출간이 결정된 셈이다.
케임브리지=이은주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