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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맨 IN 타운] 천사보석금 오찬국 사장

보석금 못내는 한인들에 '천사의 손길'
전당포 운영하다 우연히 시작
고생하는 한인 피의자 돕고파

"오천국이요? 아닙니다. 오찬국입니다."

LA한인타운 피코와 노먼디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천사보석금 사장 오찬국씨가 손 사래를 치며 껄껄 웃었다.

"업체이름이 '천사'인데다 전화번호도 213-365(365일)-1004(천사)여서 제 이름을 오천국(Oh! Heaven)으로 오해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하지만 제 이름은 오찬국입니다"

오 사장은 1976년 가족과 함께 미국에 왔다. 다른 초기 이민자들처럼 그도 힘든 시절을 보냈고 미군에도 다녀왔다. 전역 후엔 사우스센트럴 지역에서 식당과 꽤 큰 규모의 전당포를 운영하면서 USC에서 경제학 공부도 병행했다.

오 사장은 "각종 물품을 받고 돈을 빌려주는 전당포 사업이 제 인생을 바꿀 줄 그때는 몰랐다"며 한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보석금 업체를 시작하게 된 사연을 전했다.

"전당포에서 일하던 한인 직원이 사우스센트럴 갱단과 시비끝에 허리에 찬 총을 보여줬어요. 그런데 그 갱단원이 자신을 총으로 겨냥했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그 직원은 체포돼고 구금까지 됐지요. 당시는 한인보석금 업체가 없었던 시절이라 그 직원의 고생이 심했죠. 이런 상황에 처한 다른 한인들도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한인 보석금 업체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 사건 이후 터진 것이 1992년의 LA폭동이다. 많은 한인들이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하던 시기였다. 당시 한인업소 2300여 곳이 피해를 입었고 재산 피해만 3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오 사장 역시 폭동의 시발점인 사우스센트럴 지역에 있던 두 업소 모두 전소가 되는 피해를 입었다.

"피해 업주에게 제공되는 SBA대출로 다른 사업을 하고 싶었지만 동종업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어요. 다시 전당포를 열었고 내친 김에 필요성을 느꼈던 보석금 업체도 창업했습니다."

이렇게 오 사장은 1995년 이후 15년째 보석금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주정부가 피의자와 보석금을 직접 거래하는 오리건과 켄터키주 등 4개 주를 제외한 전국 46개 주에 보석금 업체가 있습니다. 보석금 사업이란 한마디로 책정된 보석금을 현금으로 지불할 능력이 없는 피의자를 위해 이를 대납해 주고 일정액의 비용을 받는 사업이죠. 보증인과 때때로 담보도 요구합니다."

가주의 경우에는 피의자가 보석금액의 10%를 수수료(premium)로 내면 보석금을 대신 예치해 준다. 받은 수수료는 범죄의 유.무죄에 상관없이 보석금 업체의 수입이 되지만 만약 피의자가 도주를 해 찾지 못할 경우 대납한 보석금을 손해볼 수도 있다.

오 사장은 "그동안 비즈니스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고 황당한 경험도 많이했다"며 "도주한 사람을 잡으러 타주는 물론 멀게는 동부까지도 쫓아 갔고 때로는 이들을 전문적으로 추적하는 현금 사냥꾼(bounty hunter)을 고용하기도 했다"고 들려줬다.

이어 "경찰이나 신문사의 사회부 기자처럼 사건이 터지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달려가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개인 생활이 자유롭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덧붙였다.

손해도 입고 맘고생도 많이 했지만 보석금 지불 능력이 없어 고생하는 한인 피의자의 힘든 수감 기간을 줄여주고 후에 그 한인이 무죄평결까지 받는 모습을 볼때 큰 보람도 느낀다.

오 사장은 "모든 것이 막막할때 천사의 손길로 한번에 해결되는 것처럼 지금의 불경기도 천사의 손길로 빨리 회복됐으면 좋겠다"며 웃음지었다.

글.사진=진성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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