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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조옥규
한국수필 작가협회 회원, LA 수향문학회 동안

셋째 딸 결혼식 날이 다가온다.

 최진사댁 셋째 딸의 혼사라면 부모와 온 동네 사람들이 잔치준비로 떠들썩하련만 우리 집 셋째 딸의 결혼은 어미의 마음만 바쁘게 할 뿐 특별히 할 일이 없는 듯싶다.

 상견례에 참석했고 어머니가 골라주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다는 딸의 소청에 함께 드레스를 골라 준 일이 내가 한 일이다.

 여리기만 하던 아이였는데 미국에서 교육을 받아서인지 독립심 강하게 자랐다. 부모의 도움 없이 자신들 힘으로 준비하겠다고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시려온다.



 사위될 아이가 백만명이 넘게 보았다는 결혼식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신랑신부 들러리들이 요란한 음악에 맞춰 제각기 개성있는 춤사위로 입장했다. 신랑도 텀블링을 하며 브레이크 댄스를 추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몸짓 또한 가히 파격적이었다.

 교회나 예식장에서 덕망 있는 목사님이나 스승님이 주례를 보고 신부는 순백의 드레스 속에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기 어려워하던 우리세대의 결혼식과 비교하면 정말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결혼식 장면이었다.

 너도 이렇게 결혼식을 할 거냐고 물으니 재미있잖아요 라고 애매한 대답을 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결혼을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 했다.

 양쪽 집안이 서로 허혼하고 나면 혼례절차는 당연히 양가 어른들 몫이었다. 하객들도 부모의 친지들이 대부분이었고 신랑신부의 친구나 지인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에 불과했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웨딩마치에 발을 맞추는 신부는 부모 곁을 떠날 생각에 눈물을 글썽였고 딸의 손을 사위에게 넘겨주며 기쁨 반 서운함 반으로 뒤엉킨 아버지의 표정은 보는 사람의 코끝까지도 찡하게 만들었었다.

 새 가정의 탄생은 여러 증인들 앞에 엄숙하고 경건한 행사였으며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척들이 함께하는 뿌리의 화합을 이루는 가족 행사였다.

 딸아이가 일방적으로 부모가 초대할 사람의 수를 정해주었다. 결혼 피로연 음식도 양식으로 주문했다고 한다. 어미의 마음을 아는지 친구들이 미국아이들이라서 한식은 곤란하다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요즘 아이들의 결혼식은 부모보다 친구들 중심으로 진행되는 추세인 것 같다. 부모의 경제적 도움에 상관없이 본인들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그 과정을 즐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옛 정서를 간직한 부모들은 특별 손님정도의 대우를 받는 자식의 혼사에 익숙하지 못하다. 세월의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풍속을 받아드리기가 어렵다. 아마도 힘든 이민생활에 한 가닥 희망을 자식에게 걸며 견디어온 부모일수록 그 아픔이 크리라 생각된다. 친구가 너의 딸은 한국적인 사고를 가졌기에 어미와 상의라도 해 주는 거라며 고마워하라고 말한다. 약혼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갑자기 받은 부모도 있고 명문가에 시집가면서 부모를 초대하지 않는 자식도 있다한다.

 품안에 있을 때 자식이라 하더니 아이들이 성년이 되어 갈수록 부모자식 사이에 간극이 만들어지는 것을 느낀다.

 부모는 딸이 결혼하면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이라는 노래를 하고 아들이 결혼 하면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라는 노래를 부른다는 조크가 있다.

 어느 여자의 남편이 될 아들 어느 남자의 아내가 될 딸 고이고이 길러 결혼이라는 대사를 치르며 부모들은 책임 완수 했다는 안도감 속에 아직도 끝나지 않은 사랑에 목 말라하고 있음을 본다.

 막내 딸 혼사를 앞두고 노랫말로나 알고 있던 최진사댁 셋째 딸의 시집가던 날을 떠올리다니 나도 변하는 젊은 세대들의 의식수준에 적응하기 힘들었음인 것 같다.

 이 다음에 손자가 결혼한다고 하면 내 딸도 지금의 어미 마음이 될 것이다. 변하는 세태에 선뜻 편승하지 못하는 마음과 자식이 품을 떠날 때 얼마나 가슴이 허전하고 쓸쓸하게 느껴지는지 알게 되리라.

 이제는 딸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을 그려보며 며칠 남지 않은 결혼식 날을 기다린다.

 딸아 어미는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을 부를지언정 행복한 결혼생활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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