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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서부 종단 여행 후기] 한여름 속 빙하, 금문교…여행 즐거움 더해

예쁜 꽃들이 넘실대고 호수와 강, 언덕이 많은 시애틀은 내게 정겨움을 주었다.

▷레이니어 산 국립공원과 푸줏간 장보기

2002년 워싱턴DC로 이민 와 이제야 워싱턴주 올림피아에 사는 친구를 만나 그 집 밴으로 레이니어산을 올라갔다. 레이니어 산은 워싱턴주에서 가장 높고 미국 내에서 가장 큰 빙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손님과 여러 번 왔다가 친구 남편이 발견했다는 작은 폭포를 망원경으로 보여준다. 자연이 워낙 넓으니 뭘 좀 보려면 가는 곳마다 망원경에 동전을 넣으려니…. 여행필수품목에 망원경 추가요.

파라다이스 비지터 센터 가는 길에 있는 아담하고 귀여운 나가다 폭포에는 수량이 풍부한 여름이라 멋진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5월에 왔을 때도 눈이 쌓여 길이 안보였다는 파라다이스산장 휴게소에 주차하고 트레일을 따라 빙하를 향해 반팔로 걷기 시작했다. 꼭대기에는 만년설이 보였지만 길가에는 작고 예쁜 흰색과 노란 꽃이 피어 있다. 조금 걸으니 여기저기 얼음 눈이 보였다. 작은 눈사람도 만들고 미끄럼도 타면서 한여름의 겨울을 즐겼다. 나는 빙하라면 북극이나 에베레스트 같은 곳인 줄 알았는데….

온통 카지노 간판만 보이는 인디언 지역의 낡은 집에 들어가니 커다란 냉장 진열대와 번호표 뽑는 곳이 있다. 이곳은 75년이나 된 고기 전문 정육점이란다. 손님이 끊임없이 들락거리고 어떤 엄마는 이라크에 간 군인아들에게 보낸다고 진공포장을 하기도 한다. 한참 기다리니 흰 종이에 둘둘 싼 고기를 준다. 조금씩 먹어보니 햐!! 술 못 마시는 나도 맥주가 그립다. 지금도 냉동실에 넣어두고 아껴서 조금씩 먹는다. 술을 마셔야 안주를 먹을 수 있다는 우리 집의 이상한 규칙 때문에 나는 거품이 많이 나는 탄산수와 먹는다.

▷헬레나 휴화산

1980년 5월18일 한국의 광주 민주화운동과 같은 날에 워싱턴주에 있는 헬레나 화산이 폭발했다. 30년이 지난 후의 모습을 보러갔다. 입구에서 분화구까지는 30여분을 차로 가야 닿을 수 있었다. 가는 동안 민가는 없고 연도별로 나무를 심은 표시와 여러 곳의 전망대가 있었다. 색깔별로 트레일 코스가 나누어져 있어 선택할 수도 있다. 마그마가 흘러내린 흔적과 화산지대의 황량함을 느끼며 워싱턴주를 벗어난다.

▷포틀랜드의 장미정원

같은 서해안 도시인데도 포틀랜드는 한국의 인천이나 울산 같은 산업도시 느낌을 준다. 포틀랜드는 시멘트의 재료인 좋은 석회석이 생산되고 목재산업이 발달해 시내에도 커다란 트레일러들이 눈에 많이 띤다. 또한 서울의 남산같이 전망이 좋고 높은 곳에 장미정원, 중국정원, 일본정원이 있는데 짧은 언덕길에 있는 일본정원은 걸어도 되고 입구에 티켓 파는 곳까지 무료셔틀이 다닌다. 아! 나는 왜 그 나라를 생각만하면 괜스레 배가 아플까?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

산 정상의 호수는 BC5700년에 형성된 칼데라 분지로 백두산 천지의 10배 크기란다. 친구부부가 강추한 곳인데 GPS가 고장 나니 길치가 되고 불안하다. 이상하다. 얼마 되지 않은 건데…. 지구과학적인 면에서 화산지역을 다녀와서 지구 속 마그마의 영향이라고 주장하면서 겨우겨우 산 정상 분화구에 도착해 있으니 잠시 후 해가 꼴딱 넘어간다.

다행히 보름달이 두둥실 나타났다 . 달빛 아래 호수를 즐기려고 차에서 내리니 숨을 쉴 수 없을 만큼의 모기가 에워싼다. 흐르는 물이 아니고 아주 오랫동안 고인물이라서 그렇다니 역시 물은 흘러야 제 맛이다. 세월도 흐르고 사람도 흐르니 우리도 물처럼 흘러가겠지.

