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의 향기] 신앙이란 배우고 익히는 것
이요한 보좌신부/성 그레고리 한인성당
제가 미국에 온지 이제 10개월이 되었습니다. 미국에 와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미국이 살기 더 좋지요?"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처음 몇 번은 으레히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해서 대충 대답하며 넘겼습니다만 질문의 빈도가 많아질수록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 질문을 하는 것일까?'
사실 이런 질문을 한국에서도 가끔 듣는 질문입니다. 가톨릭 신부들은 자기 성당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교구 안에서 발령을 받고 옮기게 됩니다. 따라서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입니다.
제가 있는 부산교구는 보좌신부는 보통 2년 주임신부는 4년 정도에 한 번 이동을 합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환경을 접하는 기회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받는 "지내기 어떠세요?"라는 질문은 '사는데 혹시 불편하시거나 한 것은 없습니까?' '우리 성당은 분위기가 어떠세요?' 하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받는 질문은 뉘앙스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환경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신학교 때부터 시작된 잦은 이동(6개월에 한 번씩 방을 옮깁니다)이 그런 성격을 만든 것이겠지요. 하지만 여기서 받는 질문에서 저는 특별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지면을 빌어서 이야기를 드리는 것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미국에 사시는 많은 분들은 이민을 오셨고 고향을 떠나 고국을 떠나 새로운 세계로 오신 분들입니다. 따라서 저는 은연 중에 항상 비교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이런 저런 부분은 좋지만 이런 저런 부분은 그렇게 좋지 않으니까 이 곳이 더 좋은 곳이야. 미국은 이런 저런 부분은 좀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부분은 역시 좋아'라고 스스로 마음에서 이 곳이 더 좋은 곳이라고 속삭이길 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당연한 것이고 인간은 누구나 좀 더 좋은 환경 좀 더 행복을 찾기 위해서 애쓰는 것이니 맞는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내면의 속삭임이 다른 부분에도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 마켓은 이런 부분이 이 가게는 저런 부분이'라는 식이죠. 한국에서도 당연히 이런 관점에서 보다 좋은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으로 이민을 오신 분들이나 유학을 오신 분들은 일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선택 중에서 보다 큰 위험을 감수하시고 큰 변화를 받아들인 분들이십니다. 그러다 보니 환경에 순응하는 편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환경을 찾아나서는 경향이 크신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사목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아주 중요한 문제를 가져오게 됩니다.
성당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사는 주소지로 소속이 정해집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을 때 보통 다른 성당으로 옮겨 볼까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됩니다. 신앙이란 배우고 익히는 것입니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을 드시겠지만 성당을 옮기는 이유는 맹모(孟母)가 옮긴 것과 다른 것입니다. 신앙이나 성당을 내 기호로 선택하는 것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정말 나의 신앙과 삶을 위하는 것인지 어떻게 고민하고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 것인지 다음 주에 더 자세히 나누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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