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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서부 종단 여행 후기] 깊어가는 밤…벗이 있기에 즐거웠던 여행

▷팜 스프링스 샌재신토산 트림웨이

LA에서 동쪽 사막 한가운데 있는 팜 스프링스는 겨울철이 성수기인 휴양도시이다. 사막 한가운데에 만들어진 인공 오아시스, 뜨거운 온천수와 골프코스가 유명한 곳이다.

비수기인 한여름에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러가기로 했다. 샌재신토산 중턱에 만들어진 트램웨이 케이블카는 2643피트 높이에 있는 승차장에서 8516피트에 있는 전망대까지 단 15분 만에 거의 수직으로 올라가는데 모두 공평하게 보도록 케이블카가 천천히 회전하면서 올라간다. 그곳에 사는 동식물과 바위틈에서 물이 나오는 곳은 나무들이 아주 새파랗게 잘 자랐다. 승차장에서는 화씨 100도가 넘어서 온몸이 따갑고 특히 정수리가 띵~ 했는데 전망대에 닿으니 서늘하고 주변 벽에 빙판 조심이라는 안내가 더욱 시원하게 해줬다.

▷멕시코 티후아나

5번 국도의 남쪽 끝인 샌디에이고에서 국경도시인 샌이시드로를 지나면 멕시코 국경도시인 티후아나까지는 차로 20분정도 가면 된다. 국경을 넘자 모든 것이 느낌이 다르다. 들리는 말소리, 음악소리, 낯선 글씨들…

예전에 왔던 곳을 다시 갔을 때 느끼는 실망과 상실감은 왠지 쓸쓸하게 만든다. 고향이나 아는 이가 사는 곳은 언제가도 정을 느끼지만 여행지는 2번째로 다시 가면 별로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되도록이면 어떤 곳이든 다시 가게 되면 처음에 안간 곳을 가보거나 그냥 가슴으로 그때 거기 참 좋았지 하면서 그리워하려고 한다.

어릴 때 생각했던 운동장, 큰길, 시냇물, 좋아했던 선생님, 첫사랑들은 다시 대했을 때의 실망을 맛보고 나니 그냥 마음에 담아두는 게 나은 것 같다.

이곳은 국경도시라서인지 사람들이 약간은 뺀질함과 뻔뻔함, 장삿속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곳도 불경기라 길 양쪽의 가게들은 한산하고 덥고 먼지도 많고 친절한 편은 아니다. 길가에는 각종 먹거리를 파는 손수레와 구두닦이, 이발사, 약장사 등이 있다. 80년대의 시골 읍내의 모습을 보며 사람 사는 모양은 각양각색이지만 산다는 건 같은 것 같다.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은 장난이 아니다.

국경으로 돌아가는 입구는 1시간째 제자리에 머물더니 앞 차가 고장 나서 옆으로 빼기에 따라 갔더니 다시 돌아와서 아까보다 더 뒤로 가서 순서를 기다린다. 차들 사이사이로는 음료수, 각종선물, 군것질거리를 들고 다니고 유리창을 닦으라고 다닌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친구가 국경에다 차를 두고 셔틀을 타라고 한건데 우리 계획으로는 멕시코 안쪽으로 좀더 들어가려고 차를 가져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길이 아득하다.

집으로 오면서 멕시코는 우리끼리는 다시 가지 말고 나중에 잉카문명 유적지인 마추비추에 갈 때 계획을 잘 세우자고 하면서 집으로 오는데 기진맥진해서 힘이 없다. 난리를 피운 덕에 2시간 걸려서 무사히 돌아왔다. 요즘 국경지대는 불법 밀입국자와 마약과의 전쟁 때문에 치안이 불안하다는 게 실감난다.

▷샌디에이고, 발보아 공원, 포인트 로마, 미션, 라호야 비치, 올드 타운

샌디에이고의 발보아 공원은 워싱턴DC 다음으로 미국에서 박물관이 많은 곳인데 유료다. 그걸 보면 워싱턴DC 박물관은 대부분 무료인데 그 동안 고마워할 줄 몰랐다. 앞으로 자주자주 이용하면서 문화적 혜택을 누려야겠다.

처음 미국에 와서 걸어서 15분정도에 있는 메트로를 타고 DC를 신나게 다녔는데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고 점점 편하게 차만 타려고 하니 반성을 해야겠다.

