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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기업 DNA 달라졌다-5] 롯데의 '글로벌 DNA'

"실패 두렵지 않다"…외부수혈 늘려 젊고 공격적으로

M&A로 내수, 글로벌 영토확장…계열사 대표 50대로 세대교체
인사팀 40% 해외인재채용 투입…"운전사 왜 한국인 쓰나" 불호령


지난해 3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롯데그룹의 '2018년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 비전 선포식'. 신동빈 부회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비전 실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 비전은 신 부회장 주도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컨설팅을 거쳐 수립됐다. 2018년 매출 목표를 200조원으로 잡았다. 현재 그룹 매출은 45조2000억원. 현재 4%인 해외 매출 비중도 2018년 전체 30%인 60조원까지 끌어올리려 한다. 그러려면 내수 중심인 회사 조직과 문화를 글로벌 DNA로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국내외 안 가리는 M&A= 롯데는 2000년대 들어 숨가쁜 인수합병(M&A)으로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M&A 큰손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 이후 성사시킨 M&A 23건 중 해외 M&A가 중국.인도네시아 마크로 벨기에 길리안 초콜릿 중국 타임스 등 4건이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롯데는 역량이 있지만 실행은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2018 비전 수립 후 목표가 뚜렷해지면서 의사결정도 빨라졌다"고 말했다.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내부 유보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외부 차입을 활용한다.

예전의 롯데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신격호 회장의 지론인 '거화취실(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을 배제하고 내실을 지향한다)'과는 사뭇 다르게 그룹의 DNA가 글로벌.공세로 바뀌고 있다. 보수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DNA가 그룹 내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국내 성장이 한계에 달한 식품.유통업을 탈피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려면 M&A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방향은 적절하게 잡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M&A는 필연적으로 직접 뛰어들어 바닥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돈이 많이 드는 방식"이라며 "그간 롯데가 사들인 기업들의 인수가격이 적당한지에 대한 판단은 몇 년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라"= 롯데는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대신 핵심 전략지역으로 VRICs(베트남.러시아.인도네시아.중국)라는 표현을 쓴다. VRICs를 잘 아는 인력을 확보하고 현지를 이해하는 데 그룹의 성패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신동빈 부회장이 "지점장들 편하자고 운전기사를 한국인으로만 쓰면 어떻게 현지 사회를 이해하고 공감을 얻겠느냐"고 그룹 임원회의 때 불호령을 내린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내수에 치중하던 2006년만 해도 손에 꼽을 정도였던 해외 인력은 현지 채용인을 포함해 약 3만여 명으로 늘었다. 2007년 러시아에 백화점을 개점할 땐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인력이 부족해 파견 직원을 찾는 데 고생했다. 지금은 VRICs 지역 연수를 마친 직원들이 1000여 명에 달한다. 이외에도 4~5명이 한 조가 돼 VRICs 국가를 가본 후 보고서를 작성하는 '브릭스 연구회'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룹 인사팀장 윤종민 상무는 이달만 해도 미국 시카고→중국 상하이.베이징→베트남 하노이.호찌민을 거치는 강행군을 했다. 그룹 인사팀 인력의 40%는 해외 인재를 뽑는 임무에 투입되고 있다. 최소한의 인원만 파견하고 현지에서 인력을 키운다는 원칙으로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현지 대학생 신입사원을 공채로 뽑는다. 중국은 4년째 베트남은 2년째다. 채용된 해외 신입사원들은 10개월 동안 한국에 와서 연수를 받는다.

◇젊고 공격적인 기업으로= 롯데의 계열사 대표는 전통적으로 60세 이상이 주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계열사 대표에 50대가 눈에 많이 띈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백화점에는 40대 임원도 등장했다. 롯데마트는 임원의 10% 정도는 40대다. 요즘 웬만한 회사에선 찾기 힘든 '계장' 직함은 올 5월 없애고 대리로 바꿔 달았다. 그룹 전체 임원 중 20%는 외부 수혈 인력이다. 그룹 관계자는 "롯데의 정체성을 깨보자 하이브리드로 가보자는 시도가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승진 중 5%인 발탁 승진 비율을 10%까지 늘려나갈 방침이다.

2005년 대졸 공채 중 여성은 10%대에 그쳤으나 지금은 30% 수준으로 늘었다. 신 부회장이 "여성들을 그만큼 뽑아서 되겠나. 더 뽑아야 하지 않나"라며 직접 챙기고 있다.

실적에 따른 보상도 도입됐다. 롯데백화점의 한 직원은 "롯데는 월급 적게 주는 대신 오래 다닌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적어도 적게 준다는 것은 옛말"이라며 "간부급의 경우 3년 연속 해마다 수천만원씩 성과급을 손에 쥐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과제= 식품.유통업 모두 글로벌 강자들과의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적 백화점인 일본 이세탄도 해외 진출 11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을 정도로 글로벌 유통시장에서 성공하는 게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롯데쇼핑 주가가 좀처럼 공모가(40만원)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는 것은 다분히 '롯데 디스카운트' 때문"이라며 "보수적이고 비밀스러운 그룹의 이미지에서 과감히 벗어나 새로운 DNA를 심는 데 성공한다면 주가도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한 번에 다 바꾸긴 힘들겠지만 경영층이 '하다가 실패하면 안 된다'가 아니라 '하다가 실패하면 다시 하면 된다'란 말을 수시로 할 정도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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