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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영성 <상> 'CCM 전도사' 김도현

한편의 설교 같은 깊은 울림 여느 발라드 못잖은 세련미
어릴 때 '주찬양선교단' 곡 듣고 결심
"대중 스타처럼 으스댈까 늘 경계해"

종교와 음악은 동전의 앞뒤다. 음악은 종교의식의 핵심요소다. 신앙생활에서도 활력소가 된다. 최근에는 대중음악과 종교음악의 교류도 활발하다. 대중음악 장르에다 개별 종교의 메시지를 담은 현대 종교음악이 인기다. 개신교·불교·천주교 등 3대 종교의 대표적인 뮤지션을 인터뷰 했다. 우리 시대 ‘노래하는 영성’ 3인의 이야기를 차례로 싣는다.

싱어 송 라이터 김도현(39)은 한국 기독교 음악(CCM)계의 깊은 호수를 이룬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CCM 사역을 시작한 그는 꼬박 20년간 CCM 음악에만 매달려 왔다. 그에게서 길어진 CCM 음악은 기독교계의 영적 목마름을 촉촉히 적셨다.

김도현이란 호수는 지난 20년간 CCM 음악의 분만실 같은 곳이기도 했다. ‘성령의 오셨네’ ‘봄’ 등 히트곡이 여럿이어서가 아니다. 가지런한 발라드를 닮은 그의 CCM은 대중음악의 세련미를 끌어오면서도, 기독교 음악의 영적 메시지를 잃지 않았다. 이를테면 김도현표 CCM은 영성이 꿈틀대는 매끈한 장르 음악이다.

“교회 음악도 세련미는 기본입니다. 그릇이 예뻐야 음식도 더 맛있겠죠. 음악이 좋아야 그 안에 녹아든 하나님의 메시지도 더 잘 전달되지 않을까요.”

그의 인생을 뒤집은 건 낡은 카세트 테이프였다. 까까머리 중학교 시절, 합창단 ‘주찬양선교단’ 1집 앨범을 처음 듣던 날을 잊지 못한다. 모태신앙으로 미지근한 신앙 생활을 하던 그는 찬양이 건네는 감격에 흠뻑 젖어 들기 시작했다.

“그 테이프를 듣던 날 인생의 목표가 또렷해졌죠. 음악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일에 헌신하겠다고 결심했어요.”

음악을 제대로 배운 적은 없다. 열아홉에 꿈에 그리던 주찬양선교단에 입단했고, 그곳에서 차근차근 음악적 소질을 키워갔다. 수준급인 피아노도 당시 홀로 익힌 것이라 한다. 그는 “찬양에 대한 갈급함이 있다 보니 곡도 자연스럽게 쓰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찬양은 내가 쓴다기보다 하나님이 주셔야 완성되는 것 같아요. 어느 날 불쑥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이 있어요. 영성이 가득한 곡은 오히려 쉽게 써질 때가 많죠.”

최근 발표한 3집 ‘샬롬’은 그런 그의 영적 체험이 녹아든 앨범이다. 타이틀곡 ‘샬롬’에 얽힌 일화 한 토막. 앨범이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해하던 그는 올 초 이스라엘 여행길에 올랐다.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를 건너는데 문득 성경 속 한 구절이 피어 올랐다.

‘내니 두려워 말아라.’(마태복음 14장 27절) 예수가 두려움에 떨고 있던 제자들에게 한 말이다. 호수를 건너는 동안 그의 입술 위로 잔잔한 발라드 선율이 내려앉았고, 이내 곡이 만들어졌다. ‘샬롬 샬롬 샬롬 내니 두려워 말아라….’

그는 “찬양 사역을 하면서 내가 으스댈까 봐 늘 경계한다”고 말했다. 마치 대중 스타처럼 우쭐대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CCM 히트곡 제조기’(그의 음반은 지금까지 모두 2만여 장 나갔다)로 통하는 그도 한때 “팬들의 열렬한 반응에 으스댔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노래를 만들고 부르면서 사람들이 내가 아닌 하나님께 집중하도록 인도하는 게 과제”라고 했다.

3000년 전 이스라엘엔 그를 꼭 닮은 다윗이란 청년이 있었다. 거구 골리앗을 돌멩이 하나로 쓰러뜨린 그는 훗날 이스라엘 왕이 됐다. 그가 성경에 남긴 시편(노랫말)이 73편에 이른다. 김도현은 3000년 전 다윗을 꿈꾼다. 대중음악에 견줄 만한 세련된 음악에다 “한편의 설교” 같은 메시지가 살아있는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다. “하나님의 마음을 잘 전달하는 선지자의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우리 시대 다윗의 절절한 고백이다.

정강현 기자

☞◆ CCM은 어떤 음악=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발라드·록 등 대중음악 장르를 기본으로 기독교적 메시지를 담아낸 현대 기독교 음악. 1960년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한국에선 1980년대부터 복음성가란 형태로 불리기 시작했다. 초창기 한국 CCM은 ‘주찬양선교단’‘옹기장이’ 등 선교 합창단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특히 서울대 성악과 출신인 최덕신이 이끌던 주찬양선교단은 훗날 유명 싱어 송 라이터로 성장한 김도현·강명식 등을 배출한 ‘CCM 뮤지션’ 양성소이기도 했다. 90년대엔 박종호·송정미 등 대형 솔로 가수들이 등장하면서 기독교계에 CCM 붐이 조성되기도 했다.

음반 시장 불황 등으로 한때 주춤했던 CCM 시장은 2000년대 들어 워십(worship·예배)음악이 관심을 끌면서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워십 음악은 청중이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쉬운 멜로디와 리듬으로 구성된 예배용 음악이다.

‘다리놓는사람들’ 등 찬양 예배 실황을 녹음한 일종의 라이브 음반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힙합·로큰롤·헤미메탈 등 CCM 장르도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대학에서 전문적으로 CCM을 가르치기도 한다. 대구예술대·칼빈대 등에 CCM 연주와 작곡 등을 가르치는 CCM 학과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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