1542년에 처음 상륙한 포르투갈의 탐험가 카브리오의 이름을 딴 국립공원은 카브리오의 조각상이 있는 전망대에서 보는 태평양은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하다. 그 당시의 등대와 등대지기가 살았던 내부를 보았는데 달팽이 모양의 계단을 따라 좁은 공간을 활용해서 1층은 사무공간과 주방과 말 그대로 몸을 씻는 곳이 있고 중간에는 침실과 작은 난로가 있고 위에는 등대 불을 비추는 반사거울이 있다. 작지만 쓸모 있게 꾸며져서 내 맘에는 쏘옥 든다. 지금도 쓸 수 있는 구조인 듯 하고 건축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해지는 언덕을 내려와 바다를 끼고 걷는 산책로를 걸으며 해가 지는 바다를 멍하니 바라본다.

1773년에 세워진 캘리포니아 최초의 교회가 있는 언덕으로 갔다. 여러 번의 보수를 했지만 언덕위의 하얀 교회는 아름답고 장엄했다. 성당 안에 들어가니 여러 신자들이 모여서 기도문을 외우고 있고 한편에 있는 초를 켜는 곳에서 잠시 기도를 한다. 친구가족을 다시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무사히 즐겁게 여행하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집에 가면 반가이 맞아줄 가족에게 감사하고 감사합니다만 수없이 되풀이 하는 나의 기도 솜씨가 부끄럽지만 이곳에서 기도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하고 초창기 나뭇가지로 엮은 움막집도 들어가 앉아보고, 성모님 조각에 기대어도 보고, 숍에 들러 조그만 선물을 몇 개 고른다. 여행자의 수호성인상과 마리아 성모상과 십자가도 고르는데 참으로 기쁘고 흐뭇하다.

라호야는 멕시코어로 보석이라는 뜻을 지닌 작은 휴양지 도시이다. 여행기간 내내 캘리포니아 바다는 이상저온으로 바다에 들어 갈 수 없었는데 오늘은 날씨도 좋고 무조건 바다에 풍덩 들어가기로 했다. 물은 따뜻하고 맑고 한참을 들어가도 허리 정도 깊이라 안전하고 파도가 넘실대는데 파도타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남편 친구는 일하러 가고 나머지 가족들은 1년 동안 지를 온갖 고함을 소리소리 지르며 태평양에서 진하게 놀고 나니 속이 후련하고 기분이 좋았다. 집으로 오는 차에서 새빨갛게 탄 살 위에 옷을 입고 차 시트가 젖을까봐 비닐 돗자리를 깔고 타월을 칭칭 감고 오는데 하루만 더 놀았으면 하다보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 갔던 올드타운에 친구가족과 함께 갔다. 멕시코 악단의 연주도 흥겹게 듣고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베사메무초도 연주하고 아이들을 위한 ABCDEFG…. 알파벳송도 연주하니 애들이 따라하며 춤추고 즉석에서 노래자랑도 열리고 곳곳에 모닥불 화로도 있고 주말이라서인지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바람은 시원하고 즉석에서 자기 손 모형을 떠서 초를 만드는 곳도 있고 나무를 통으로 깎아서 만든 개구리 입에 물려있는 작은 방망이로 등을 긁으니 크기에 따라 우는 소리가 깨굴깨굴, 개골개골, 개굴개굴, 괴굴괴굴 하는 게 마치 한국의 목탁소리도 크기에 따라 다른 것과 같다.

음식점마다 바깥쪽 입구에 악단이 있어 그 나라의 음악을 들으며 음식을 먹는 곳이 많다.

애잔한 음악소리에 이끌려 가보니 엘살바도르에서 온 악단이 남미 고유의 음악을 연주한다.

내가 좋아하는 싸이몬&가핑클이 부르는 ‘철새는 날아가고’라는 곡을 고유의 악기로 여러 번 들려준다. 모든 악기가 자연에서 나온듯하다. 대나무 비슷한 나무로 만든 피리, 실로폰같이 생겼지만 입으로 부는 파이프 오르겐, 뼈인지 돌인지를 엮어서 아래위로 흔들면 안데스 산맥에서 부는 바람소리를 내는 것도 있고, 가파른 산에서 사는 산양가죽으로 만든 북도 있다.

연주하는 이들도 희무리한 옷을 입고 머리도 길게 하나로 묶은 게 신비로움을 준다. 먼 옛날에 잉카나 마야문명이 있던 때로 돌아가 하늘에는 독수리가 날고, 높고 깊은 산에는 산양이 기웃거린다 생각하며 음악을 듣는데 마음이 맑아지고 고요해지며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CD를 사서 요즘도 운전을 하며 생각을 하며 듣는데 내가 아끼는 물건이다.

밤은 깊어가고 남미의 음식인 타코, 또띠아, 선인장과 고기를 치즈 육수에 찍어 먹으며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음악에 취하고 데낄라와 맥주에 취하다 보니 밤이 깊었다.

有朋自遠方來 不亦悅好 (유붕자원방래 불역열호).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온다면 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닌가!

글, 사진=VA 통합한국학교 교사 박명희

정리=장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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