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인물열전] 혈우증 여인, 절대적인 믿음으로 구원받은 여인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 신약학
열 두 해를 피가 유출되는 병(혈루증)을 앓아 온 그 여인은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용하다는 수많은 의원도 만났을 것이고 피를 멈추는 효험이 뛰어난 약재라고 이것저것 소개받아 먹어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 차도가 보이기는커녕 몸과 마음만 지쳐가고 가산만 기울뿐이었다. 그뿐인가 당시의 율법 종교가 규정한 부정한 여인이기에 남편의 품에 안겨본 이전의 그 따뜻한 기억도 저편에서 가물거릴 뿐이었다. 자녀들이 있었더라면 그 아이들조차 마음껏 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여인의 손으로 만지는 모든 것은 부정하게 되어 자신의 남편도 자녀도 덩달아 부정한 존재로 전락할 수 있기에. 몸 바깥으로 피가 유출되는 일상적 경험 속에서 이 여인은 살아있어도 살아있지 않은 수액이 점점 말라가는 고목 같은 존재가 아니던가!
그 무성한 소문으로만 들었던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이 여인은 수많은 무리에 에워싸이신 그 분에게로 다가가 그 옷자락을 만졌다. 어찌 보면 이 여인의 행위는 사회가 정한 관례와 인습에 대한 도발이었다. 그 시대 엄연히 존재한 성적 굴레도 남녀유별(男女有別)한 공간적 영역의 구분도 율법이 정한 규정도 뛰어넘은 신앙의 행위였다. 그 결과 이 여인은 자신의 몸에서 일어난 기적을 보았다. 자신을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한 만성적인 혈루 근원이 마르게 된 것이다. 도발적 행위를 하고서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이 여인에게 예수님이 말씀하신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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