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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인자가 유전된다는데 어째서 질병도 유전될까

인간과 다른 자연의 '우성'기준…질병·유전 관계 파헤쳐

지은이의 할아버지는 일흔한 살에 알츠하이머에 걸려 6년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평소 헌혈을 자주 했다. 아예 헌혈 자체를 즐겼다. 피를 뽑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가뿐해진다고 했다. 평소 쑤시고 아픈 것이 헌혈만 하면 싹 가실 뿐 아니라 힘도 솟는다는 것이었다. 당시 고교생으로 호기심이 많았던 지은이는 도서관을 온통 뒤져 그 원인을 찾아봤다. 알고 보니 혈색소침착증이라는 유전병 때문이었다. 몸속에 철분이 쌓여 췌장이나 간 등을 해치는 질병이다. ‘철분 과적’ 현상이다. 그러니 철분이 다량 포함된 혈액을 뽑아내면 개운해질 수밖에. 피를 뽑는 ‘사혈’ 요법이 효과가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은이의 호기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혈색소침착증이 유전병이라면 알츠하이머병도 유전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면서 혈색소침착증과 알츠하이머병이 서로 관련이 있음을 밝혀냈다.

지은이가 인체생리학·신경유전학·진화유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고 보니 꽤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파온, 끈질긴 과학자다.

이런 배경을 지닌 지은이는 이 책에서 질병과 유전과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파헤친다. 그는 우리가 주변에서 늘 보지만 항상 간과해온 문제를 걸고넘어진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유전 과정에선 자연적 선택에 따라 열악한 형질은 도태되고 우세한 것만 대물림된다고 한다. 그런데 어째서 사람을 힘들게 하는 질병은 유전이 되는 것일까.

지은이는 다윈의 우성 유전론을 화두로 삼고 용맹정진에 나선다. 그 결과 그는 그 이유를 ‘우성’에 대한 사람과 자연의 기준이 서로 다른 데서 찾는다. 사람이 생각하는 우성의 기준은 ‘삶의 질’이지만 자연이 선택하는 기준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설명이다.

예로 당뇨의 경우, 빙하기에는 이를 가진 인간이 추위 속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훨씬 컸기 때문에 그 유전 형질이 지금까지 후손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당뇨에 걸리면 혈액 속에 당이 쌓이고 소변을 자주 보게 되면서 혈액 농도가 높아진다. 그럴 경우 장기적으로 혈관이 파손되고 장기에 손상을 입게 된다. 삶의 질에선 불리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잇점도 있다. 혈액 농도가 높으면 어는 점이 그만큼 낮아져 동사할 가능성이 작아진다. 당뇨 유전 형질을 가진 사람은 추위 속 생존에서는 훨씬 유리한 것이다. 결국 살아있는 모든 것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두 가지 사명에만 매진하게 마련인 모양이다.

또 다른 사례는 흑인에게만 나타나는 유전 질환인 겸상적혈구빈혈증이다. 원래 도넛 모양인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변하는 유전병이다. 빈혈은 물론 황달과 순환장애까지 일으킨다. 이런 고약한 유전병이 후손에게 계속 대물림되는 이유는 생존 때문이다. 이 병을 가진 사람은 말라리아에 강해 아프리카 열대우림 환경 속에서 생존 확률이 높다. 그래서 계속 후손에게 이 형질을 물려줄 수 있게 된다.
지은이의 할아버지를 괴롭혔던 혈색소침착증도 바이킹이 살던 극지방 등 척박한 환경 속에서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할 때는 생존에 유리하다.

그렇다면, 유전 질환은 인류가 험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데 큰 도움을 줬다는 설명도 가능해진다. 달리 표현하면, 죽지 않을 정도의 고난은 그만큼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항생제에 잘 듣지 않는 변종 박테리아 등 다양한 위험이 인간을 힘들게 한다. 이를 헤쳐나가려면 이 같은 유전방식을 잘 이해하고 응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유전의 특성을 잘 이용해 박테리아의 공격력을 약화한 뒤 함께 공존할 지혜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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