호수를 감싸며 도는 림 드라이브를 반쯤 돌다가 한 시간쯤을 내려와 남쪽을 향해 5번 국도가 나타날 때까지 운전을 해서 레딩이라는 곳에 이르니 시간은 새벽 1시이고 캘리포니아라고 한다.

메리어트인에서 늦은 밤이라고 알아서 깎아줘서 얼른 들어가서 씻고 컵라면과 햇반을 먹고 그대로 곯아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호텔에는 전자레인지가 룸에는 없지만 카운터에 말하면 주방에 있는 것을 쓰게 해준다.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을 둘러보니 뉴욕, 워싱턴과 비슷하고 전통적인 중국풍의 문도 비슷해 잠시 구경하고는 케이블카를 탔다가 종점에서 편도 요금이라고 돈을 또 내라고 해서 그냥 걸어 되돌아오면서 서부의 월 스트리트라는 금융가를 구경했다.

언덕길로 유명한 러시안 힐이라는 동네의 롬바드 스트리트에서 운전을 해보기로 했다. 5미터 간격으로 급커브가 이어지는 Z자 모양의 길을 운전해서 내려가려고 차들이 순서를 기다린다. 길 양쪽 집에는 담장과 창문마다 예쁜 꽃들이 있고 관광객들이 사진도 찍고 조마조마 한숨도 쉰다. 평일이라 우리는 2번을 운전을 했는데 아주 재미있다. 주말에는 여기도 밀린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GOLDEN GATE BRIDGE)를 걸어서 건너기로 했다. 차로 건너면 통행료를 내지만 걷는 건 무료다. 바람이 세게 불지만 다리 중간쯤에 있는 난간에서 감옥이 있는 앨카트래즈섬도 보고 다리 아래로 보이는 태평양이 무섭지만 제대로 즐겼다. 놀이공원에선 무서움에 높은 곳에 올라가지 않았는데 금문교에서 바라보는 샌프란시스코는 정말 멋졌다.

▷17마일 드라이브, 몬테레이, 캐멀, 샌시메온, 허스트성, 숄뱅 덴마크 마을

17마일 드라이브는 북쪽의 몬테레이에서 남쪽의 캐멀까지의 해안선을 따라 만 안쪽을 일주하는 인기 있는 도로인데 소나무와 삼나무 숲이 우거진 길을 따라 천천히 달리면서 주변을 감상한다. 입구에서 티켓을 산 뒤 몬테레이라는 스페인풍의 작은 도시에서 일주를 시작한다.

해안선 나무들은 바람에 맞서지 않고 옆으로 눕듯이 자라고 있고 작은 섬에서는 물개와 갈매기가 휴식을 즐기고 있고 절벽 위엔 한 그루의 고고한 나무가 서있다. 마스터스경기가 열리는 퍼블비치 골프장은 대회기간 외에는 누구나 칠 수 있다니 다음엔 우리도 라운딩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해보면서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으로 근무했던 컨추리풍의 조그만 도시인 캐멀까지의 대략 17마일을 일주했다.

미국 서해안을 여행할 때 1번 국도를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하다 보면 오른쪽으로는 태평양의 거친 파도를, 왼쪽으로는 향나무와 소나무 그 밖의 온갖 나무가 있는 산림의 웅장함을 만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1번 도로는 한국의 동해안을 곁에 두는 달리는 7번 국도와 비슷하다. 내륙 쪽으로는 5번 국도가 있는데 보통은 200번에서 300번 사이에서 시작된다. 캘리포니아는 795번에서 시작해 남쪽에 있는 샌디에이고에서 끝나, 운전을 해보니 규모가 엄청 크다. 대개 1마일에 번호가 하나씩이라고 하니 캘리포니아의 길이만 800마일쯤 된다. 하루 종일 바다를 끼고 끝없이 원 없이 달렸다.

샌시메온에는 부자였던 허스트가 건축한 허스트성이 있다. 회화와 골동품의 컬렉션을 보는 집 구경 투어는 하루 전에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한다. 당일 투어는 매진이라 언덕 위에 높이 서있는 성만 바라보았다.

서해안의 덴마크 마을인 솔뱅에 들어서니 풍차와 하얀 집들이 덴마크에 있는 민속마을 같이 아기자기하다. 이곳의 명물인 결결이 뜯어지는 페이스트리 빵을 골고루 하나씩 골라서 예쁜 핑크 상자에 담아서 나오니 기분이 좋다. 모든 가게에는 직원들이 덴마크 민속의상을 입고 일을 한다. 근처의 십자수 가게도 보고 선물 가게도 보고 그릇 가게도 보고 와인 가게도 기웃거려본다. <다음주에 계속〉

글,사진=VA 통합한국학교 교사 박명희

정리=장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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