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뉴욕의 한인 미술가들-100] 조각가 심승욱 "진짜로 낯선 것 만들어 보여주고 싶다"

심승욱은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미대, 홍익미대 대학원을 거쳐 2005년 미국으로 유학,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조각을 공부했다. 2007년 뉴욕으로 이주해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심씨는 미술을 하게 된 동기를 “넥타이 매고 불편한 양복 입고 매일 아침 일찍 직장 다니기 싫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했기 때문에 다른 작가들처럼 특별한 동기가 없이 미술을 직업으로 갖게 되지 않았다.

심씨는 한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신진작가로 활동할 때는 대단히 화려한 작품을 발표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꽃인 조화를 이용해 사람과 동물의 형상을 한 조각작품을 만들었다. 조화와 함께 생활 주위에서 선택된 오브제로 덮인 그의 작품은 화려함과 함께 현대문명의 조작된 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심씨는 당시의 작품을 “시대조류를 상징화하고 시각화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심씨는 미국에 오면서 새로운 창작 세계로 들어선다. 과거의 화려한 색상이 사라지면서 우주의 깊은 심연 모습을 드러내듯, 무엇인가 깊은 명상의 세계를 추구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밝은 색상이 사라지면서 조화 대신 플라스틱 접착제, 실리콘, 금속, 실 등 복합재료가 등장한다. 심씨는 이를 이용해 엉키고 반복되는 꽃과 넝쿨 문양 등이 이어지면서 독립적인 생명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옷깃을 여미게 하는 엄숙함을 드러내는 작품을 하게 된다.

심씨는 “과거 내가 했던 화려하고 무엇인가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대한 반성 같은 것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작품을 하면서 갖는 생각을 이렇게 풀이한다.

“신진작가로서 작품을 시작할 때는 무엇인가 의미를 넣으려 했다. 정치나 문화, 사회, 아름다움 등 무엇인가를 구체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미술은 허구 그 자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미술이 갖고 있는 허구를 추구하는 기능, 곧 작가의 상상력을 극한까지 추구하면서 여태까지 드러나지 않은 허구적인 것, 낯선 것과 웅장한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작품은 바로 그러한 상상력의 극한을 추구하면서 나오는 결과물들이다.”

그가 미국에 온 뒤 최근까지 계속해서 추구하고 있는 ‘검은 중력’이라는 이름의 검은색 단색조의 조각작품, 설치작품들은 모두 이러한 심씨의 작가정신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심씨 자신의 작품 서술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참으로 난해하다.

작가가 깊은 감수성을 갖고 작품을 하면서 깊이 들어간 창작의 세계,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과정의 특수한 정신상태, 의식을 쉽게 이해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심씨의 작품을 보다 명쾌하게 서술한 미술이론가이자 전문 전시기획사 H-Zone 대표인 이대형씨 해석을 들으면 보다 가까이 심씨의 작품세계에 다가 설수 있다.

“심승욱의 검은 중력 시리즈 작품들은 본능과 에너지의 흐름에서 시작됐다. 심승욱은 검은색 실리콘이 넝쿨 식물처럼 휘감기며 만들어 낸 기괴한 형상을 이용해 평면을 덮어 버리거나 공간에 낯선 덩어리를 던져 놓는다. 부분을 개별적으로 보면 넝쿨 식물이나, 인체의 특정 부위를 연상시키지만, 그들의 반복이 만들어 내는 전체는 생경한 풍경이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을 장식적 파편들이 얽히고 뒤섞여 전혀 새로운 형상으로 진화를 거듭한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인지 동물인지. 그 얽힘의 복잡함이 낯섦을 만들어낸다. 그의 작품은 (기존 미술의) 보편화된 상징체계, 그 경계를 넘어서는 진화의 산물이다.”

결국 심씨는 자신이 갖고 있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미술의 실재와 허구 양면성 중에서 허구를 극한까지 몰고 간다. 이런 창작 과정을 통해 그의 작품은 어느 누구도, 어느 시대에도, 어떤 상황에서도 만들어지지 않는 완전한 독창성의 세계를 시각화 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설명한다.

“내가 작업을 통해 들어내려는 것들은 허구(fiction), 낯섦(Uncanny), 그리고 웅장함(Sublime) 같은 것들이다. 이들은 밥, 곧 현실의 삶이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미술은 그렇게 밥이 제공하지 않는 것을 제공하는 행위다. 미술은 실재에 근거하지 않은 자유로운 허구의 표현이 무한히 허락된다. 익숙하고 평범한 경험과는 다른, 특별하며 낯선 경험을 중시하고 그 낯선 경험 속에는 시각적인 웅장함을 즐길 수 있는 많은 장치들이 있다. 나는 그 미술의 한 기능에 충실하고 싶다.”

심씨는 “나는 진짜로 낯선 것을 만들고 보여주고 싶다”는 말로 압축한다. 그것은 인간 생명체 탄생 이전의 우주의 모습일 수 있고, 어느 폐허의 신전에 감추어져 있는 고대 장인의 혼을 담은 벽화나 장식일 수 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의 작품이 의미에 닫혀 있는, 언어화 되는 것을 거부한다. 그러면서 그는 미술이 갖고 있는 특유의 조형언어, 그 낯선 것을 찾아 뚜벅뚜벅 걷고 있다. 곧 그는 자신만의 정신을 바탕으로 어느 누구도 가지 않았던 전인미답의 세계를 향하고 있다.

박종원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